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 우려 현실로…군검찰, 성추행 부실수사 규명 '실패'

문대통령까지 나서 '억울한 죽음' 사과했지만…수사한계 여실히 드러내
공군 법무실장 등 핵심관계자 사실상 '면죄부'…들쭉날쭉 기준도 비판
국방부 검찰단이 7일 발표한 성추행 피해 공군 고(故) 이 모 중사 사망 사건 최종수사 결과를 보면 한마디로 '변죽만 울리다 끝난'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이번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후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억울한 죽음'에 대해 사과를 하고 서욱 국방부 장관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했지만, 사실상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면죄부'만 준 채 종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단은 이날 최종수사 결과 입건된 군 관계자 25명 가운데 15명은 재판에 넘겨졌지만, 10명은 불구속 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부실한 초동수사로 물의를 빚은 공군 군사경찰과 군검찰, 수사 지휘라인에 있는 공군 법무실 관계자는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하나같이 '증거 부족'이 불기소 사유다.

검찰단 관계자도 이날 백그라운드 브리핑(익명 전제 대언론 설명)에서 "초동수사가 미진했던 것은 맞다"면서도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부실수사의 '정황'은 있지만, 법리적으로 입증하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그러나 이번 수사 과정에서 '부실수사 정황'은 이미 여러 차례 드러났다.

초기 군사경찰에서 블랙박스 등 자료확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물론, 군검사는 이번 사건을 송치받고도 55일간 가해자 소환조사를 하지 않다가 언론에 보도된 당일에야 부랴부랴 소환 조사를 했다.

특히 이 중사가 사망한 시점이 공군본부 법무실 산하의 공군 20비행단 군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군검사는 물론 법무실 수장인 전익수 법무실장 역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실제로 전 실장은 사건 초기인 3월 8일에 '정보 보고' 형태로 사건을 보고 받은 것은 물론, 이 중사가 숨진 채 발견된 5월 22일 당일 오전 보고를 받았지만 사실상 구체적인 지침은 내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단 관계자는 "(전 실장이)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건 당일 아침에 바로 보고 받았고, 어떤 사건이냐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성폭력 피해자이므로 언론보도가 예상된다는 식으로 지시(보고)했고, 특별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5월 22일에 보고받은 법무실장이 어떠한 조치를 지시했어야 했느냐가 명확하지 않다"며 범죄 성립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들쭉날쭉한 수사와 인사 조처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단은 공군 군사경찰과 군검찰 등 초동 부실수사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는 7월 중간수사 결과 발표 이후에야 본격화했고, 전 실장 역시 수사 착수 한 달이 지나서야 피의자로 늑장 전환됐다.

그마저도 불기소 처리되면서 이들에 대한 공군 내부 징계가 제대로 이뤄질지도 불투명하다.

이들은 아직 보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2차 가해' 혐의로 재판을 받는 20비행단 노 모 준위와 노 모 상사(사망)의 경우 국방부가 사건을 이관받자마자 보직해임과 구속 모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더욱이 노 상사가 국방부 수감시설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고, 유서에는 검찰단의 강압 수사 언급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서도 군검찰은 사실상의 '셀프 감찰'을 진행 중이다.

한편, 검찰단은 공군본부 공보정훈실 관계자 2명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사건이 언론에 초기 보도된 이후 이들이 "20비행단 부대원이 피해자와 통화해 녹음한 파일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이를 이용한 공보활동을 통해 공군에 대한 비난 여론을 반전시킬 목적으로, 해당 부대원이 녹음파일 제공을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직권을 남용해 제공에 동의하도록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했다"고 검찰단은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파일은 언론에 보도된 적이 없다.

검찰단은 각 군 공보정훈실에 대해 "공군의 공보활동에 대한 일반적인 직무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공보활동을 위해 관련 부서나 기관 등에 자료제공 등의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직무권한을 가지고 있는 부서"라고 밝혔다.검찰단의 설명을 보면 이들 2명에 대한 불구속 기소가 맞는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군 안팎에서 제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