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펩시코 실적에서 알 수 있는 네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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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급반등했습니다. 다우는 0.92%, S&P500지수는 1.05% 상승했고 나스닥은 1.25% 올랐습니다. 오후 한때 S&P500 지수가 1.6%까지 상승하면서 전날 하락 폭을 모두 지우기도 했지만, 장 막판 45분간 상승 폭이 크게 줄었습니다.사실 거시경제 변수는 폭락을 불렀던 전날과 비슷했습니다. 유가 등 에너지 가격과 금리는 이날도 크게 올랐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1.31달러(1.79%) 오른 배럴당 78.93달러에 마감했습니다. 2014년 10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장중에는 배럴당 79.48달러까지 상승했습니다. 브렌트유도 배럴당 83달러를 넘어서 201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전날 OPEC+가 추가 증산 없이 기존 계획대로 11월 하루 40만 배럴만 증산하겠다고 발표한 소식이 시장을 지배했습니다. 게다가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이날 또다시 15% 급등하며 유가를 자극했습니다. 유럽의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익일물)의 가격은 112유로에 달했습니다. 올해 초 20유로 수준이었던 게 6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이는 유가로 환산하면 배럴당 230달러 수준에 달합니다. 이에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도 10% 급등해 13년내 최고가 기록을 세웠습니다.유럽에 가장 많은 천연가스를 공급해온 러시아는 '강 건너 불구경'을 즐기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가스 부족은 그동안 투자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서방국가들을 탓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월가에서는 러시아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드 스트림 2' 완공 및 승인, 그리고 높은 가격으로 장기 공급계약을 맺기 위해 올해 의도적으로 공급량을 줄여왔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10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5bp나 올라서 1.532% 수준에 거래됐습니다. 전날 뉴욕 증시 급락세로 인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져 덜 올랐던 금리가 이날 더 오른 겁니다.월가는 올해 말 금리가 1.55~2%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1.55%를 보고 있고, 씨티는 2.0%를 예상합니다. 이는 최근 델타 변이 확산세가 꺾이면서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라올 것으로 보는 데다, 인플레이션 기대치도 계속 높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겁니다.
그런데 뭐가 바뀌었길래 이날은 증시가 반등했을까요. 월가 관계자는 "어제 하락의 원인도 그리 뚜렷하지 않았는데, 이날 반등 원인도 낙폭과대 외에는 뭔가 꼭 집어 설명할 만큼 명확하지는 않다"라고 말하며 몇 가지 요인을 들었습니다.① 바닥친 서비스 경기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9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61.9로 집계돼 전달 61.7보다는 소폭 상승했습니다. 월가 예상치 60도 웃돌았습니다. 델타 변이로 인한 둔화에서 바닥을 치고 반등하는 듯한 모습이 나타난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최근 경제 지표들은 단기 바닥을 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아직 상승 폭이 크진 않아도 델타 변이에서는 확실히 벗어나는 듯하다. 연말 경기가 강하게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습니다.물론 여전히 고용지수가 전월 53.7에서 53.0으로 하락하고, 가격지수는 전월 75.4에서 77.5로 오르는 등 공급망 혼란의 영향은 여전합니다.JP모간은 이날 "경제활동이 지난 8월에 바닥을 형성한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델타 변이 감염 공포가 줄어들고 공급망 병목이 조금씩 해소되면서 경기 회복이 이어져 글로벌 성장률이 4분기 5.2%에 달할 것으로 관측한다. 이는 증시 약세를 제한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② 인프라딜 협상 가능성
이날 아침 CNN은 민주당의 대표적 중도파인 조 맨친 의원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예산안(사회복지 패키지)과 관련, 조 바이든 대통령이 규모를 1조9000~2조2000억 달러로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나는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I'm not ruling anything out)라고 밝힌 겁니다. 그는 지난주 1조5000억 달러가 자신이 찬성할 수 있는 상한선이라고 밝혔었습니다. 그런 맨친 의원도 협상 의사를 보인 것입니다. 3조5000억 달러를 요구해온 진보파들도 협상에 나서는 가운데 맨친 등 중도파도 중재를 받아들인다면 두 가지 인프라딜이 모두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는 부채한도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이 하원에서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초당파 인프라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공화당이 상원에서 부채한도 유예방안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있습니다. 다만 상원의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도 부채한도 해결을 위해 단순과반수만 필요한 '예산조정 절차'를 택할 것인지 묻자 "우리는 복잡하고 위험한 프로세스를 사용할 여유가 없다. 이번 주 부채한도를 해결할 수 있고 미국의 신용에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세계를 안심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월가는 여전히 민주당이 다음 주께 예산조정 절차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날 무디스는 미국 신용등급(Aaa)에 대한 안정적 전망을 유지한다고 발표하면서 미국이 부채한도를 높이고 계속해서 부채상환 의무를 완전히 이행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미 정치권의 양극화와 의회에서의 '벼랑 끝 전술'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예산조정 절차를 통해 부채한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무디스는 만약 미 재무부가 10월 15일(40억 달러), 11월 1일(140억 달러), 11월 15일(490억 달러)로 예정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 디폴트로 분류하고 재무부 채권에 대한 등급을 낮추겠다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무디스는 "어떤 디폴트도 금세 회복되고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주지 않으리라고 예상한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최고 수준에 가깝게 계속 남을 것"이라며 국가신용등급을 조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물론 "우리는 채권의 손실 회복이 금세 나타나는 게 명확해질 때까지 국가신용등급을 리뷰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③ 펩시코의 선전
이날 개장 전 실적을 발표한 펩시코는 예상을 뛰어넘는 순익과 매출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9월 4일로 끝난 지난 3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79달러로 월가 예상치(1.73달러)를 웃돌았습니다. 매출도 작년보다 11.6% 증가한 201억9000만 달러에 달해 월가 예상(193억9000만 달러)을 넘어섰습니다. 펩시코는 올해 매출도 8%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기존 전망치(6% 증가)를 상향 조정한 것입니다. 또 EPS도 최소 1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종전까지 12% 증가를 내다봤는데, 이제는 최소 12% 증가할 것이란 예측입니다.
나이키, 베드배쓰앤드비욘드 등 많은 소비재 기업이 공급망 혼란 영향으로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어떻게 펩시코는 좋은 실적을 내놓고 전망도 높일 수 있었을까요?
펩시코 경영진의 설명에서 현 상황과 실적 개선 이유를 찾아봤습니다.
A. 모든 게 모자라다
펩시코의 휴 존슨 최고재무책임자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펩시콜라 알루미늄 캔부터 게토레이 플라스틱병까지 모든 게 모자라다"라며 지속적인 공급망 혼란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습니다.
B. 모든 게 비싸다
그는 "화물, 연료 및 노동비용도 상승하고 있고 식용유부터 철강을 포함한 재료와 소재에 더 큰 비용을 내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재무제표에서 드러납니다. 3분기 동안 판매관리비용은 76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69억2000만 달러에서 10%가량 급증했습니다. 이에 따라 매출은 작년보다 11.6% 증가한 201억9000만 달러를 올렸지만, 이익은 22억 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22억9000만 달러)보다 감소했습니다.
C. 수요는 굉장하다
라몬 라구타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소비자들이 과거보다 가격 인상을 더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아마도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더 빨리 쇼핑하고 가격표를 자세히 보지 않기 때문일 수 있으며, (높은) 브랜드 가치와 관계가 더 높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펩시코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성장했습니다. 영업이익은 라틴 아메리카에서 47%, 아프리카/중동에서 52%, 아시아에서 16% 증가했습니다.
D. 우리는 가격결정력이 있다
펩시코는 올가을과 내년 초 가격 인상을 통해 비용을 소비자에게 계속 전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존슨 CFO는 "투입 비용이 더 커지고 있어 내년 1분기에 가격 인상이 조금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펩시코는 이미 올여름과 가을에 음료 가격을 올렸으며 이제 스낵 가격을 인상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펩시코는 공급망 혼란과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지만 그런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가하고 있습니다. 높은 브랜드를 바탕으로 강력한 가격결정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3분기 어닝시즌은 이제 곧 시작됩니다. 전날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에서 설명드렸듯이 여러 가지 역풍이 많습니다. 골드만삭스가 지적하듯 ① 공급망 혼란 ② 급등한 유가 ③ 오르는 인건비 ④ 중국 성장 둔화 등입니다. 하지만 이는 모든 기업에 공통으로 역풍으로 작용하지는 않습니다. 펩시코와 같이 강력한 브랜드를 바탕으로 비용 전가에 성공한다면 오히려 실적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네 가지 하방 위험을 분석하면 특정 주식이 다른 주식들보다 더 많은 위험에 직면해 있다"라면서 이런 주요 거시적 위험에 대해 '승자'와 '패자'를 식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그 기업이 가격결정력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겠지요.
골드만삭스는 4일 저녁 투자 메모에서 "올해 말 S&P500 지수 목표치가 4700을 유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4분기에 9% 더 오른다는 겁니다. 많은 투자자가 주식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전략가는 "핵심은 기업 이익의 성장이며 밸류에이션 확장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즉 시장 밸류에이션 확대 속에 모든 주식이 오르는 시기가 지났고, 이제는 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주식이 상승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공급망 혼란과 인플레이션이 지속한다면 어떤 주식을 골라야 할까요? 그건 바로 펩시코처럼 비용 부담을 성공적으로 전가할 수 있는 가격결정력을 가진 주식일 것입니다.
JP모간은 이날 주식을 계속 사야 하는 이유로 세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 미 중앙은행 Fed가 테이퍼링에도 불구하고 내년 중반까지 계속 추가 유동성을 투입할 것이란 겁니다. 그 돈이 최소 4000억 달러를 넘으리라는 것이죠. JP모간은 Fed의 자산 증가와 뉴욕 증시 주요지수의 상관관계는 매우 높다고 밝혔습니다.
두 번째, 막대한 이익을 누리고 있는 미국 기업들이 자사주매입을 늘리면서 최근 매일 약 35억 달러 이상씩 자사주매입이 증가하고 있다는 겁니다. JP모간은 팬데믹 이전보다 30%가량 늘어난 이익, 13% 수준에 달하는 마진, 기업들이 가진 막대한 현금 수준 등을 고려하면 자사주매입이 작년 5250억 달러에서 이제 연간 1조 달러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세 번째는 가계 자산이 건강하다는 겁니다. 미국의 저축률은 20년 평균 6.8%, 코로나 이전 5.9%였는데 팬데믹이 터진 뒤 한때 20%에 육박했었고 지금도 9.4%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가계는 2조4000억 달러의 추가 저축을 갖고 있습니다.
JP모간은 치솟는 에너지 가격에 해서도 "우리의 긍정적 전망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다. 우리가 주장해온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경기 회복과 물가 상승의 수혜주를 사는 것)를 지원할 것"이라면서 "최근 코로나 신규감염자가 감소하자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가 시장수익률을 웃돌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오를 여지가 많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단기적으로 바닥을 찾은 건 아니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강세론자 톰 리의 펀드스트랫은 "5일 S&P500 지수가 월요일 고점까지 올라간 것은 시장 모멘텀이 안정화되는 데 일부 긍정적이다. 하지만 트렌드가 다시 강세장으로 바뀌려면 뭔가 더 필요하다. 전반적 모멘텀과 시장의 폭은 여전히 부정적으로 미끄러지고 있다. 지금은 트레이딩 목적으로 저가 매수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데이터트랙리서치도 4일 증시 급락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아직 바닥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단기 바닥은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변동성지수(VIX)가 28위로 치솟은 뒤 찾아졌다는 것입니다. 4일 VIX는 23 수준에서 마감됐습니다. 에너지와 유틸리티, 부동산 업종 등은 상승세를 보인 덕분입니다. 또 이날 VIX는 21.3으로 떨어졌습니다. 테이터트랙리서치는 역사적으로 보면 VIX의 장기 평균은 20 수준이고 1 표준편차를 8가량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단기 조정은 1 표준편차, 큰 폭 조정은 2 혹은 3 표준편차에 달한 뒤 조정이 끝난다고 분석했습니다. 즉 단기 조정은 28, 큰 폭의 조정은 36, 44 수준을 찍어야 마무리된다는 뜻입니다. 데이터트랙리서치는 "모든 업종이 무차별적으로 타격을 받을 때 증시는 바닥을 치고 VIX는 28 이상으로 치솟는다"라며 "아직 단기 바닥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그런데 뭐가 바뀌었길래 이날은 증시가 반등했을까요. 월가 관계자는 "어제 하락의 원인도 그리 뚜렷하지 않았는데, 이날 반등 원인도 낙폭과대 외에는 뭔가 꼭 집어 설명할 만큼 명확하지는 않다"라고 말하며 몇 가지 요인을 들었습니다.① 바닥친 서비스 경기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9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61.9로 집계돼 전달 61.7보다는 소폭 상승했습니다. 월가 예상치 60도 웃돌았습니다. 델타 변이로 인한 둔화에서 바닥을 치고 반등하는 듯한 모습이 나타난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최근 경제 지표들은 단기 바닥을 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아직 상승 폭이 크진 않아도 델타 변이에서는 확실히 벗어나는 듯하다. 연말 경기가 강하게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습니다.물론 여전히 고용지수가 전월 53.7에서 53.0으로 하락하고, 가격지수는 전월 75.4에서 77.5로 오르는 등 공급망 혼란의 영향은 여전합니다.JP모간은 이날 "경제활동이 지난 8월에 바닥을 형성한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델타 변이 감염 공포가 줄어들고 공급망 병목이 조금씩 해소되면서 경기 회복이 이어져 글로벌 성장률이 4분기 5.2%에 달할 것으로 관측한다. 이는 증시 약세를 제한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② 인프라딜 협상 가능성
이날 아침 CNN은 민주당의 대표적 중도파인 조 맨친 의원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예산안(사회복지 패키지)과 관련, 조 바이든 대통령이 규모를 1조9000~2조2000억 달러로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나는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I'm not ruling anything out)라고 밝힌 겁니다. 그는 지난주 1조5000억 달러가 자신이 찬성할 수 있는 상한선이라고 밝혔었습니다. 그런 맨친 의원도 협상 의사를 보인 것입니다. 3조5000억 달러를 요구해온 진보파들도 협상에 나서는 가운데 맨친 등 중도파도 중재를 받아들인다면 두 가지 인프라딜이 모두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는 부채한도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이 하원에서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초당파 인프라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공화당이 상원에서 부채한도 유예방안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있습니다. 다만 상원의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도 부채한도 해결을 위해 단순과반수만 필요한 '예산조정 절차'를 택할 것인지 묻자 "우리는 복잡하고 위험한 프로세스를 사용할 여유가 없다. 이번 주 부채한도를 해결할 수 있고 미국의 신용에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세계를 안심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월가는 여전히 민주당이 다음 주께 예산조정 절차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날 무디스는 미국 신용등급(Aaa)에 대한 안정적 전망을 유지한다고 발표하면서 미국이 부채한도를 높이고 계속해서 부채상환 의무를 완전히 이행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미 정치권의 양극화와 의회에서의 '벼랑 끝 전술'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예산조정 절차를 통해 부채한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무디스는 만약 미 재무부가 10월 15일(40억 달러), 11월 1일(140억 달러), 11월 15일(490억 달러)로 예정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 디폴트로 분류하고 재무부 채권에 대한 등급을 낮추겠다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무디스는 "어떤 디폴트도 금세 회복되고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주지 않으리라고 예상한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최고 수준에 가깝게 계속 남을 것"이라며 국가신용등급을 조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물론 "우리는 채권의 손실 회복이 금세 나타나는 게 명확해질 때까지 국가신용등급을 리뷰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③ 펩시코의 선전
이날 개장 전 실적을 발표한 펩시코는 예상을 뛰어넘는 순익과 매출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9월 4일로 끝난 지난 3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79달러로 월가 예상치(1.73달러)를 웃돌았습니다. 매출도 작년보다 11.6% 증가한 201억9000만 달러에 달해 월가 예상(193억9000만 달러)을 넘어섰습니다. 펩시코는 올해 매출도 8%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기존 전망치(6% 증가)를 상향 조정한 것입니다. 또 EPS도 최소 1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종전까지 12% 증가를 내다봤는데, 이제는 최소 12% 증가할 것이란 예측입니다.
나이키, 베드배쓰앤드비욘드 등 많은 소비재 기업이 공급망 혼란 영향으로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어떻게 펩시코는 좋은 실적을 내놓고 전망도 높일 수 있었을까요?
펩시코 경영진의 설명에서 현 상황과 실적 개선 이유를 찾아봤습니다.
A. 모든 게 모자라다
펩시코의 휴 존슨 최고재무책임자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펩시콜라 알루미늄 캔부터 게토레이 플라스틱병까지 모든 게 모자라다"라며 지속적인 공급망 혼란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습니다.
B. 모든 게 비싸다
그는 "화물, 연료 및 노동비용도 상승하고 있고 식용유부터 철강을 포함한 재료와 소재에 더 큰 비용을 내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재무제표에서 드러납니다. 3분기 동안 판매관리비용은 76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69억2000만 달러에서 10%가량 급증했습니다. 이에 따라 매출은 작년보다 11.6% 증가한 201억9000만 달러를 올렸지만, 이익은 22억 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22억9000만 달러)보다 감소했습니다.
C. 수요는 굉장하다
라몬 라구타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소비자들이 과거보다 가격 인상을 더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아마도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더 빨리 쇼핑하고 가격표를 자세히 보지 않기 때문일 수 있으며, (높은) 브랜드 가치와 관계가 더 높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펩시코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성장했습니다. 영업이익은 라틴 아메리카에서 47%, 아프리카/중동에서 52%, 아시아에서 16% 증가했습니다.
D. 우리는 가격결정력이 있다
펩시코는 올가을과 내년 초 가격 인상을 통해 비용을 소비자에게 계속 전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존슨 CFO는 "투입 비용이 더 커지고 있어 내년 1분기에 가격 인상이 조금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펩시코는 이미 올여름과 가을에 음료 가격을 올렸으며 이제 스낵 가격을 인상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펩시코는 공급망 혼란과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지만 그런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가하고 있습니다. 높은 브랜드를 바탕으로 강력한 가격결정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3분기 어닝시즌은 이제 곧 시작됩니다. 전날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에서 설명드렸듯이 여러 가지 역풍이 많습니다. 골드만삭스가 지적하듯 ① 공급망 혼란 ② 급등한 유가 ③ 오르는 인건비 ④ 중국 성장 둔화 등입니다. 하지만 이는 모든 기업에 공통으로 역풍으로 작용하지는 않습니다. 펩시코와 같이 강력한 브랜드를 바탕으로 비용 전가에 성공한다면 오히려 실적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네 가지 하방 위험을 분석하면 특정 주식이 다른 주식들보다 더 많은 위험에 직면해 있다"라면서 이런 주요 거시적 위험에 대해 '승자'와 '패자'를 식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그 기업이 가격결정력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겠지요.
골드만삭스는 4일 저녁 투자 메모에서 "올해 말 S&P500 지수 목표치가 4700을 유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4분기에 9% 더 오른다는 겁니다. 많은 투자자가 주식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전략가는 "핵심은 기업 이익의 성장이며 밸류에이션 확장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즉 시장 밸류에이션 확대 속에 모든 주식이 오르는 시기가 지났고, 이제는 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주식이 상승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공급망 혼란과 인플레이션이 지속한다면 어떤 주식을 골라야 할까요? 그건 바로 펩시코처럼 비용 부담을 성공적으로 전가할 수 있는 가격결정력을 가진 주식일 것입니다.
JP모간은 이날 주식을 계속 사야 하는 이유로 세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 미 중앙은행 Fed가 테이퍼링에도 불구하고 내년 중반까지 계속 추가 유동성을 투입할 것이란 겁니다. 그 돈이 최소 4000억 달러를 넘으리라는 것이죠. JP모간은 Fed의 자산 증가와 뉴욕 증시 주요지수의 상관관계는 매우 높다고 밝혔습니다.
두 번째, 막대한 이익을 누리고 있는 미국 기업들이 자사주매입을 늘리면서 최근 매일 약 35억 달러 이상씩 자사주매입이 증가하고 있다는 겁니다. JP모간은 팬데믹 이전보다 30%가량 늘어난 이익, 13% 수준에 달하는 마진, 기업들이 가진 막대한 현금 수준 등을 고려하면 자사주매입이 작년 5250억 달러에서 이제 연간 1조 달러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세 번째는 가계 자산이 건강하다는 겁니다. 미국의 저축률은 20년 평균 6.8%, 코로나 이전 5.9%였는데 팬데믹이 터진 뒤 한때 20%에 육박했었고 지금도 9.4%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가계는 2조4000억 달러의 추가 저축을 갖고 있습니다.
JP모간은 치솟는 에너지 가격에 해서도 "우리의 긍정적 전망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다. 우리가 주장해온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경기 회복과 물가 상승의 수혜주를 사는 것)를 지원할 것"이라면서 "최근 코로나 신규감염자가 감소하자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가 시장수익률을 웃돌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오를 여지가 많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단기적으로 바닥을 찾은 건 아니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강세론자 톰 리의 펀드스트랫은 "5일 S&P500 지수가 월요일 고점까지 올라간 것은 시장 모멘텀이 안정화되는 데 일부 긍정적이다. 하지만 트렌드가 다시 강세장으로 바뀌려면 뭔가 더 필요하다. 전반적 모멘텀과 시장의 폭은 여전히 부정적으로 미끄러지고 있다. 지금은 트레이딩 목적으로 저가 매수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데이터트랙리서치도 4일 증시 급락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아직 바닥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단기 바닥은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변동성지수(VIX)가 28위로 치솟은 뒤 찾아졌다는 것입니다. 4일 VIX는 23 수준에서 마감됐습니다. 에너지와 유틸리티, 부동산 업종 등은 상승세를 보인 덕분입니다. 또 이날 VIX는 21.3으로 떨어졌습니다. 테이터트랙리서치는 역사적으로 보면 VIX의 장기 평균은 20 수준이고 1 표준편차를 8가량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단기 조정은 1 표준편차, 큰 폭 조정은 2 혹은 3 표준편차에 달한 뒤 조정이 끝난다고 분석했습니다. 즉 단기 조정은 28, 큰 폭의 조정은 36, 44 수준을 찍어야 마무리된다는 뜻입니다. 데이터트랙리서치는 "모든 업종이 무차별적으로 타격을 받을 때 증시는 바닥을 치고 VIX는 28 이상으로 치솟는다"라며 "아직 단기 바닥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