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차도 안된다"…코로나 뚫고 러시아 계약 따낸 한국 기업

中기업 제치고 7억원 사업수주
5개월간 화상미팅으로 도면 완성
대원GSI는 우리나라 최초로 곡물색채선별기를 만든 기업이다. 서보성 대원GSI 대표(사진)의 조부가 설립해 3대째 내려오고 있다. 주요 사업 파트너는 러시아다. 대원GSI의 수출총액의 25% 가량인 1000만달러(117억 7000만원)를 매년 러시아에서 벌어들인다.
서보성 대원GSI 대표. 대원GSI 제공
올해도 대원GSI는 러시아 아무르주에 위치한 콩 재배기업 ANK홀딩스의 신공장에 색채선별기를 설치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곡물색채선별기는 설치 과정에서 1㎜의 오차도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에 대개 기술자들이 직접 출장을 가 설치공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하늘길은 막혀있는 상황이었고 인천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가는 항공편을 구할 수 없었다. 대원GSI 기술팀은 결국 모스크바까지 9시간, 그리고 목적지까지 8시간이 더 걸리는 경유 항공편을 이용해 ANK홀딩스에 도착했다. 평소 3~4시간이면 도착했을 현장을 약 20시간을 걸려 도착한 것이다. 기술자들은 바로 설치공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몇몇 직원들이 실제로 코로나19에 확진되는 일도 발생했다. 양성반응이 나온 직원들은 급히 귀국했고 다른 직원들이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곧바로 20시간의 비행길에 올랐다. 서 대표는 “개별 곡물에 따라 주문제작 및 설치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색채선별기 특성상 현장을 보는 것과 보지 않는 것은 차이가 크다”며 “코로나19로 여러 직원들이 고생했지만 결국 힘을 합쳐 계약을 마무리지어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ANK홀딩스 관계자와 곡물색채 선별기 설치를 논의하는 대원GSI 관계자. 대원GSI 제공
대원GSI가 ANK홀딩스와 처음 계약을 체결한 것은 지난해 5월이었다. ANK홀딩스는 올해 3월까지 첫 수출을 해야했기 때문에 하루 빨리 곡물색채선별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때도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선별 곡물에 따라 주문제작을 해야 하는 색채선별기 특성상 대면미팅이 필요한데 코로나19로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대원GSI는 ANK홀딩스와 5개월간의 화상미팅을 통해 도면을 완성해나갔으며 종자 정선 및 선별라인 일체를 설치하는 66만 달러(7억7200만원) 상당의 계약을 따냈다.
러시아 ANK홀딩스의 신공장에 설치된 대원GSI 곡물색채 선별기. 대원GSI 제공
서 대표는 “비대면 미팅으로 도면을 잡아나가는 과정이 힘들긴 했다”면서도 “중국 회사의 제품은 정확도가 떨어져 ANK홀딩스가 대원GSI와 계약을 맺은 만큼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서 대표는 “3세 경영이다 보니 대표치고는 나이가 어린 편”이라며 “그런데 화상으로 미팅을 진행하니 상대 회사쪽에서도 아무래도 컴퓨터에 능숙한 2세 경영인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대가 비슷한 파트너와 회의를 진행하다보니 격식 차리지 않고 오히려 말이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