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크록스' 생활…의사·MZ세대 사로잡은 이 신발

가볍고 편안한 신발의 대명사
올 2분기 매출 작년보다 2배
주가는 1년 새 270% 급등

물놀이 등 레저용 신발서
학교·병원 등 실내화로 인기

바이오소재 등 ESG 경영 앞장
"코로나 이후에도 성장 모멘텀"
'슬기로운 의사생활' /사진=tvN 제공
최근 의학 드라마에 꼭 등장하는 것이 있다. 낭만, 로맨스, 권력 싸움? 아니다. 바로 크록스(CROX) 신발이다. 최근 종영한 인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의료진은 하나같이 앞이 뭉툭하고 구멍이 뚫려 있는 크록스 신발을 신고 있다. 실제 의사들이 크록스를 애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편안하고 가볍기 때문이다.

편안한 신발의 대명사가 된 크록스는 2021년 1, 2분기 50% 넘는 매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을 자랑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편안한 신발을 찾는 사람이 늘었고, 유명 연예인과 협업해 MZ세대(1980~2004년생)를 사로잡았다. 실적은 그대로 주가에 반영됐다. 크록스 주가는 올 들어 100%, 최근 1년간 270%가량 급등했다.

실용적인 신발에서 힙한 신발로


2002년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탄생한 크록스의 목표는 시작부터 철저히 ‘실용성’이었다. 린든 핸슨 등 크록스 창업자들은 바다에서 서핑하던 중 신발에 물이 들어가 애를 먹었다. 이때 “물이 쉽게 빠지는 신발이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연구개발 끝에 크록스를 창업했다.

크록스의 대표 상품인 클로그(clog)는 ‘어글리 슈즈’라고 불린다. 앞부분이 뭉툭하고 구멍이 뚫려 있다. 투박한 디자인이다. 대신 편안함을 자랑한다. 자체 개발한 특수 소재를 활용해 가볍고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다.

크록스는 물놀이 등 레저 시장을 겨냥했지만 특유의 편리함 덕분에 학교부터 병원에서까지 사랑받는 실내화로 거듭났다. 크록스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호평받으며 2002년 출시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7억 켤레 넘게 팔렸다.최근에는 실용성에 ‘힙함’이 더해져 MZ세대에게 주목받고 있다. 크록스 신발을 자신의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액세서리인 ‘지비츠’가 최근 인기를 끌면서 ‘나만의 것’을 추구하는 MZ세대를 사로잡고 있다.
또 크록스는 미국의 인기 스타 저스틴 비버와 포스트 말론, 디자이너 베라 브래들리 등과 협업한 제품을 내놓아 MZ세대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제품들은 출시된 지 몇 시간 만에 매진됐다. 지난해 미국의 유명 DJ 퀘스트러브가 황금색 크록스 신발을 신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에 올라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내년 봄에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와 손잡고 하이힐 크록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크록스는 디지털 플랫폼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짧은 동영상 플랫폼 앱 ‘틱톡’에서 크록스 관련 동영상 조회 수는 15억 회에 달한다. 크록스의 올 2분기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4%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6.4%에 이른다.미국 투자은행 파이퍼제프리가 10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브랜드 선호도 설문조사에서 크록스는 2017년 38위, 2018년 13위, 2019년 7위를 기록하며 매년 순위가 오르고 있다.


'집콕 핫아이템' 코로나19 반사이익

코로나19로 패션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동안에도 크록스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어려워지자 사람들이 집이나 공원에서 편하게 신을 수 있는 크록스를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크록스의 지난해 매출은 13억8600만달러, 영업이익은 2억1400만달러로 각각 전년 대비 13%, 66%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로 상당 기간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았음에도 호실적을 낸 것이다.

매출 증가세는 올 들어 가팔라졌다. 크록스의 올 1분기 매출은 4억6010만달러로 월가의 전망치인 4억1500만달러를 뛰어넘었다. 지난해 1분기보다 약 6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억2500만달러로 500% 가까이 폭증했다.

지난 2분기 실적은 그야말로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매출은 6억41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세 배 이상 늘었다. 미주 지역에서 매출은 136% 증가했다. 크록스는 “올해도 작년 대비 매출이 60~65%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ESG 경영으로 성장세 이어간다


크록스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성장 모멘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MZ세대가 크록스의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잡고 있어서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MZ세대가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30년까지 55%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크록스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크록스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4일에는 환경오염을 줄이는 바이오 소재를 공개하며 2022년까지 모든 신발에 이 소재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경제매체 패스트컴퍼니는 “젊은 세대는 물건을 구매할 때 환경보호에 힘쓰는 브랜드를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며 “크록스의 정책이 성장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아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도 주목할 만하다. 5년간 감소세를 보이던 크록스의 아시아 지역 매출이 2019년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현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크록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인 12MF PER이 16.6배로 글로벌 경쟁사 평균(22.5배)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단기 주가 급등에도 가격 부담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미국 주식정보사이트 팁랭크는 크록스에 대해 ‘매수’ 의견을 냈다. 애널리스트 10명 중 7명이 매수, 나머지 3명은 중립이라고 했다. 단기 목표 주가는 179.67달러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