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계 블루칩' 로지 아버지의 자신감…"메타버스시대 셀럽은 가상인간"
입력
수정
백승엽 싸이더스 스튜디오엑스 대표 인터뷰"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플랫폼 성장과 함께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를 비롯한 가상인간이 키플레이어로 뜰 겁니다. K콘텐츠 흥행을 토대로 이젠 'K버추얼(가상)'이 세계에서 통할 것으로 자신합니다."
"메타버스 시대…가상인간 가능성 무궁무진"
3인조 남성 아이돌 등으로 '버추얼 엔터사 목표
'10억 소녀'로 화제를 모은 버추얼 인플루언서(가상인간) 로지를 만든 싸이더스 스튜디오엑스의 백승엽 대표(사진)는 "앞으로 가상인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서울시 강남구 싸이더스 스튜디오엑스 사무실에서 만난 백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가상인간의 영역이 무한 확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직까진 메타버스 플랫폼이 일부 회사의 제한적 서비스 내에서 비현실적 아바타 중심으로 구성돼 있지만 향후 5G(5세대 통신) 고도화와 함께 실사화, 확장이 이뤄질 것이란 설명이 뒤따랐다.이 과정에서 가상인간들의 활동 영역과 영향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마치 과거 방송가에서 '문화 권력' 중심이동이 방송국에서 연예기획사로 옮겨간 것처럼 메타버스 플랫폼 중심의 흐름도 점차 콘텐츠와 '스타파워' 중심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연예인 못지않게 가상인간들 입지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백 대표는 "메타버스 플랫폼의 성공 요인은 그 안의 콘텐츠에 달렸다"며 "현재 방송국의 콘텐츠를 움직이는 힘이 연예인에 있는 것처럼 메타버스의 키플레이어 또한 가상인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결국 플랫폼에 많은 사용자를 모아야 하는데, 로지 같은 셀러브리티(유명인·인플루언서)를 얼마나 많이 조달할 수 있느냐에 따라 흥망성쇠가 갈릴 것"이라고 부연했다.로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경쟁력을 잘 쌓은 만큼 이후 다양한 메타버스 생태계 안에서 활약할 기회가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로지의 제작사이자 소속사인 싸이더스 스튜디오엑스 역시 다양한 가상인간과 함께 성장해나가겠다는 복안. 시각특수효과(VFX) 분야 콘텐츠 기업 로커스의 자회사인 만큼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을 고루 갖춘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활동을 확장할 것이란 청사진을 제시했다.
로지로 대박을 친 싸이더스 스튜디오엑스의 다음 승부수는 남성 3인조 아이돌그룹이다. 해외 가상인간의 국내 진출시 현지 에이전시 같은 역할도 할 수 있다.
이같은 자신감의 배경에는 MZ(밀레니엄+Z)세대와의 소통을 기반으로 쌓은 로지의 성공이 있다. 로지는 인스타그램에서 일반인들과 같은 조건으로 시작해 팔로워 10만명을 달성했다. 앞서 로지가 등장한 광고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올해 7월 초 공개돼 로지가 춤추는 모습으로 주목받은 신한라이프 광고(30초 기준) 조회수는 1000만회에 육박했다. 15초짜리 영상 조회수도 1100만회를 넘어섰다.이같은 호응에 로지는 단번에 광고업계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보험사 광고에 이어 자동차(쉐보레 전기차), 골프복(마틴골프), 패션브랜드(질바이질스튜어트) 등까지 잇따라 광고모델을 맡으면서 연말까지 10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활동 영역도 넓어졌다. SNS 협찬, 광고뿐 아니라 넷플릭스 드라마 단역 출연도 추진 중이다. 소리 소문 없이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다. 중국 SNS 웨이보에서 로지의 팔로워 수는 12만3000명(8일 기준)에 달한다. 8월 초 개설 후 2개월 만에 별다른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고서도 팬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그는 로지의 인기 비결로 탄탄한 캐릭터 구축을 바탕으로 한 대중과의 소통을 들었다. 백 대표는 "20대가 주축인 담당 팀에서 SNS 답변을 세계관에 맞춰 답변하며 교감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으로 '가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인격체로 입지를 굳혀 새로운 형태의 지적재산권(IP)으로 활약할 것"이라고 자신했다.회사의 성과와 별개로 업계 자체에 미친 긍정적 영향력도 있다. 그동안 엔지니어 중심이던 VFX 업계에서 로지의 성공으로 '마케팅 중요성'이 환기된 것이다.
백 대표는 "기술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서도 다양한 협업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남성 아이돌 그룹 성공을 일궈내 메타버스 시대 버추얼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웃어보였다.
기사=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