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신고가 속출하는데…정부는 "부동산 오름세 꺾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가파른 오름세가 꺾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는 서울·수도권 가격 상승폭과 매매수급지수, 한국은행 소비자심리지수(CSI) 등 3개 지표를 내세웠다.

홍 부총리는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다고 보느냐’고 묻자 “부동산 시장이 아직 안정됐다고 볼 수 없을 것 같다”면서 “최근 부동산의 가파른 오름세가 일단은 주춤하면서 꺾였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그는 “9월 말 3∼4개 지표는 그렇게 (꺾인 것으로) 보여서 조심스럽지만 오름세 심리가 주춤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꺾였다는 3개 지표가 무엇이냐’는 윤후덕 기재위원장 질문에 “수도권과 서울 부동산 가격상승 폭이 9월 둘째 주까지 오르다가 셋째 주에 내려온다. 주택가격 흐름을 1∼2개월 미리 보는 매매수급지수가 9월 셋째 주에 하락했다. 한국은행 소비자심리지수상 주택가격전망도 죽 올라오다가 9월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송파와 강동구 일대. 사진=연합뉴스
시장에서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매수심리가 진정되지 않아 집값 오름세가 뚜렷하지만 정부는 정반대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KB국민은행에 따르면 9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지난달보다 1.52%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고치로 2006년 12월(1.86%) 이후 14년 9개월 만에 최대 오름폭을 기록했다. 수도권 집값 상승률도 같은 달 1.89%로 역대 최고기록을 세웠다.서울 집값도 전달 대비 1.52% 상승했다. 가격이 계속 오르다 보니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12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달 서울의 평균 아파트값은 11억9978만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1억5000만원 넘게 올랐다.

주요 단지들의 신고가 거래도 이어지는 중이다. 강남지역에선 지난달 2일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가 전용 84㎡ 기준 40억원을 처음으로 돌파하며 42억원을 기록했으며, 마포구에서는 지난달 7일 래미안마포리버웰이 22억4000만원으로 지역 최고가를 썼다.

이를 의식해 국정감사에서 정 의원은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계속 올랐고 국민들은 집값이 앞으로도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책 담당자들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거 같다”고 지적했지만 홍 부총리는 “매매수급지수가 하락하고 CSI가 떨어졌다는 통계에 대해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게 잘못된 건가. 당국자가 당연히 해야 할 말”이라고 반박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