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찍으러 우주로…배우·감독 태운 우주선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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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vs러시아, '최초 우주 촬영 영화' 경쟁
러시아 촬영팀, 우주에서 장편 영화 촬영
5일 성공적으로 정상 궤도 진입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찍기 위해 배우, 감독 등 촬영팀이 우주로 향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러시아 영화 촬영팀이 탑승한 '소유즈 MS-19' 우주선이 '소유스-2.1a' 로켓운반체에 실려 지난 5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됐다. 우주선은 발사 9분 후 로켓 3단에서 성공적으로 분리돼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 우주선에는 전문 우주비행사 안톤 슈카플레로프(49) 외에 러시아가 처음으로 우주공간에서 제작하는 영화 '브조프'(영문명 챌린지, 가제)의 감독인 클림 쉬펜코(38), 여배우인 율리야 페레실드(37) 등이 탑승했다. 이들은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배경으로 12일 동안 영화를 촬영할 예정이다.
15개 이상의 모듈로 구성된 ISS에는 7명의 우주비행사가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에서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배우와 감독 모두 지난 5월 부터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브조프'는 의사(율리아 페레실드 역)가 죽어가는 우주비행사를 구하기 위해 우주정거장으로 떠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촬영을 위한 우주 대비 훈련과정과 영화 제작과정은 리얼리티 TV 시리즈로 제작된다. 로스코스모스는 러시아 국영 TV 방송사 '제1채널' 등과 함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장편 영화의 제작을 공동으로 기획, 진행해왔다. 로스코스모스가 좌석당 6000만 달러에 달하는 우주여행에 배우와 감독을 탑승시킨 데에는 우주를 상업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세계 부호들이 앞다퉈 우주 개발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이번 영화 촬영을 우주 강국의 명성을 과시하는 홍보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것.
우주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가 내레이션에 참여한 2002년 아이맥스 다큐멘터리를 포함한 몇 편의 영화들이 우주정거장에서 촬영됐다. 하지만 장편 영화를 찍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초로 우주에서 촬영한 영화' 타이틀을 갖기 위해 앞서 러시아와 미국의 신경전도 펼쳐졌다. 지난해 5월 톰 크루즈가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와 협력해 영화 제작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짐 브리던스타인 나사 국장은 트위터를 통해 "톰 크루즈가 우주정거장에서 영화 촬영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톰 크루즈는 그동안 스페이스X 인스퍼레이션4 민간인 탑승자들과 대화하며 우주 여행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가디언은 "우주정거장 촬영에서 미국의 톰 크루즈 팀과 러시아 율리아 펠레실드 팀이 조우할지 모른다"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영화 제작의 구체적인 진행 상황은 알려지지 않았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