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RES 인수전 막판 1兆 써낸 한화솔루션…판을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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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클! K기업한화솔루션이 지난 8월 프랑스 재생에너지 전문기업 RES프랑스 지분 100%를 7억2700만유로(약 1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하자 글로벌 투자은행(IB)업계와 외신에선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RES프랑스는 4월 시장에 매물로 나온 뒤 많은 글로벌 기업의 러브콜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프랑스 최대 에너지기업 토탈을 비롯해 대형 건설회사인 빈치, 독일 최대 전력회사 RWE 등 유럽 굴지의 기업들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2) M&A 시장 주목받는 K기업
SK, 佛 CMO社 속전속결 인수
업계 "누구도 예상 못한 결과"
마그나는 LG에 합작법인 요청
한국기업 자문 꺼리던 글로벌 IB
해외투자 늘어나자 잇단 러브콜
일부 대기업엔 한달 50건 쇄도
한국경제신문·한경TV 공동 기획
하지만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든 한화솔루션의 과감한 베팅에 판세는 확 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RES프랑스가 당연히 유럽 회사에 넘어갈 것이란 관측이 많았는데,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며 “태양광 사업에 진출한 지 10년밖에 안 된 한화솔루션이 이번 인수를 통해 글로벌 키 플레이어 반열에 올라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IB “韓기업은 최우선 고려 대상”
4일 IB업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IB들이 국내 기업에 인수합병(M&A) 및 기업공개(IPO) 관련 자문을 하겠다는 제안이 올 들어 급증하고 있다. SK 한화 등 사업 확장에 적극적인 대기업엔 한 달에 40~50건가량의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고 IB업계 관계자는 전했다.몇 년 전만 해도 글로벌 IB업계에선 국내 기업을 자문하는 건 ‘미친 짓’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IB비즈니스는 자문한 거래가 성공하면 막대한 수수료를 얻지만 실패하면 자문료를 받을 수 없는 구조다. 과거엔 한국 기업이 해외 기업 인수에 성공할 가능성이 낮았고, 시도 자체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해외 투자에 나서면서 IB업계의 시각도 달라졌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바이오, 수소, 재생에너지 등 유럽과 미국 기업이 강점을 보이는 분야에 투자를 늘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바이오·수소 등으로 영역도 넓어져
투자형 지주사인 SK㈜의 프랑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 이포스케시 인수는 한국 기업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시켜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바이오 CMO업계는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이 인수 시도조차 해보기 어려울 정도로 업종 내 벽이 높았던 분야다.이포스케시가 지난해 시장에 매물로 나오자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 및 사모펀드(PEF) 운용사 다수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SK㈜는 경쟁사들을 제치고 작년 11월 독점 인수협상에 들어갔다고 발표했고, 4개월 만인 올 3월 속전속결로 인수계약까지 체결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누구도 SK㈜가 이 회사를 인수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포스케시는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 성장을 전폭 지원할 전략적 투자자를 강력히 원했고, 결국 한국의 SK그룹을 낙점했다.
LG전자가 지난 7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전자동력장치) 분야 합작법인을 설립하게 된 배경에도 마그나의 적극적인 협력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BD) 인수 역시 BD 측이 먼저 현대차 쪽에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견기업에도 잇단 러브콜
한국의 10대 그룹만 글로벌 M&A 시장에서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DL그룹(옛 대림그룹) 석유화학 자회사인 DL케미칼이 최근 미국 석유화학기업 크레이튼을 약 2조원에 인수한다는 발표 역시 시장을 놀라게 했다. 석유화학업의 종가로 불리는 미국의 유명 기업을 한국의 중견기업이 인수하기로 하자 ‘한국의 다윗이 미국의 골리앗을 인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하이브(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네이버 등 ‘K콘텐츠’ 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핵심 플레이어로 떠오르고 있다. 하이브는 올 4월 팝스타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 소속사로 유명한 이타카홀딩스를 9억5000만달러(약 1조1200억원)에 인수했다. 세계 최대 PEF인 블랙스톤이 디즈니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 인사와 손잡고 먼저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고배를 마셨다.
IB업계 관계자는 “신산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의 대대적인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피인수 기업과 글로벌 IB업계의 러브콜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강경민/차준호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