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구름에 올라타자 공룡이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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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역습(The Empire strikes back)’ 그리고 ‘나델라상스(Nadellaissance)’.
2019년 5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부활과 그 부활을 이끈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표현한 단어들이다. MS가 애플을 꺾고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되찾은 시기였다. 나델라는 당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에게는 아주 나쁜 습관이 있었는데, 과거의 성공 경험에 취해 스스로를 전진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요즘 우리는 과거의 성공을 뒤돌아보지 않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점에 취해 ‘모바일 시대’를 놓치다
MS 주가 그래프를 보면 나델라의 취임 시점을 유추할 수 있다. 줄곧 박스권에 갇혀 있던 MS 주가는 2014년을 기점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급등한다. 2014년 1월 37.16달러이던 주가는 매일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1년 9월 16일 305.22달러로 고점을 찍었다. 2014년과 비교하면 720% 뛰었다. MS는 PC 시대의 상징 같은 존재였다. 운영체제(OS) 윈도(Windows)는 가정용 컴퓨터 시장을 지배했다. OS뿐만 아니라 오피스(Office)도 비즈니스업계의 표준으로 받아들여졌다.
2007년 이후 MS는 구조적 위기를 맞았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것이 위협이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기존의 PC 시장을 잠식해나갔다. 이를 주도한 것은 애플이었다. 와이콤비네이터 공동창업자 폴 그레이엄은 2007년 “MS는 죽었다”며 “아무도 MS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3년 스티브 발머 CEO가 노키아 휴대폰 단말기 부문을 인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독점에 가까운 점유율을 자랑하던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도 지배력을 잃어갔다. OS에서는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가, 브라우저에서는 구글 크롬이 치고 올라왔다.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iOS를 중심으로 한 애플 생태계를 형성했다. 애플 시가총액은 무섭게 불어났다. 2010년 애플은 당시 시가총액 2위였던 MS를 처음으로 제쳤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PC에서 모바일로 완전히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구글이 모바일 시대의 또 다른 경쟁자로 떠올랐다. 안드로이드는 ‘오픈 OS 전략’으로 빠르게 시장을 확대했다. 빌 게이츠는 자신이 저지른 최대 실수로 구글에 안드로이드 출시 기회를 내준 것을 꼽았을 정도다. 2019년 게이츠는 “소프트웨어, 특히 플랫폼은 승자독식의 세계”라며 “내가 어떤 방식으로든 MS가 안드로이드처럼 되도록 경영하지 못한 게 역대 가장 큰 실수”라고 말했다. ○창(Windows)을 깨고 구름(Cloud)에 올라타다
2014년, 인도 출신 개발자가 위기의 MS를 구원할 수장으로 임명됐다. 1992년 MS에 입사한 지 20년 만의 일이었다. 나델라가 취임 후 한 일은 과거의 업적인 ‘윈도’를 걷어내는 것이었다. 그가 내세운 새로운 비전은 ‘클라우드 퍼스트’였다.
MS의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의 총책임자 출신인 나델라는 클라우드 시장에 MS의 미래가 있다고 봤다. 클라우드는 컴퓨터로 작업한 데이터를 개인용 PC가 아니라 외부 서버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당시 아마존의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이었다. 나델라는 클라우드에 MS가 잘하는 것을 결합했다. 자사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 시대에 맞게 진화시켰다. 여러 기기에서 번거로운 설치 과정 없이 실행 가능한 클라우드형 ‘오피스365’ 구독 서비스를 출시한 게 대표적 사례다. 경쟁사를 배척하는 폐쇄적인 전략에서 개방 전략으로 선회했다. MS는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폰에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피스 앱을 개발했다. 이전까지는 그들이 경쟁자라는 이유로 오피스 앱을 개발하지 않았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오피스 앱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이는 곧 윈도 PC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윈도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세계에 수많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며 아마존 추격에 나섰다. 그 대신 1위와는 거리가 멀어진 스마트폰 사업에선 과감하게 발을 뺐다. 2013년 노키아로부터 인수한 무선사업부를 2016년 폭스콘에 매각했다. 클라우드로의 전환은 성공적이었다. 현재 54개 지역에 글로벌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MS 애저의 1분기 기준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20%로 아마존 AWS(32%)를 추격하고 있다. ○부족한 것은 더하다, 링크트인·깃허브·뉘앙스 M&A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서도 혁신에 나섰다. MS는 2016년 직장인 중심의 소셜미디어 링크트인을 262억달러에 사들였고, 2018년에는 개발자 커뮤니티인 깃허브를 75억달러에 인수했다. MS는 단숨에 직장인 5억 명의 개인정보와 2800만 명 이상 개발자의 아이디어를 손에 넣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MS가 2012년 보유하고 있던 600억달러 규모의 현금이 부활의 밑거름이 됐다”며 “MS의 부활은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기술기업이 지닌 힘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시장은 ‘제국의 부활’에 환호했다. 2018년 11월, 애플 시가총액을 넘어서며 20년 만에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되찾기도 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역사상 그 어떤 소프트웨어 기업도 (MS처럼) 실패를 경험한 뒤 성공적으로 되살아난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2021년 4월, 또 한 번의 ‘빅딜’을 발표했다. 인공지능(AI)·음성인식기술 업체 뉘앙스커뮤니케이션스를 197억달러에 인수했다. 1992년 설립된 뉘앙스는 애플이 음성인식 소프트웨어 시리를 개발할 때 협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존 ‘알렉사’, 구글 ‘구글 어시스턴트’ 등 플랫폼 기업 간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MS도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뉘앙스가 의료용 AI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데 주목했다. 최근 아마존 구글 등 플랫폼 기업들은 앞다퉈 의료 데이터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헬스케어산업이 이들의 새로운 먹거리가 된 것이다. ○게이밍업계의 넷플릭스를 꿈꾼다
한때 MS에서 혁신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 버텨준 사업이 하나 있다. 엑스박스(Xbox) 등 게임 사업이다. MS가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니라 ‘게임 기업’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엑스박스는 어려운 시절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발머는 게임 시장의 힘을 과소평가했지만, 나델라는 달랐다. 엑스박스와 클라우드의 경쟁력을 결합해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을 공략한다. 2021년 6월 나델라 CEO는 자사 게임 사업 로드맵을 공개하며 “MS는 게임에 올인하는 회사(MS is all in on games)”라고 말했을 정도로 이 사업의 성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매달 일정 금액을 구독료로 내면 여러 기기에서 무제한으로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친구가 멀티플레이 초대장을 보내면, 자신의 엑스박스에 게임이 설치돼 있지 않아도 바로 게임에 합류할 수 있다. 콘솔 게임은 고용량인 경우가 많아 게임을 다운로드하는 데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저장 용량도 많이 차지한다. 클라우드 게이밍을 활용하면 저장 공간을 확보하지 않아도 되고, 다양한 게임을 원할 때 바로 플레이할 수 있다. 소파에서 대형 TV를 보며 콘솔에서 하던 게임을 외출해서 태블릿PC로, 잠들기 전 모바일 기기로 이어가며 즐기는 것도 가능해진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은 잇따라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아마존과 엔비디아는 각각 ‘루나’와 ‘지포스나우’ 등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내놨다. 페이스북도 ‘페이스북 게이밍’을 선보이며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게임을 스트리밍으로 하게 되면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한다.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클라우드 애저 점유율도 높아지는 구조다. ○코로나19 이후, 혼합현실로 일터가 바뀐다
클라우드와 오피스 등 업무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MS는 일터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대응하고 여기에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되자 새로운 개념의 일터를 구현했다. 서로 다른 곳에 있어도 실제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가상공간에서 여러 사용자가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협업 플랫폼을 2021년 3월 공개했다. 혼합현실(MR·mixed reality) 플랫폼 ‘메시(Mesh)’다. 예를 들어 세계 각지에 근무하고 있는 건축가들이 MS 홀로렌즈 헤드셋을 쓰면 눈앞에 건축물 홀로그램이 나타나고, 이들은 따로 한곳에 모이거나 모형을 만들 필요 없이 이 홀로그램 영상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회의할 수 있게 된다. 메시는 기존의 협업 플랫폼 ‘팀즈(Teams)’, 지능형 비즈니스 플랫폼 ‘다이나믹스365’ 등과 통합해 사용될 예정이다.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도 AI를 만나 무한히 진화하고 있다. △최첨단 AI 솔루션 구축‧관리를 지원하는 ‘애저 퍼셉트(Azure Percept)’를 비롯해 △무제한 분석 서비스로 작업을 빠르게 진행하는 ‘애저 시냅스 패스웨이(Azure Synapse Pathway)’ △데이터 매핑을 지원하는 ‘애저 퍼뷰(Azure Purview)’ 등이 대표적이다. ○‘구독형 서비스’로 비즈니스 모델 전환
헬스케어산업과 클라우드 게이밍, 혼합현실 플랫폼 등 MS가 미래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사업의 토양이 되는 것은 클라우드다. PC,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양한 기기에서 작업이 이뤄지는 클라우드 시대에 맞춰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 한 기기에서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여러 기기에서 무제한으로 사용하되 매달 구독료를 내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도 바뀌었다.
‘오피스365’ 구독 서비스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자 OS도 구독형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윈도365’ 구독 서비스를 선보인 것. 무료 평가판이 출시됐을 당시 하루 만에 서비스를 임시 중단했다. 신청자가 너무 많아 준비한 클라우드 서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소프트웨어를 구독형 서비스로 전환하면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클라우드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2021년 6월에는 시가총액 2조달러를 돌파하며 미국 상장사 중 시총 2조달러를 넘어서는 두 번째 기업이 됐다. 애플은 2020년 8월 2조달러 클럽에 진입했다. 빅테크(대형 IT 기업)의 가장 큰 리스크는 규제다. 하지만 다른 빅테크들과 비교해 MS의 리스크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조용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MS는 빅테크 중 반독점 규제에 직접적으로 거론되지 않는 유일한 업체”라며 “하반기 5세대(5G) 이동통신 인프라 구축이 가속화하면 MS가 추진하는 클라우드 신사업 수요도 함께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재연 기자
2019년 5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부활과 그 부활을 이끈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표현한 단어들이다. MS가 애플을 꺾고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되찾은 시기였다. 나델라는 당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에게는 아주 나쁜 습관이 있었는데, 과거의 성공 경험에 취해 스스로를 전진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요즘 우리는 과거의 성공을 뒤돌아보지 않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점에 취해 ‘모바일 시대’를 놓치다
MS 주가 그래프를 보면 나델라의 취임 시점을 유추할 수 있다. 줄곧 박스권에 갇혀 있던 MS 주가는 2014년을 기점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급등한다. 2014년 1월 37.16달러이던 주가는 매일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1년 9월 16일 305.22달러로 고점을 찍었다. 2014년과 비교하면 720% 뛰었다. MS는 PC 시대의 상징 같은 존재였다. 운영체제(OS) 윈도(Windows)는 가정용 컴퓨터 시장을 지배했다. OS뿐만 아니라 오피스(Office)도 비즈니스업계의 표준으로 받아들여졌다.
2007년 이후 MS는 구조적 위기를 맞았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것이 위협이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기존의 PC 시장을 잠식해나갔다. 이를 주도한 것은 애플이었다. 와이콤비네이터 공동창업자 폴 그레이엄은 2007년 “MS는 죽었다”며 “아무도 MS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3년 스티브 발머 CEO가 노키아 휴대폰 단말기 부문을 인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독점에 가까운 점유율을 자랑하던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도 지배력을 잃어갔다. OS에서는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가, 브라우저에서는 구글 크롬이 치고 올라왔다.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iOS를 중심으로 한 애플 생태계를 형성했다. 애플 시가총액은 무섭게 불어났다. 2010년 애플은 당시 시가총액 2위였던 MS를 처음으로 제쳤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PC에서 모바일로 완전히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구글이 모바일 시대의 또 다른 경쟁자로 떠올랐다. 안드로이드는 ‘오픈 OS 전략’으로 빠르게 시장을 확대했다. 빌 게이츠는 자신이 저지른 최대 실수로 구글에 안드로이드 출시 기회를 내준 것을 꼽았을 정도다. 2019년 게이츠는 “소프트웨어, 특히 플랫폼은 승자독식의 세계”라며 “내가 어떤 방식으로든 MS가 안드로이드처럼 되도록 경영하지 못한 게 역대 가장 큰 실수”라고 말했다. ○창(Windows)을 깨고 구름(Cloud)에 올라타다
2014년, 인도 출신 개발자가 위기의 MS를 구원할 수장으로 임명됐다. 1992년 MS에 입사한 지 20년 만의 일이었다. 나델라가 취임 후 한 일은 과거의 업적인 ‘윈도’를 걷어내는 것이었다. 그가 내세운 새로운 비전은 ‘클라우드 퍼스트’였다.
MS의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의 총책임자 출신인 나델라는 클라우드 시장에 MS의 미래가 있다고 봤다. 클라우드는 컴퓨터로 작업한 데이터를 개인용 PC가 아니라 외부 서버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당시 아마존의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이었다. 나델라는 클라우드에 MS가 잘하는 것을 결합했다. 자사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 시대에 맞게 진화시켰다. 여러 기기에서 번거로운 설치 과정 없이 실행 가능한 클라우드형 ‘오피스365’ 구독 서비스를 출시한 게 대표적 사례다. 경쟁사를 배척하는 폐쇄적인 전략에서 개방 전략으로 선회했다. MS는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폰에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피스 앱을 개발했다. 이전까지는 그들이 경쟁자라는 이유로 오피스 앱을 개발하지 않았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오피스 앱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이는 곧 윈도 PC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윈도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세계에 수많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며 아마존 추격에 나섰다. 그 대신 1위와는 거리가 멀어진 스마트폰 사업에선 과감하게 발을 뺐다. 2013년 노키아로부터 인수한 무선사업부를 2016년 폭스콘에 매각했다. 클라우드로의 전환은 성공적이었다. 현재 54개 지역에 글로벌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MS 애저의 1분기 기준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20%로 아마존 AWS(32%)를 추격하고 있다. ○부족한 것은 더하다, 링크트인·깃허브·뉘앙스 M&A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서도 혁신에 나섰다. MS는 2016년 직장인 중심의 소셜미디어 링크트인을 262억달러에 사들였고, 2018년에는 개발자 커뮤니티인 깃허브를 75억달러에 인수했다. MS는 단숨에 직장인 5억 명의 개인정보와 2800만 명 이상 개발자의 아이디어를 손에 넣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MS가 2012년 보유하고 있던 600억달러 규모의 현금이 부활의 밑거름이 됐다”며 “MS의 부활은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기술기업이 지닌 힘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시장은 ‘제국의 부활’에 환호했다. 2018년 11월, 애플 시가총액을 넘어서며 20년 만에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되찾기도 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역사상 그 어떤 소프트웨어 기업도 (MS처럼) 실패를 경험한 뒤 성공적으로 되살아난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2021년 4월, 또 한 번의 ‘빅딜’을 발표했다. 인공지능(AI)·음성인식기술 업체 뉘앙스커뮤니케이션스를 197억달러에 인수했다. 1992년 설립된 뉘앙스는 애플이 음성인식 소프트웨어 시리를 개발할 때 협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존 ‘알렉사’, 구글 ‘구글 어시스턴트’ 등 플랫폼 기업 간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MS도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뉘앙스가 의료용 AI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데 주목했다. 최근 아마존 구글 등 플랫폼 기업들은 앞다퉈 의료 데이터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헬스케어산업이 이들의 새로운 먹거리가 된 것이다. ○게이밍업계의 넷플릭스를 꿈꾼다
한때 MS에서 혁신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 버텨준 사업이 하나 있다. 엑스박스(Xbox) 등 게임 사업이다. MS가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니라 ‘게임 기업’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엑스박스는 어려운 시절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발머는 게임 시장의 힘을 과소평가했지만, 나델라는 달랐다. 엑스박스와 클라우드의 경쟁력을 결합해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을 공략한다. 2021년 6월 나델라 CEO는 자사 게임 사업 로드맵을 공개하며 “MS는 게임에 올인하는 회사(MS is all in on games)”라고 말했을 정도로 이 사업의 성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매달 일정 금액을 구독료로 내면 여러 기기에서 무제한으로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친구가 멀티플레이 초대장을 보내면, 자신의 엑스박스에 게임이 설치돼 있지 않아도 바로 게임에 합류할 수 있다. 콘솔 게임은 고용량인 경우가 많아 게임을 다운로드하는 데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저장 용량도 많이 차지한다. 클라우드 게이밍을 활용하면 저장 공간을 확보하지 않아도 되고, 다양한 게임을 원할 때 바로 플레이할 수 있다. 소파에서 대형 TV를 보며 콘솔에서 하던 게임을 외출해서 태블릿PC로, 잠들기 전 모바일 기기로 이어가며 즐기는 것도 가능해진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은 잇따라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아마존과 엔비디아는 각각 ‘루나’와 ‘지포스나우’ 등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내놨다. 페이스북도 ‘페이스북 게이밍’을 선보이며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게임을 스트리밍으로 하게 되면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한다.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클라우드 애저 점유율도 높아지는 구조다. ○코로나19 이후, 혼합현실로 일터가 바뀐다
클라우드와 오피스 등 업무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MS는 일터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대응하고 여기에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되자 새로운 개념의 일터를 구현했다. 서로 다른 곳에 있어도 실제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가상공간에서 여러 사용자가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협업 플랫폼을 2021년 3월 공개했다. 혼합현실(MR·mixed reality) 플랫폼 ‘메시(Mesh)’다. 예를 들어 세계 각지에 근무하고 있는 건축가들이 MS 홀로렌즈 헤드셋을 쓰면 눈앞에 건축물 홀로그램이 나타나고, 이들은 따로 한곳에 모이거나 모형을 만들 필요 없이 이 홀로그램 영상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회의할 수 있게 된다. 메시는 기존의 협업 플랫폼 ‘팀즈(Teams)’, 지능형 비즈니스 플랫폼 ‘다이나믹스365’ 등과 통합해 사용될 예정이다.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도 AI를 만나 무한히 진화하고 있다. △최첨단 AI 솔루션 구축‧관리를 지원하는 ‘애저 퍼셉트(Azure Percept)’를 비롯해 △무제한 분석 서비스로 작업을 빠르게 진행하는 ‘애저 시냅스 패스웨이(Azure Synapse Pathway)’ △데이터 매핑을 지원하는 ‘애저 퍼뷰(Azure Purview)’ 등이 대표적이다. ○‘구독형 서비스’로 비즈니스 모델 전환
헬스케어산업과 클라우드 게이밍, 혼합현실 플랫폼 등 MS가 미래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사업의 토양이 되는 것은 클라우드다. PC,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양한 기기에서 작업이 이뤄지는 클라우드 시대에 맞춰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 한 기기에서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여러 기기에서 무제한으로 사용하되 매달 구독료를 내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도 바뀌었다.
‘오피스365’ 구독 서비스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자 OS도 구독형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윈도365’ 구독 서비스를 선보인 것. 무료 평가판이 출시됐을 당시 하루 만에 서비스를 임시 중단했다. 신청자가 너무 많아 준비한 클라우드 서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소프트웨어를 구독형 서비스로 전환하면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클라우드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2021년 6월에는 시가총액 2조달러를 돌파하며 미국 상장사 중 시총 2조달러를 넘어서는 두 번째 기업이 됐다. 애플은 2020년 8월 2조달러 클럽에 진입했다. 빅테크(대형 IT 기업)의 가장 큰 리스크는 규제다. 하지만 다른 빅테크들과 비교해 MS의 리스크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조용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MS는 빅테크 중 반독점 규제에 직접적으로 거론되지 않는 유일한 업체”라며 “하반기 5세대(5G) 이동통신 인프라 구축이 가속화하면 MS가 추진하는 클라우드 신사업 수요도 함께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