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K바이오의 꿈' 이루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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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섭 < 연세의료원장 yuea@yuhs.ac >백신 접종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부와 의료계는 물론 사회 각층이 협력하며 우리는 1년 넘게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다시금 깨달은 사실 하나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와 의료인력, 임상치료 수준이 세계 그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우수하다는 것이다. 방역시스템, 생활치료센터 도입, 진단키트 개발, 중증환자에 대한 폐이식, 혈장치료 등 코로나19 대응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런 높은 수준의 대한민국 의료를 산업과 연계해 미래 먹거리로 발전시키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의료산업에 관한 노력은 이전부터 있었다. 10여 년 전부터 추진해온 해외 환자 유치는 성공적으로 안착했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소위 개점휴업 상태다.해외 환자 유치를 벗어나 조금 다른 시각을 가져보자. 지금처럼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는 새 접근법이 필요하다. 바로 기술이다.
진단키트와 치료제 개발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선전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오랜 기간 정부와 민간의 투자로 바이오 기술력이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2019년 과학기술기획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바이오헬스 기술력은 세계 4위 수준이며, 전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바이오 관련 기술지표가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신약개발과 같은 고부가가치 기술력은 아직 선도국에 비해 부족하다.
우리 의료기술이 반도체 분야처럼 세계를 선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연구개발 투자 고도화가 필요하다. 경쟁력을 가진 분야에 민간과 대학이 함께 연구할 수 있게 전략적이고 집중적인 투자가 있어야 한다. K바이오 랩 허브 사업이 좋은 사례다.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쟁력 있는 바이오산업 분야 인재로, 임상의사이자 기초과학지식을 가진 의사-과학자(의과학자·physician-scientist) 양성이다.
해마다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의과대학에 입학한다. 그들은 의사, 전문의가 되기 위한 과정을 통해 의료 현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알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의과학자들이 신약이나 의료기기 개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도 의대 학생들이 환자 진료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기초과학을 함께 공부해 바이오헬스 관련 기술개발의 핵심 인재가 되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임상의사로서 수련과 기초과학 학위라는 수년의 과정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어야 하고, 이들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터전도 마련해야 한다.
과거 우수한 인재들이 이공계를 지원하며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선도해 우리나라 발전을 이끌었다면 이제 의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바이오헬스 산업을 통해 우리나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회와 여건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