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의 격랑'에 뛰어들어 '유쾌한 반발'을 만들다

마케팅 신간 서적 역자 기고
■ 「브랜드는 어떻게 아이콘이 되는가」역자, 윤덕환
출처: Jacob Lund/Shutterstock.com
투박한 유리병에 담긴 미국의 음료수 스내플. 얼핏 보면 대단해보이지 않지만, 이 브랜드는 종종 바이럴 브랜딩의 전형적인 사례로 인용된다.‘산뜻하다’는 의미를 지닌 ‘스내피(Snappy)’와 ‘사과(Apple)’의 두 단어를 합친 뜻의 스내플은 1990년대 초 뉴욕과 그 밖의 지역의 마니아층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결국에는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사실 스내플이 아이코닉한 위치에 오른 것은 스내플을 소유하고 있던 기업주의 독특한 문화 브랜딩 전략 때문이었다.

이 브랜드의 바이럴한 특징이란 뭔가 와글와글하고, 언더그라운드의 쿨함이 있고, 스내플을 중심으로 형성된 팬들의 오합지졸 커뮤니티를 뜻한다.이 모든 것은 브랜드 신화와 소비자들과의 공명이 낳은 결과다.

스내플의 창업자들은 신제품, 광고, 홍보, 유통, 심지어 고객 서비스까지 모든 것에서 다른 회사들과는 근본이 다른 ‘돈키호테식’ 전략적 스크립트를 만들었다.

이는 대기업의 경영방식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공감하고 있던 아마추어들에 의해 운영되던 것이었다.스내플은 식료품 체인점과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를 찾는 대신 식당, 조제 식품판매점, 길거리 카트, 팝업 식료품점에 제품을 유통시켰다.

제품의 경우 창업자들은 계속해서 ‘이상하고 겉보기에 좋지 않아 보이는’ 혼합 주스를 만들어 냈는데, 그중 몇 개는 히트상품이 되었다.

그들은 제품과 포장 아이디어를 가장 열광적인 고객들에게 의존했고, 상품에다가 고객들의 괴상한 요구를 쏟아 부었다.고객들은 이렇게 ‘이상한 맛’의 음료나 심지어 ‘아주 나쁜 맛’의 음료도 기꺼이 시음해 보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 과정은 기업 마케팅의 프로세스와 비교했을 때 너무나 동떨어지는 것이어서 놀라움을 주었다.

그런데 문화 브랜딩 전문가 더글라스 B. 홀트는 스내플의 성공은 당시 미국 대중들의 일상의 단면과 심오하게 연관되어 있었다고 말한다.

1980년대 후반까지 미국 경제는 노동시장을 축소하고 재설계할 것이라는 끊임없는 위협과 함께 이전보다 훨씬 더 역동적이고 더 위축된 경제구조로 광범위하게 재창조되었다.

그러나 당시 유행하던 경제이론인 낙수효과에서 ‘낙수’가 없다는 것이 명백해짐에 따라 대중문화와 정치는 부글부글 끓어오르게 되었다.

스내플은 이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불만의 격랑’에 뛰어들어 ‘유쾌한 반발’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마케팅 아마추어들은 고객들에게 받은 영감을 토대로 고객들에게 재미난 꿈을 꾸게 했고, 제품과 프로모션을 가지고 미친 듯이 놀았다.

이는 세상을 뒤집어놓았다. 아마추어들이 설탕이 든 음료수병 속으로 구매자들을 끌고 간 것이다.

병 바닥까지 벌컥벌컥 들이켜고 나면 고객들은 판타지를 경험할 수 있었는데, 이러한 판타지는 사람들이 직면하는 현실에서의 정체성 불안에 대한 위로가 되었다.

스내플의 브랜딩은 곧 사회적 불만을 해소하는 핏줄을 형성하게 했고, 판매량은 1987년 최대 5천 달러 수준에서 1992년 2억 달러, 1994년에는 7억 달러에 육박했다.스내플은 1990년대 초 일종의 롤모델 역할을 했으며, 이후 기업의 활동에 매우 의미 있는 비판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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