음주운전 사고 낸 후…소주 마시고 은폐 시도한 남성 '집유'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소주 1병을 마시고는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70대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3일 춘천지법 형사1단독 장태영 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73)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준법운전강의 40시간을 명령했다.A 씨는 지난해 5월 4일 오후 3시 20분께 춘천시 한 도로에서 모닝 승용차를 몰다가 신호대기 중이던 K5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음주운전을 의심한 견인 기사들로부터 경찰이 출동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A 씨는 견인 직전인 승용차를 몰고 현장을 떠나 안주 없이 소주 1병을 마셨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현장 이탈을 제지한 견인 기사 2명을 들이받아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수사기관은 A 씨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192%로 나오자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사고 당시 0.139%의 만취 상태였다고 판단해 재판에 기소했다.그러나 A 씨는 사고 이후에 술을 마셨을 뿐이라며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견인 기사들의 부상도 자연치유가 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사고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3%는 넘지만, 0.139%에 이른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날 장 판사는 "차량으로 충격한 피해자들을 뒤로한 채 교통사고 현장을 이탈했고, 소주 1병을 신속하게 추가로 마셔 음주운전을 감추려 했다"며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고, 엄벌 필요성이 적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또 "다만 피해자들이 중대한 상해에 이르지 않았고, 피고인이 고령이고 건강 상태가 양호하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김정호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