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엔씨 윤송이 최대주주였던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장동 원년 멤버'와 밀접

부동산 컨설팅업체 저스트알 임원 이모씨, 화천대유 초기 투자자 엠에스비티 대표 맡아
판교에이엠씨 이사 재직하면서 남욱·정영학 등과 친분

'대장동 판박이' 위례신도시 사업 때는 저스트알 시행한 건물 입주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 2011년 저스트알 지분 74% 샀다 2019년 전량 매각
"경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아...누구에게 사무실 제공하고 투자했는지 몰라"
사진=연합뉴스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이 최대주주였던 부동산 컨설팅업체 ‘저스트알’이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개발업자 정재창 씨 등 ‘대장동 원년 멤버’와 2010년대 초부터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저스트알 임원인 이모씨(55)는 화천대유에 130억원을 투자한 엠에스비티 대표를 지냈다.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 아내가 이사로 재직한 ‘위례자산관리’의 자회사 세 곳은 저스트알이 시행한 아파트를 사무실로 썼다.

저스트알 임원이 엠에스비티 대표로

7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저스트알 임원 이모씨는 2010년 11월~2016년 4월 엠에스비티 대표를 맡았다. 엠에스비티는 2015년 킨앤파트너스(291억원)와 함께 화천대유에 60억원을 빌려준 초기 투자자 중 한 곳이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엠에스비티 사무실.
이씨가 엠에스비티 대표를 지낼 당시 화천대유에 첫 투자를 단행했다. 엠에스비티는 이후 화천대유에 대한 투자액을 131억원까지 늘렸다. 엠에스비티 대표를 맡기 전후로 이씨는 저스트알에서 2010년8월~2014년6월 감사로 일했고 2017년 7월부터 사내이사를 맡았다.

이씨는 2013년 판교에이엠씨(옛 대장에이엠씨)에서 이사로 재직하면서 정 회계사, 남 변호사, 정씨 등 '대장동 원년 멤버'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판교에이엠씨는 대장동 민간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판교(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의 자산관리사다. 시행사인 ‘성남의뜰' 아래 자산관리사 ‘화천대유'가 있는 대장동 사업과 구조가 같다.이씨가 판교에이엠씨에서 이사로 일할 당시 정 회계사와 정씨가 공동 대표를 맡고 있었다. 정 회계사 등이 엠에스비티 자금을 화천대유로 끌어왔다는 추측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위례신도시 개발 때도 연관

저스트알은 대장동 사업과 판박이로 불리는 위례신도시 사업에서도 이름이 거론된다. 위례신도시 개발은 2013년 '푸른위례프로젝트'가 시행을 맡아 공동주택 1137가구를 공급한 사업이다. 정씨와 남 변호사, 정 회계사 등은 위례 개발 때도 동업을 했다.
이때 푸른위례프로젝트의 자산관리사인 ‘위례자산관리’의 대주주가 정씨였다. 이곳 자회사인 ‘위례투자1호’, 위례투자2호’, '위례파트3호’에는 정씨 부부, 남 변호사 아내, 정 회계사 아내가 각각 이사로 등재됐다. 화천대유 밑에 ‘천화동인 1~7호’를 둔 구조와 비슷하다.이들은 위례신도시 개발로 155억원 가량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이 과정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의 '키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에게 3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지만, 현재 잠적한 상태다.

이들 자회사 3곳은 2013년 설립 당시 서울 강동구 '현대웰하임'을 사무실로 썼다. 웰하임은 2010년 저스트알이 현대아산과 시행한 도시형생활주택이다. 이들은 2017년 정씨가 대표로 있는 부동산 시행사 ‘봄이든’이 있는 경기 성남시 백현동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이후 이들이 쓴 사무실은 각기 다르게 소유권이 바뀌었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2012년 말께 위례투자1호 이사인 김모씨와 위례파트너3호 이사인 정 회계사는 웰하임 전용 17㎡를 저스트알로부터 1억2700만원에 매입해서 사무실로 썼다. 이후 정 회계사는 이 사무실을 2019년 자신의 가족법인인 ‘성조씨엔디’에 팔았다. 위례투자1호 사무실은 여전히 이사인 김씨 소유다.위례투자2호가 쓰던 웰하임 사무실은 2019년 10월 ‘춘추디엔씨’에 팔리는데, 이 회사는 저스트알 이사인 이씨와 그의 아내인 저스트알 대표 김모씨(53)가 운영하는 곳이다.

현재 춘추디엔씨는 저스트알, 엠에스비티와 함께 영화배우 박중훈 씨가 최대주주인 ‘일상실업’ 건물에 모여 있다. 앞서 박씨도 엠에스비티에 74억원을 빌려 준 것으로 한국경제신문 취재 결과 드러났다. 저스트알은 2016년 일상실업에 6000만원을 빌려주기도 했다.

윤송이, 저스트알 매입 왜?

저스트알이 대장동 원년 멤버들과 얽혀있을 당시 최대주주는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당시 부사장)이다. 2011년 윤 사장은 저스트알 지분 74%를 사들여 최대주주에 올랐다. 당시 게임업체가 부동산 컨설팅업체에 투자한 것을 두고 업계 관심이 쏠렸다. 저스트알의 나머지 지분 26%는 대표인 김씨가 보유했다.윤 사장은 경영 실적 악화를 이유로 2019년 12월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이와 관련해 윤 사장 측은 “해외 근무를 하고 있어 지분 확보 뒤에도 저스트알 경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며 “저스트알이 누구에게 사무실을 제공하고, 어떤 투자를 했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양길성/구민기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