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력난에 배터리 공급 '비상'…"아이폰13도 한 달 대기"

글로벌 공급망 관리 '비상'
중국 이어 인도도 전력난
전력수요 높은데 석탄 수입량 못 따라가

중·인도 전력난 원자재값 상승 부추겨
반도체 부족에 아이폰13도 대기해야
국내 기업들의 공급망 차질이 가중되고 있다.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가 수습되기도 전에 글로벌 산업 생산기지로 꼽히는 중국과 인도의 전력난까지 겹친 탓이다. 삼성, LG, SK 등 국내 기업들은 현지의 생산라인부터 물류까지 공급망 관리(SCM) 긴급 점검에 나섰다.

배터리 업계 덮친 공급망 쇼크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제조 주요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은 최근 일제히 중국 전력난과 관련해 긴급 공급망 점검에 돌입했다. 배터리 핵심 소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아서다.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에 탑재되는 중대형 배터리 핵심소재에 대한 중국 시장 점유율은 50~70%대에 이른다. 국내 배터리 기업의 핵심 소재 해외의존도는 63%가량이다.

구광모 LG 회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사장단워크숍에서 전 세계 공급망 관련 불안이 확산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공급망 관리 대비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LG 관계자는 "공급망에 누수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예측하자는 주문이 주를 이뤘다"고 했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지난달부터 현지 원재료 공급망에 대한 모니터링팀 가동에 돌입했다.

중국 장쑤성엔 배터리 양극재 핵심 소재인 니켈 제련 시설이 몰려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도 이곳에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들 지역에 전력 공급 제한 조처를 내리면서 최근 이 지역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의 설비 가동률이 평균 70%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알루미늄 제련 시설이 집중돼 있는 광둥성도 상황은 비슷하다. 공장을 3일만 가동하는 '3일근무·4일휴무제'를 시행 중인 광둥성에 있는 기업들은 사실상 감산에 돌입한 상태다.

LG화학 관계자는 "아직 기존 공급망에 큰 차질은 없지만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LG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핵심 자재인 니켈과 코발트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최근 현지 제련 전문기업(그레이트파워 니켈&코발트 머티리얼즈) 지분에 투자했다.
미 조지아주 잭슨카운티 건설 중인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SK이노베이션 제공.
'공급망 쇼크'는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오르고 있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원자재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코발트와 망간 가격이 연초 대비 지난달 말 기준 각각 60%와 78% 뛰었다. 알루미늄 역시 이 기간 42% 올랐다.이 같은 상황은 '세계의 공장'으로 꼽히는 중국과 인도 도시 곳곳이 전력난으로 생산시설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인도 135곳의 화력발전소의 석탄재고량이 지난 1일 기준 평균 4일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에는 평균 13일분가량이 있었다. 16곳의 화력발전소에선 아예 석탄재고가 바닥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력 수요는 높아졌는데 석탄 수입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원인으로 꼽힌다.

인도는 석탄 화력이 발전량의 약 53%를 차지한다. 현재와 같은 석탄 수입량 부족이 이어질 경우 중국처럼 대규모 전력난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중국은 이미 전력난으로 생산시설 곳곳이 멈췄다. 특히 산업단지가 몰려 있는 장쑤성, 저장성, 광둥성 등의 전력난이 심한 상태라고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중국 31개 성 중 제조업 중심지인 장쑤성을 비롯한 21개 지역에서 전력 공급 제한 조치가 내려졌다.

이번 중국 전력난의 핵심 원인은 전력 소비량은 매년 증가하는데 석탄 가격 상승과 재고 부족으로 일부 석탄 화력 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시진핑 정부가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정점을 찍은 후 2060년 이전에 탄소 중립(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은 상태)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하고 중국 정부가 에너지 절감 드라이브를 거는 것도 전력공급 제한의 원인으로 꼽힌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탄소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을 규제하고 있는 것도 전력난이 가속화한 배경이다. 이 때문에 중국 전력난은 올 겨울은 물론 내년 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갤럭시 이어 아이폰도 4주 대기

반도체 품귀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국내보다 앞서 아이폰13 시리즈 사전예약에 돌입한 미국에선 일부 모델의 경우 최소 한 달은 기다려야 제품을 받을 수 있다는 안내가 등장했다. 아이폰13 프로, 프로맥스 모델의 경우 사전예약 이후 제품을 수령하기까지 최대 4주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온라인으로 사전예약한 소비자들의 경우 아이폰13 일반형은 2주, 프로와 프로맥스 모델의 경우 한 달은 기다려야 제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부품은 전력관리 반도체(PMIC)와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인쇄회로기판(PCB)과 카메라 모듈에 탑재되는 일부 반도체로 파악되고 있다.

대만 '이슨정밀공업'은 중국의 산업용 전력 공급 제한 조치에 따라 최근 장쑤성 쿤산 공장 라인을 멈췄다. 이슨정밀은 애플 제품 조립 업체인 대만 폭스콘의 자회사다.

애플에 회로기판을 납품하는 대만 유니마이크론도 장쑤성 쑤저우와 쿤산에 있는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아이폰에 탑재되는 스피커를 만드는 콘크레프트 역시 쑤저우 공장을 멈춘 상태다.


앞서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Z플립3 역시 나온 지 두 달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현재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통해 갤럭시Z플립3 제품을 개통하려면 약 2주를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예약한 소비자 중에서도 여전히 제품을 못 받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갤럭시Z플립3의 경우엔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플립 신제품에 퀄컴의 스냅드래곤 제품을 채택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부문 수장인 노태문 사장은 지난 7월 AP 부품을 추가로 공급받기 위해 미국 고객사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