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집 주고 새집 받는 법…"재건축 하자" vs "리모델링이 낫다"

정비사업 방식 장단점 따져보니

'전면 철거' 재건축, 고급화로 시세차익
용적률 200% 넘으면 사업성 낮아져

'골격 유지' 리모델링, 30년 안돼도 가능
사업 속도 빠르지만 층고 문제 등 한계
대표적인 리모델링 추진 단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1758가구). 한경DB
서울 강남구 수서동 ‘까치마을’은 리모델링 추진위원회와 재건축 준비위원회가 동시에 활동 중이다. 1993년 준공된 이 단지는 총 1404가구 규모다. 인근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 호재로 주목받는 단지 중 하나다. 지난해 리모델링 추진위원회가 결성된 뒤 주민동의서를 걷어 한때는 동의율이 절반을 넘기기도 했다. 그러나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을 해야 한다는 일부 주민의 반발로 이미 제출한 동의서를 철회하는 등 리모델링과 재건축 사업을 두고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재건축·리모델링 갈등 빚는 단지 늘어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아파트에서 이른바 ‘재건축파’와 ‘리모델링파’가 부딪치는 사례가 종종 나오고 있다. 재건축을 원하는 주민은 아파트 상품 가치를 더 높여 많은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더 빠른 사업 진행을 원하는 주민은 리모델링을 주장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1758가구)도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하고, 지난해 건축심의까지 통과했지만 일부 주민의 반대가 지속되는 중이다. 인근 ‘대청’(822가구)도 2018년 말 리모델링 건축심의를 통과했으나 주민 반대 등으로 사업이 사실상 멈췄다. 수도권과 지방 일부 단지에서도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각각 원하는 주민들 간에 갈등을 겪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재건축은 기존 아파트를 아예 허문 뒤 새 건물을 올리는 반면 리모델링은 기존 골격을 살리면서 면적을 넓히거나 층수를 높이는 방식이다. 재건축하려면 준공 후 30년이 지나야 하고 안전진단에서 D등급 이하를 받아야 한다. 리모델링은 준공 15년차부터 안전진단 C등급 이상이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율도 재건축은 주민 4분의 3(75%), 리모델링은 3분의 2(66.7%) 이상이 필요하다.

두 사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용적률이다. 용적률은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물 연면적(건물 각층의 바닥면적을 합친 면적)의 비율이다. 통상 용적률이 낮은 단지가 향후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후 일반분양으로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전문가들은 재건축이 가능한 아파트 용적률 상한선은 약 200%라고 본다. 그 이상은 리모델링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서울에 용적률 200%인 아파트(3종 일반 주거지역)를 재건축한다고 가정하면 용적률을 최대 250%까지 높일 수 있고, 여기에 임대주택을 짓는 조건으로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아 최대 300%까지 올릴 수 있다. 다만 인센티브의 절반은 임대주택으로 짓고 기타 대지 기부채납 등을 고려하면 재건축을 통해 조합은 용적률 약 255~260%만큼을 분양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같은 아파트를 리모델링해도 비슷한 수준이다. 주택법상 리모델링을 통해 가구별 전용면적의 최대 40%를 늘릴 수 있다. 전용면적 증가분과 각종 공용공간 등을 고려하면 용적률은 평균적으로 45%가량 늘어나 최대 290%까지 올릴 수 있다.

입지와 부담금 등 규제 고려해야

입지에 따라 용적률이 높아도 재건축이 유리할 수 있다. 서울 강남권 등 땅값이나 아파트값이 비싼 지역은 늘어나는 가구수가 상대적으로 적어도 일반분양가를 비싸게 받아 수익을 낼 가능성이 크다. 기존 용적률이 높아도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사업성이 된다는 뜻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압구정동과 같이 땅값이 비싼 지역은 용적률이 230%가 넘는 아파트도 재건축 사업성이 있다”며 “리모델링은 내력벽 규제나 층고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아 단지 고급화에 한계가 있어 주민들은 가능하다면 재건축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준공한 지 아직 30년이 되지 않았거나 빠른 사업 진행을 원한다면 리모델링이 답이 될 수 있다. 재건축은 첫 관문인 안전진단 통과부터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구역지정 및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리모델링은 안전진단과 건축심의 등만 거치면 되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 각종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늘어나면서 법규가 더 구체화되고 성공 사례가 축적되면 갈수록 선호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