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의힘, 하나은행에 "대장동 사업 주주 계약서 공개하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금융권으로 ‘불똥’

野 "하나은행, 신생업체 화천대유와 손잡은 이유 뭐냐"
"화천대유 계약서에 이재명 관여한 단서 나올수도"

국민의힘 "국감서 검찰·금융위·금감원에 의혹 규명 요구"
정치권을 강타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의 불똥이 금융권으로 번지고 있다. 사업 경력이 전혀 없는 신생업체인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조(兆) 단위 이익을 챙기는 과정에 은행권이 협조 또는 방관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어서다. 국민의힘은 금융권 컨소시엄을 주관한 하나은행 측에 주주 간 계약서, 사업 공모 제안서 등 사적인 계약문서도 공개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하나은행은 “비밀약정 의무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반발하지만, 결국 검찰과 경찰의 수사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①신생 민간업체에 수천억 대출?


국민의힘 대장동 게이트 태스크포스(TF) 소속 윤창현 의원(사진 위)은 최근 하나은행에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화천대유와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맺은 주주간 계약서, 공모 제안서 등 사적 계약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성남시가 대장동 사업을 공모하기 일주일 전 설립된 화천대유에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결정이 석연치 한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은행 경영진과 실무진들은 윤 의원실을 찾아가 “당시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과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가 은행을 직접 찾아와 사업 제안을 했다”며 “인·허가 리스크가 적고, 직원들의 사업 경험이 많으며, 분양 수익도 크다고 자체 판단해 사업 참여를 결정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화천대유 대표가 사업경험 및 부동산 자문 이력이 있었고, 회사도 용인과 수원 등에서 도시개발사업을해 본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사업수행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윤 의원은 “그 어떤 대형 시중은행이 사업 이력이 전혀 없는 화천대유와 같은 신생업체에 수천억원규모 PF 대출 약속을 하냐”며 “다수의 금융권 전문가들이 하나은행 측 해명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화천대유는 2015년 2월6일 설립됐다. 대장동 사업 민간사업자 모집 공고 지침안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2월13일 발표됐다. 사업 계획서 제출 마감시한은 그로부터 한달 여 후인 3월26일이다. 정치권에선 “특정 대학 인맥이 뒤를 봐줬다”는 소문이 있다. 김 전 부국장, 이 대표가 모두 성균관대를 나왔다. 화천대유 자회사인 천화동인 1호의 이한성 대표, 대장동 사업개발 시행사인 성남의뜰의 고재한 대표도 성균관대 출신이다.


②하나은행, 성남의뜰 이사회서 무슨 역할했나


TF는 성남의뜰 이사회의 개발사업 관련 논의가 민간에 대규모 개발이익을 몰아준 의혹을 규명할 중요한 단서로 보고 있다. 사업 시행 특수목적회사(SPC)인 성남의뜰 주주는 △성남도시개발공사(50%) △하나은행 컨소시엄(43%) △화천대유(1%) △천화동인 1~7호(6%) 등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최근 3년간 배당금은 △하나은행 컨소시엄 32억원 △성남도시개발공사 1882억원 △ 화천대유·천화동인 1~7호 3463억원 등으로 지분 구조와 정비례하지 않는다.

우선주를 보유한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하나은행은 확정 이익을 우선 챙기고, 보통주를 가진 화천대유·천화동인은 초과 수익을 챙기는 구조다. 이런 수익 배분 구조를 포함한 사업의 주요 안건은 성남의뜰 이사회가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는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하나은행, 화천대유 측이 각각 추천한 인사 3명으로 구성됐다. 당시 성남의뜰 이사였던 이 모 부장은 현재도 하나은행에 재직 중이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컨소시엄 측 관계자는 “성남의뜰 대주주는 성남도시개발공사기 때문에 하나은행의 역할이 있을 수 없다”며 “하나은행이 화천대유를 지원했다는 의혹은 적절치 않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과반 최대주주의 권한을 스스로 포기한 셈”이라며 “주주 간 계약서 등 관련 문서를 보면 이유나 배경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천대유 안팎에선 주주간 계약서가 처음 작성된 후 세 차례 이상 변경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검찰도 주주 간 계약서가 바뀌는 과정에 하나은행이 어떤 역할을 했는 지 여부를 들여다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 기획본부장의 구속 사유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배임 혐의도 이런 사업 구조와 무관치 않다. 성남시로 귀속돼야 할 이익 중 상당부문이 민간쪽으로 흘러가도록 유 본부장이 관여했다는 것이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대장동 개발사업의 근거법률인 도시개발법 3, 4조에 따르면 이런 대단위 개발 사업 계획은 성남시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성남시, 하나은행, 화천대유 등 이해관계자가 관련된 계약서를 보면 이런 사실들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재명 경기지사(사진 아래)는 성남시절 당시 단돈 100만원이 들어가는 예산집행도 시장 결재없이 하지 못한다고 공언했다”며 “이 지사가 관여한 증거가 드러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③하나은행 부행장 출신 고문, 무슨 역할?


국민의힘은 화천대유가 이현주 전 하나은행 부행장을 고문으로 스카우트한 것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이 전 부행장은 하나은행의 모태인 한국투자금융 출신으로 한때 은행장 유력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내부 신망이 두터웠다. 2015년 말 하나은행에서 물러난 후 2017년부터 화천대유 고문으로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 거물급 법조인 중심으로 꾸려진 화천대유 고문단에서 이례적인 금융권 인사다.

이와 관련 하나은행 측은 “화천대유와 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 전 부행장은 미국 LA와 애틀랜타 지점 설립 관련 업무를 맡고 있었다”며 “이 전 부행장은 대장동 개발 사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단순 금융업무 관련 고문 역할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부행장을 고문으로 영입한 이후 화천대유는 하나은행 등으로 구성된 금융권 컨소시엄과 총 7215억원 규모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 하나은행의 대출 잔액만 2250억원에 이른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화천대유가 약정한 대출 금리는 대부분 4.25% 또는 4.75%로 당시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보다 1%안팎 높다는 지적을 받았다. NH농협은행(18%) 등 비정상적으로 높은 금리를 지불한 사례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법무부, 금융위, 금감원 등 관계 부처를 중심으로 대장동 게이트와 관계된 금융권 의혹도 분명하게 따져볼 것”이라고 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