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작곡가에게도 53년 만에 주어진 교향곡 초연의 기회 [김동욱의 하이컬처]
입력
수정
작곡가에게 있어 자신의 작품이 '연주'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초연의 경우, 감동이 더욱 클 것 같습니다. 특히 교향곡처럼 대편성곡의 경우엔 연주 기회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의미가 더욱 클 텐데요.
최근 독일에서 작곡된 지 50여 년 만에 현대음악 작곡가의 교향곡이 초연되는 일이 생겼습니다. 다행히 작곡가는 생전에 자신의 작품이 울려 퍼지는 것을 들을 기회를 얻었다니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에 따르면 지난 3일 드레스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는 현대 작곡가 크리스트프리트 슈미트(Christfried Schmidt)의 교향곡 2번 '마틴 루터 킹'을 초연했습니다.
교향곡이 1968년에 완성됐던 만큼 작곡에서 연주까지 반세기가 넘게 걸린 것입니다. 참고로 작곡가가 1967년 선보인 교향곡 1번 '햄릿'은 아직도 무대에 선보일 기회를 잡지 못한 상황입니다.
다행히도 88세의 작곡가는 자신의 작품이 공연장에서 연주되는 것을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애초 지난해 연주가 예정됐다가 코로나19로 연기됐던 만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는데요.신문은 이 교향곡에 대해 "이 얼마나 엄청난 음악인가!(Welch eine ungeheuerliche Musik!)"라는 찬사로 시작하며 상세하게 공연 상황을 전했습니다. 교향곡 2번 '마틴 루터 킹'이 동서 냉전이 한참이던 시절, 프라하의 봄이 질식되는 것을 보고 악상을 떠올렸던 만큼, 납덩어리와 마그마에 깔려 질식된 것 같은 느낌을 줬다는 것입니다.
옛 동독 출신인 크리스트프리트 슈미트는 그의 음악세계를 다룬 전문서적이 여러권 출판됐을 정도로 세계 음악계에 널리 이름을 알린 '유명 작곡가'였음에도 자신의 교향곡 작품이 실제로 공연되기까지 50년 넘게 기다려야 했습니다.
한편으론 오랜 시간 인고의 세월을 보냈을 작곡가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면서도 작품이 대중에게 소개되는 '절대 평가'의 문턱이 얼마나 높은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이와 함께 순수음악 작곡 활동이 이어지고 있고, 끊임없이 기회를 만들어가는 독일의 문화 저력도 잊지 않고 짚어야 할 것 같습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최근 독일에서 작곡된 지 50여 년 만에 현대음악 작곡가의 교향곡이 초연되는 일이 생겼습니다. 다행히 작곡가는 생전에 자신의 작품이 울려 퍼지는 것을 들을 기회를 얻었다니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에 따르면 지난 3일 드레스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는 현대 작곡가 크리스트프리트 슈미트(Christfried Schmidt)의 교향곡 2번 '마틴 루터 킹'을 초연했습니다.
교향곡이 1968년에 완성됐던 만큼 작곡에서 연주까지 반세기가 넘게 걸린 것입니다. 참고로 작곡가가 1967년 선보인 교향곡 1번 '햄릿'은 아직도 무대에 선보일 기회를 잡지 못한 상황입니다.
다행히도 88세의 작곡가는 자신의 작품이 공연장에서 연주되는 것을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애초 지난해 연주가 예정됐다가 코로나19로 연기됐던 만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는데요.신문은 이 교향곡에 대해 "이 얼마나 엄청난 음악인가!(Welch eine ungeheuerliche Musik!)"라는 찬사로 시작하며 상세하게 공연 상황을 전했습니다. 교향곡 2번 '마틴 루터 킹'이 동서 냉전이 한참이던 시절, 프라하의 봄이 질식되는 것을 보고 악상을 떠올렸던 만큼, 납덩어리와 마그마에 깔려 질식된 것 같은 느낌을 줬다는 것입니다.
옛 동독 출신인 크리스트프리트 슈미트는 그의 음악세계를 다룬 전문서적이 여러권 출판됐을 정도로 세계 음악계에 널리 이름을 알린 '유명 작곡가'였음에도 자신의 교향곡 작품이 실제로 공연되기까지 50년 넘게 기다려야 했습니다.
한편으론 오랜 시간 인고의 세월을 보냈을 작곡가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면서도 작품이 대중에게 소개되는 '절대 평가'의 문턱이 얼마나 높은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이와 함께 순수음악 작곡 활동이 이어지고 있고, 끊임없이 기회를 만들어가는 독일의 문화 저력도 잊지 않고 짚어야 할 것 같습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