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커지고 사업 안정성 높아진 게임사들…회사채 시장의 주류로 '부상'[김은정의 기업워치]

[마켓인사이트]
≪이 기사는 10월06일(14:0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게임 업체들이 회사채 시장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엔 불안정한 사업·재무 전망 탓에 공개모집 회사채 시장에서 투자 수요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최근 빠르게 게임 시장이 성장하고 안정적으로 현금창출 구조를 형성하면서 기관투자가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신용평가 시장의 최대 잠재 고객 중 하나로 게임 업체들을 꼽고 있다. 그간 게임 산업은 채권·신용평가 시장과 접점이 크지 않았다. 신작 게임의 높은 흥행 리스크와 실적 변동성 탓에 기관투자가들이 게임 업체의 안정성을 낮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투자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채권 시장에선 사업·재무 안정성이 투자 결정을 위한 핵심 기준으로 여겨진다.
자료=한국기업평가
하지만 최근 엔씨소프트, 넷마블에 이어 컴투스, 펄어비스 등 중견 게임 업체들이 잇따라 공모 회사채 시장에 나오면서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꾸준한 신작 게임 출시에 기반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다 1조원대 이상 매출을 기록하는 다수 게임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일각에선 회사채 시장의 변방에 머물던 게임 업체들이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김승범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게임 산업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었지만 정부의 규제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과거에 비해 한층 안정성이 강화됐다"며 "시장 다변화를 통해 경기 민감도 역시 낮아져 게임 산업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무적인 측면에서도 우수한 수익 구조에 힘입어 영업현금을 축적해 신규 사업 추진 역량까지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전문가들은 게임 업체들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 속도가 다른 업종에 비해 가파를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게임 업체는 초기 게임 성공 이후엔 별다른 투자 없이 급속도로 외형 성장이 가능하다. 외형 성장과 함께 이익 규모도 확대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일반 제조 업체처럼 투자 부담에 따른 재무안정성 저하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재무안정성 저하 가능성 없이 외형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면, 신용등급 상향 조정 속도도 일반 업체에 비해 빠를 수 있다. 기관투자가들 입장에선 투자 유인이 늘 수 있다는 의미다. 회사채를 사들인 뒤 신용등급이 오르면 그만큼 투자 수익률이 높아지게 된다.

한국기업평가는 현재 넷마블의 신용등급으로 AA-, 컴투스와 펄어비스의 신용등급으로 A를 부여하고 있다.
자료=한국기업평가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최근 게임 업체들이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채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게임 장르의 다양성 추구, 과도한 과금 유도와 연봉 인상 이슈 등의 넘어야 할 과제들이 있지만 채권 시장에서 유의미한 발행자의 한 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