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15분이면 처방... 보험의 혁신 '오스카헬스'

알파벳이 투자한 이 기업
복잡한 의료보험 절차 삭제
앱 하나로 진료부터 청구까지

원격의료 혁신
50% 저렴한 진료비
15분이면 처방전 나와

오바마케어 수혜주
올 2분기 매출 작년 대비 4배
공격적 투자로 점유율 확대 나서
미국은 의료 불모지로 꼽힌다.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의료 기술을 갖고 있지만 천식으로도 사람이 죽어 나간다. 천문학적인 의료비 때문이다. 정부도 쉽게 해결하지 못한 미국의 의료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겠다고 도전장을 내민 기업이 있다. 미국의 신생 의료보험사 오스카헬스(OSCR)다.

오스카헬스의 기술은 앱 하나에 집약돼 있다. 미국에서 의료보험금을 받으려면 미리 병원에 보험이 적용되는지 전화를 돌리고 몇 주 전에 진료 예약을 잡아야 한다. 오스카헬스는 이런 불필요한 과정을 없앴다. 앱에서 의사의 프로필을 보고 진료를 예약할 수 있으며 보험금 청구 과정도 간단하다. 필요하다면 원격의료를 통해 집에서 간편히 진료를 볼 수도 있다.

원격의료 통한 혁신


2012년 설립된 오스카헬스는 다른 신생 보험회사와 비슷하게 열악한 미국 의료 현실을 지적하며 업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마리오 슐로서 오스카헬스 공동창업자는 부인이 출산할 당시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물론 보험 청구 방식이 복잡하다는 문제를 느끼고 오스카헬스를 창업하기로 결심했다. 복잡한 보험 청구 방식을 간편하게 바꾸고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여기까지는 일반 보험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오스카헬스의 차별점은 ‘기술’에 있다. 오스카헬스는 단순 보험회사가 아니다. 보험에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인슈어테크기업이다.
설립 초기부터 기술에 집중한 오스카헬스는 원격 의료 서비스인 ‘닥터 온 콜(Doctor on Call)’을 선보였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24시간 동안 언제든지 집에서 편리하게 15분 안에 진료를 받고 처방전까지 발급받을 수 있다. 보통 미국에서 의사를 만나려면 예약해야 하는 것은 물론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혁신적인 의료 서비스다.원격의료의 또 다른 장점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이다. 오스카헬스에 따르면 원격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면 통상적으로 진료 비용이 50%가량 저렴하다. 예를 들어 천식 진료 비용은 대면 진료일 때 948달러에 달하지만, 원격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면 4분의 1 수준인 263달러에 불과하다.

원격의료 서비스를 통해 보험료 지급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보험회사가 수익을 내려면 이용자들이 타가는 보험금을 줄여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이용자의 건강 상태를 자주 체크해 큰 병이 생기기 전에 잡아내면 된다. 오스카헬스는 싸고 간단한 원격의료 서비스를 통해 보험 손해율을 2017년 95% 수준에서 2021년 1분기 74%로 낮췄다.

이 같은 혁신으로 오스카헬스는 일찍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으로부터 3억7500만달러(약 4417억원)를 투자받았다. 오스카헬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동생인 조시 쿠슈너가 공동창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오바마케어 대표 수혜 종목


오스카헬스는 ‘오바마케어’의 수혜 종목으로 꼽힌다. 오바마케어는 전 국민 의료보험 가입 의무화를 골자로 한 법안이다. 오바마케어가 확대될수록 미국 보험 시장이 커진다는 의미다. 현재 1조달러 수준인 미국 의료보험 시장은 2027년까지 4조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스카헬스는 오바마케어 상품을 내놓으며 빠르게 이용자 수를 늘려가고 있다. 그 결과 2014년 1만5000명에 불과하던 이용자가 2020년 40만 명에 달했고, 2021년 2분기에는 56만 명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건강보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데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케어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구조 계획을 발표하고 오바마케어 보조금을 늘렸다. 마리오 슐로서 오스카헬스 최고경영자(CEO)는 “바이든 행정부의 보조금 정책 덕분에 가입자가 12만 명이나 증가했다”며 “내년까지 서비스 지역을 22개 주로 확대해 점유율을 늘려갈 것”이라고 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오스카헬스는 바이든 행정부가 내놓은 오바마케어 확대 정책의 수혜를 보고 있다”며 “이 같은 정책 기조로 앞으로 신규 가입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평가돼 성장 여지 충분


올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오스카헬스 주가는 현재 최고점 대비 50%가량 빠져 있는 상태다. 이에 미국 투자전문매체 모틀리풀은 “오스카헬스가 상장할 당시 미국은 밈 주식(개인투자자들의 유행 종목) 투자 열풍에 빠져 있었다”며 “크게 나쁜 뉴스가 없었음에도 성장주 매도세에 오스카헬스 주가도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19개 주에서만 운영되고 있어 운영을 확장할 여지가 많은 데다 주 고객층이 관리 비용이 적게 드는 젊은 세대이며 기술 활용도도 높아 장기적으로 성장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매출 증가세에도 아직 적자 상태라는 게 약점으로 지목된다. 오스카헬스의 올 2분기 매출은 5억3000만달러(약 6243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30%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7225만달러(약 851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보다 손실이 83%가량 늘었다. 그럼에도 오스카헬스는 앞으로도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투자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미국 금융정보 사이트 팁랭크에 따르면 오스카헬스는 월가 애널리스트 4명 중 3명에게 ‘강력 매수’ 등급을 받았다. 향후 1년 목표주가 평균치는 24.25달러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