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먹통…위기의 페이스북 주가 폭락

글로벌 종목탐구

하루 만에 주가 5% 떨어져
저커버그 재산도 8조원 증발
충격에 FAANG주가도 '흔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 페이스북이 내우외환 국면을 맞았다. 페이스북과 계열 서비스인 인스타그램, 와츠앱 등은 4일(현지시간) 세계적으로 5시간 넘게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전날에는 “페이스북은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내부 고발자의 폭로가 나왔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반독점 소송에도 시달리고 있다.

이날 페이스북 주가는 전날보다 4.9% 내린 326.2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9일 사상 최고가(382.18달러)를 찍은 이후 14.6% 급락한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순자산은 이날 하루 새 70억달러(약 8조3000억원) 증발했다.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는 트위터에서 “오늘 마치 폭설이 내린 날 같다”고 했다.

사상 초유의 접속 장애

페이스북 ‘먹통’ 사태는 미국 동부시간으로 이날 오전 11시40분께 시작됐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와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가상현실(VR) 기기 오큘러스 등의 서비스가 에러 메시지를 표시하며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문제가 생긴 것은 페이스북 제품과 서비스뿐만이 아니었다. 회사 내부 업무 시스템도 마비되면서 이메일, 내부 통신망 등이 차단됐다. 출입 시스템 문제로 일부 직원은 사무실에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접속이 막힌 지 5시간이 넘어서야 서비스가 복구됐다. 페이스북 기술팀은 사고 원인에 대해 “데이터센터 간 네트워크 트래픽을 조정하는 백본(기간망) 라우터 환경설정의 변경 사항들이 통신을 방해했다”고 밝혔다. 네트워크 트래픽이 끊기면서 데이터센터 통신이 연속적으로 영향을 받았고, 이 때문에 서비스가 중단됐다는 설명이다.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태로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큰 피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영업하는 소상공인 등이 적지 않아서다. 페이스북과 관련 서비스 이용자는 35억 명 이상으로 세계 인구(약 79억 명)의 약 44%에 달한다.

저커버그는 “소중한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분이 우리 서비스에 의지하는지 알고 있다”고 사과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페이스북 주가가 떨어지면서 저커버그의 순자산은 지난달 초 1420억달러에서 1209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한때 3위였던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순위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다음인 5위로 밀렸다.

쏟아지는 악재

페이스북에 닥친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전날 페이스북 내부 고발자인 프랜시스 호건은 미국 방송사 CBS의 시사 프로그램 ‘60분’에 등장했다. 그가 신분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었다. 앞서 호건은 “인스타그램이 10대 정신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페이스북은 이를 방관했다”고 폭로했다. 정치인, 스포츠 스타 등을 VIP로 특별 관리하며 이들의 가짜 뉴스 게시물에 특혜를 준 사실도 공개했다.그는 “페이스북이 사회적 이익과 기업 이익 사이에서 항상 기업의 이익을 택했다”고 주장했다.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관련 증언에도 나섰다. 호건은 “페이스북이 회사의 중요한 정보를 투자자에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소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도 페이스북이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페이스북은 이날 인스타그램과 와츠앱의 매각을 강제하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반독점 소송을 기각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FTC는 페이스북이 월간 실사용자의 65% 이상을 점유하면서 소셜미디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페이스북 주가 급락이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주식으로 일컬어지는 빅테크 주식에도 부정적 효과를 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아마존(2.9%) 애플(-2.5%) 넷플릭스(-1.6%) 구글 모회사 알파벳(-2.1%)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블룸버그는 FAANG 주가 급락으로 S&P500지수가 크게 흔들렸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S&P500지수에서 FAANG이 차지하는 가중치는 22%에 달한다”며 “FAANG 주가가 떨어지지 않았다면 이날 S&P500지수 하락폭은 절반에 그쳤을 것”이라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