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실종됐다 돌아온 '800억원대 초상화' 뭐길래… [김동욱의 하이컬처]

2019년 '여인의 초상'이 재발견된 직후 이탈리아 경찰이 경비를 서는 모습/아트뉴스 홈페이지 캡처
'키스''유디트'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여인의 초상(Portrait of a Lady)'이 24년 만에 일반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이 작품은 원래 이탈리아 북부 피아첸차에 있는 리치 오디 현대미술관 소장품이었지만 1997년 도난됐다가 2019년 극적으로 다시 발견됐습니다.아트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클림트의 1917년작 '여인의 초상'이 재발견 이후 처음으로 이탈리아에서 대중에 공개됩니다. 로마에 있는 팔라초 브라스키(브라스키 궁) 로마 뮤지엄에 10월부터 5개월간 전시될 예정입니다.

작품은 보수작업을 거처 지난해 일반에 다시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공개 시점이 1년 넘게 연기됐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번엔 그 매력을 과시할 수 있게 된 것인데요.

여인의 초상은 클림트가 말년에 그린 여러 개의 여인 초상화 중 하나로 갈색 머리 젊은 여성의 수줍은듯한 표정이 잘 묘사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3년간의 실종 후 24년만에 일반 전시에 나서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여인의 초상'/위키피디아
작품의 도난과 발견사는 한 편의 영화와 같습니다. '여인의 초상'을 1925년 사들였던 리치 오디 현대미술관은 1997년 2월 작품을 감쪽같이 도난당했습니다. 행방이 오리무중이던 이 작품은 23년 뒤인 2019년 12월 미술관의 정원사가 미술관 외벽을 수리하던 중 외벽에 난 구멍에서 이 명작을 다시 발견했습니다.

그림이 나타난 후 두 명의 남성이 경찰에 출석해 자신들이 절도범임을 자백했지만, 이들은 이미 수년 전에 그림을 ‘돌려줬다’고 말해 의문이 증폭됐습니다. 이들 발언의 신빙성은 의심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주장이 사실일 경우 어떤 경로를 거쳐 같은 미술관 외벽에 다시 들어가게 됐는지 미스터리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1969년 분실 뒤 여전히 행방이 묘연한 카라바조의 'Nativity with St. Francis and St. Lawrence'/위키피디아
외신들은 1969년 분실돼 여전히 이탈리아 마피아의 손안에 있다고 여겨지는 카라바조의 'Nativity with St. Francis and St. Lawrence(프란체스코 성인과 로렌초 성인이 함께한 성탄)'이라는 작품 이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도난 이력이 있는 예술품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작품의 가치는 약 7000만달러(약 837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오랜 도난의 이력이 이 작품의 몸값을 더욱 높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