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격차 해소' 내걸고 아베노믹스 수정…시장은 의구심

"새로운 자본주의의 실현 지향"…요미우리 "분배 두텁게 하는 경제정책으로 방향전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신임 일본 총리가 9년 가까이 일본 경제 정책의 주축이던 '아베노믹스'를 사실상 수정하기로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기시다 총리는 4일 열린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내가 지향하는 것은 새로운 자본주의의 실현"이라면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사회 개척"이라고 자신이 추진할 경제 정책의 구상을 제시했다.

그는 "성장뿐이고 그 과실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으면 소비나 수요가 활발해지지 않으며 다음 성장도 기대할 수 없다"며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실현해 국민이 풍요로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경제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아베노믹스의 수정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기시다 내각은 아베노믹스를 수정해 양육 세대나 중소기업에 대한 분배를 두텁게 하는 경제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한다"고 5일 분석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아베노믹스가 격차를 확대한다는 비판에 입각해 격차 시정을 독자적인 색깔로 내세우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풀이했다.

기시다는 분배 전략으로 하청기업 등에 대한 분배, 중산층 확대, 아이를 키우는 세대에 대한 지원, 의료·돌봄·양육 등의 공적 서비스 가격 정책 재검토, 장기재정정책 등을 제시했다. 기시다 내각은 주식 매매 차익이나 배당 등에 대한 과세 강화에 의욕을 보이고 있으며 분배를 중시해 부유층과 빈곤층,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도시와 지방 도시 등의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4일 회견에서 금융소득 과세 체계 수정의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다양한 선택지 중 하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를 수정해 분배를 강화하는 전략에 대해서는 재원 마련 방안이나 실효성 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고바야시 신이치로(小林 眞一郞) 미쓰비시(三菱)UFJ 리서치 앤 컨설팅 수석연구원은 "분배를 중시하는 경제정책이 국채 발행에 의지한 나눠주기 전략에 그친다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서 "분배를 하려면 우선 경제의 파이를 크게 할 필요가 있으며 성장전략이 중요해진다"고 요미우리에 의견을 밝혔다.

그는 앞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이 디지털화와 탈탄소 등을 주요 정책으로 내걸었으나 목표 설정에 그쳤을 뿐이라면서 기시다 총리가 조기에 정책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은 사설에서 "성장의 열매를 국민에게 골고루 나눠준다는 생각에는 이론(異論)이 없으나 파이 확대가 기대되지 않는 채 분배 우선으로 재정 출동이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득 과세 확대 가능성이나 분배 중시를 내건 기시다의 경제 정책에 시장은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도쿄 주식시장의 닛케이 평균주가(225종, 닛케이지수)는 기시다가 취임한 4일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으며 5일 오전 11시 5분 현재 전날보다 841.21포인트(2.96%) 낮은 27,603.69를 기록하고 있다.

전날 미국 뉴욕 증시 급락의 여파인 측면도 있다. 기시다는 "성장은 계속해서 매우 중요한 정책 테마"라며 과학기술 육성과 투자, 디지털 전원 도시국가 구상, 경제 안전보장 정책 강화 등을 성장 전략으로 꼽았으나 시장이 그 효과에 관해 의구심을 보이는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