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활황에 주목받는 '미국판 직방' 컴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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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동산 시장 활황 맞아‘골드러시에서 돈을 번 사람은 금을 캔 사람이 아니라 삽이나 곡괭이를 판 사람이다.’
1년 만에 시장점유율 두 배
올 2분기 매출, 작년 대비 약 3배
중개업자 이탈률 가장 적어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서비스 제공
소프트뱅크도 10억달러 투자
경기가 과열될 때 시장에 직접 투자하기보다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편이 더 확실한 수익 창출 방법이라는 뜻의 투자 격언이다.미국 집값이 30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부동산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미국 부동산 온라인 중개 플랫폼회사 컴패스(COMP)가 주목받는 이유다. 컴패스는 편리한 거래 방식과 고객 데이터 분석을 통해 부동산 중개인을 끌어모으며 1년 만에 시장 점유율을 두 배로 늘렸다. 2021년 2분기에는 매출이 두 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중개업자들이 애용하는 플랫폼
2012년 설립된 컴패스는 미국의 대표 프롭테크(부동산+기술) 기업이다. 트위터 엔지니어였던 오리 앨런과 맥킨지, 골드만삭스 등에서 근무한 로버트 레프킨 등이 공동 창업했다. 미국 62개 도시권에서 부동산 거래를 중개하고 있으며 제휴한 부동산은 2만 곳에 달한다.
컴패스는 부동산 거래 절차를 간소화하고 효율성을 높여 고객은 물론 부동산 중개인으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각 지역의 부동산 중개인과 계약을 맺어 거래를 중개한다. 한국의 부동산 중개 플랫폼인 직방이나 다방과 비슷하다. 경쟁 업체인 질로우나 레드핀에 비해 컴패스는 전통적인 방식인 부동산 중개에 집중한다. 질로우는 부동산 중개보다 부동산 매물과 가격 정보를 알려주는 플랫폼에 가깝다. ‘아이바잉(iBuying)’ 서비스를 통해 직접 부동산을 사들여 수리한 뒤 판매하기도 한다. 레드핀은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직접 자체 중개인을 고용해 부동산을 팔고 있다.
반면 컴패스는 철저히 중개업에 집중하고 있다. 질로우의 아이바잉과 비슷한 서비스인 ‘컴패스 컨시어지’는 직접 부동산을 사들여 수리하는 게 아니라 부동산 판매자의 집수리 견적을 짜주고 판매까지 도와주는 서비스다. 부동산 중개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것이다.여기에 컴패스는 부동산 중개인에게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이트 방문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어떤 집이 잘 팔리고 어떤 고객이 어떤 형태의 집을 찾는지 부동산 중개인이 쉽게 알 수 있게끔 했다. 그 결과 올 2분기 컴패스와 계약한 부동산 중개인이 1분기 대비 20% 늘었다. 또 계약한 부동산 중개인 중 90% 이상이 이탈하지 않고 플랫폼에 머물러 업계에서 중개인 이탈률이 가장 낮았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모틀리풀은 “주택 판매자의 89%와 주택 구매자의 88%가 여전히 부동산 중개인을 이용하고 있고, 이 수치는 지난 10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며 “이런 면에서 컴패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여전히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컴패스는 손정의 회장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투자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소프트뱅크는 컴패스에 10억달러(약 1조1780억원)를 투자해 지분의 35%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뛰는 집값에 매출도 고공행진
컴패스는 미국 집값 상승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주택시장 호황에 급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금리가 낮아져 주택 수요는 늘었지만 원자재값과 인건비가 뛰어 주택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에 따르면 2021년 6월 미국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8.6% 상승했다. 30년 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8월에도 미국의 평균 집값은 1년 전보다 14.9% 올랐다. 주택 재고는 1년 전보다 13.4% 감소했다. 미국 부동산중개업체 리앨터닷컴에 따르면 미국 내 주택 부족 물량은 524만 채에 달한다. 부동산시장에 뭉칫돈이 몰리자 컴패스 매출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올 1분기 매출은 11억1400만달러(약 1조3122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약 80% 늘었다. 2분기에는 매출이 19억5100만달러(약 2조2982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6% 증가했다. 게다가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210만달러(약 24억원)로 2분기 대비 102% 늘면서 흑자 전환했다.
로버트 레프킨 컴패스 최고경영자(CEO)는 “올 2분기 기준 컴패스의 시장 점유율은 6.2%로 전년(3.3%)보다 두 배 정도 증가했다”며 “부동산 거래 건수 증가율도 140%로 업계 평균인 32%를 훨씬 웃돌았고, 하반기에는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격적인 투자로 성장세 이어간다
컴패스는 장기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시장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어서다. 컴패스는 지난 2분기 15개 도시에 새로 진출해 미국 인구의 약 45%가 살고 있는 62개 지역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실시간으로 각종 부동산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성격의 ‘컴패스 컬렉션’과 인터넷 트래픽 분석이 가능한 정보 분석 플랫폼 ‘컴패스 인사이트’ 등 자체 기술력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투자에 집중한 탓에 아직 수익이 나지 않고 있다는 게 약점으로 지적된다. 모틀리풀은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우버나 도어대시 같이 컴패스도 막대한 투자로 부동산 중개인을 끌어모았기 때문에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미국 금융정보 사이트 팁랭크에 따르면 컴패스는 월가 애널리스트 5명 중 4명에게 ‘강력 매수’ 등급을 받았다. 향후 1년 주가 목표 평균치는 22.8달러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