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 부위' 적나라해서"…'다비드상' 누드 검열 논란 [김동욱의 하이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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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는 게 아닌데”최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2020 두바이 엑스포’에서 미켈란젤로의 조각상 '다비드상'이 누드 검열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보수적인 이슬람 문화 특성상 인간의 알몸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서구 조각상을 그대로 전시할 수 없기에 빚어진 고육책이라는데요.
꽁꽁 감춰진 인체의 ‘아름다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아름다운 인체상을 모욕적으로 대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남성 성기를 꼭꼭 감췄다"는 서구언론의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두바이 엑스포 측의 다비드상 전시 방식이 미켈란젤로가 의도했던 감상 방식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어서 예술품을 올바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비록 원본이 아니라 초정밀 복사본이라 하더라도 조각품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구도를 무시했다는 주장입니다.이번에 두바이 엑스포 이탈리아관에 설치된 다비드상 복제품은 이탈리아가 자국의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3D) 프린터를 이용해 5.18m 원본 크기 그대로 재현한 것입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만들어진 복제품은 에미리트 항공기에 실려 두바이로 옮겨졌습니다.
문제는 전시관 2개 층에 높이의 조각상을 한눈에 바라볼 수 없게 설치했다는 것입니다. 1층에선 다비드의 하체만, 2층에선 다비드의 상체만 보이게 했습니다. 특히 허리 부위는 팔각형 석판과 기둥에 가려 '중요 부위'를 꽁꽁 싸맨 모양새가 됐습니다. 그나마 일반 관람객에겐 1층 출입도 금지됐다고 합니다.잘 알려져 있다시피 다비드상은 아래에서 위로 조각상을 올려다보는 것을 고려해 제작됐습니다. 2m 높이의 받침대 위에 5m 높이의 조각상이 들어선 탓에 정상적인 인체 비례대로 조각할 경우 머리가 너무 작게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원근법을 고려해 전체 신장에서 머리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가분수'형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돌을 든 긴장된 모습을 아래에서 느낄 수 있게 하려고 손의 크기도 유난히 크게 제작됐습니다. 따라서 수평적인 시선에서 다비드상을 바라볼 땐 비례가 무너져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특히 사시에 두상이 납작한 얼굴도 매력적인 남성상과는 거리가 멉니다. 콧구멍도 매우 넓습니다. 대신 다비드상의 오른쪽 뺨 아래에서 바라본 얼굴에선 공포와 긴장이 서린 다비드상의 표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이런 점이 모두 무시되고, 조각상의 전체 모습을 볼 수도 없고, 아래에서 바라보는 것은 불가능하며, 중요 부위(?)는 비정상적으로 가려졌고, '못생기고' 결함이 많은 얼굴만 정면에서 가까이 볼 수 있도록 했으니 사실상 조각품 감상에 '테러'를 가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입니다.사실 미켈란젤로만큼 감상자의 '시선'을 중시한 조각가가 드물다고 할 수 있는데요. 유명한 피에타상도, 성베드로성당에서 보통 사람의 시선에서 보자면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의 '덩치', 특히 어깨가 너무 넓어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하지만 피에타상은 인간이 보라고 만든 것이 아니라고 하는데요. 신의 시선, 천사의 시선인 위에서 피에타상을 바라보면 전혀 다른 이미지가 드러납니다. 마치 "너희들 보라고 만든게 아니다!"라는 일갈이 들리는 듯 합니다.원본을 40시간에 걸쳐 정밀하게 디지털로 스캔해 대리석에 난 흠집 하나까지 잡아낸 아무리 정교한 복제품이라 하더라도 작품 감상의 기본을 망각할 경우, 작품의 명성과 가치에 큰 오점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을 이번 두바이 엑스포의 사례가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