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선명히 드러낸 가을의 풍요…반 고흐 '프로방스의 추수'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황금빛으로 물든 밀밭에서 가을걷이에 분주한 농부 위로 따가운 가을볕이 내리쬔다. 하늘은 더없이 청명하고, 맑고 서늘한 공기를 통해 보는 만물은 평소보다 더 선명한 빛을 발하는 듯하다. 건초 더미와 밀밭, 야트막한 산들과 푸른 하늘의 강렬한 색채 대비가 가을의 풍요로움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프로방스의 추수’다.

고흐가 1888년 가을 프랑스 프로방스에서 그린 이 그림은 가을을 소재로 한 수많은 명화 중에서도 손꼽히는 걸작이다. 고흐를 생각하면 대개 강렬하고 어두운 색채와 음울한 그림이 떠오르지만,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농촌 풍경의 아름다움은 그가 화가 인생을 통틀어 가장 큰 관심을 쏟은 주제 중 하나였다.이 그림을 그리던 시절 고흐는 샘솟는 행복과 창의력을 만끽했다.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는 가을의 아름다움을 눈앞에 둔 기쁨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지금은 가을이라 밀밭을 마음껏 그릴 수 있는 기회야. 농부들이 포도 수확하는 모습, 바다 풍경도 그려야 하니 가을은 더욱 바쁘구나. 난초들은 분홍빛과 흰색인데, 밀밭은 노란색이고 바다는 파랗다니까. 정말이지 가을은 온통 빛으로 가득 차 있구나….”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