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재고 3일치뿐"…인도로 번진 中 전력난

발전소 대부분 비축분 바닥
중국 사재기에 가격 3배 뛴 탓
채굴지 폭우로 자체생산 차질도

세계 곳곳 '에너지대란'으로 신음
노르웨이, 가뭄에 수력발전 비상
중국을 강타한 전력난이 인도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화력발전용 연료로 사용되는 석탄이 인도 전역에서 곧 바닥을 드러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중국이 공격적으로 석탄 확보에 나서면서 석탄 가격이 급등하자 인도가 수입을 줄인 결과다. 노르웨이에선 수력발전량이 감소하며 전기료가 치솟는 등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화력발전소, 석탄 바닥 드러내

인도 경제지 민트는 4일 전력부 자료를 인용해 “지난 1일 기준 인도 화력발전소 135곳 가운데 72곳에서 비축한 석탄 재고량이 사흘치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다른 화력발전소 50곳의 석탄 재고량은 4~10일치였다. 나머지 13곳은 10일 이상의 전력 생산을 유지할 수 있는 석탄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의 전력 위기는 석탄 수급 불균형에서 비롯됐다. 인도는 전력 생산량의 53%를 석탄 발전에 의존한다. ‘아시아 3위 경제 대국’인 인도가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경제 활동을 재개하면 그만큼 많은 양의 석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8~9월 인도의 전력 소비량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 증가했다. 자연스럽게 석탄 수요도 급증했다.

치열한 석탄 확보 경쟁

문제는 수입 석탄 가격이 갈수록 높아지며 전력 생산 단가를 맞추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중국이 다가오는 겨울을 앞두고 발전용 석탄 사재기에 나선 게 결정타가 됐다. 중국은 올해 호주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지한 여파로 전력난에 시달리자 석탄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가 수입하는 인도네시아산 석탄 가격도 급등했다. FT는 “인도네시아산 석탄 가격은 지난 3월 t당 60달러에서 지난달에는 200달러까지 올랐다”며 “인도의 수입이 줄어든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인도의 주간 석탄 수입량은 최근 2년간 가장 적은 150만t 미만으로 집계됐다.

값싼 인도산 석탄도 급증하는 자국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다. 지난달에는 인도 석탄 채굴 지역을 휩쓴 몬순(우기)으로 인해 석탄 채굴과 운송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노무라증권의 인도 경제학자 오로딥 난디는 “인도 전력 부문은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며 “수요는 많은데 국내 석탄 공급량은 부족하고 수입을 통해서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전력난은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중국의 사례처럼 공장 운영이 중단될 수 있어서다. 이에 인도 정부는 비상 대응에 나섰다. PTI통신에 따르면 최근 인도 정부는 규제 완화를 통해 석탄 채굴을 독려하고 석탄 생산업체에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했다.

북유럽도 못 피한 전력난

북유럽에도 전력난이 고조되고 있다. 세계적인 석탄, 천연가스 공급난에다 이례적인 강수량 부족으로 수력 발전에도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저수지 수위는 10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노르웨이 수력발전업체 에그더에너지의 안데르스 가우데스타드 부사장은 “보통 이맘때면 저수지가 가득 차지만 8~9월에 고온이 이어졌고 강수량이 매우 적었다”고 설명했다.

전기료가 치솟으며 인플레이션 압력도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노르웨이의 전기료는 작년 동기보다 5배나 올랐다. 일부 노르웨이 학생들은 전기료를 납부하기 위해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글로벌 전력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영국은 곧 특단의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영국은 2035년까지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만 생산한다는 방침을 발표할 계획이다. 천연가스 가격 폭등에 시달리는 영국이 안정적으로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선택한 것이다. 영국은 지난해 기준 전력 생산량의 43%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고 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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