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1000만 시대…가계 주식가치 1100조 돌파했다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2분기 주식가치 1143조
올들어 156조 불어

금융자산 중 주식비중 21%
역대 최고치
크래프톤 공모주 청약 첫날인 지난 2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증권사 창구에서 투자자들이 투자 상담을 받고 있다. 허문찬기자 sweat@hankyung.com
올 상반기 말 가계가 보유한 국내외 주식·펀드 시장가치가 1100조원어치를 돌파했다. 작년 말에 비해 150조원가량 불었다. 개인투자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데다 저금리에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이 불어난 영향이다. 주식 투자가 늘면서 전체 금융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21%를 웃돌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1년 2분기중 자금순환’ 자료를 보면 올 2분기 말 가계(개인사업자 포함)·비영리단체가 보유한 국내외 주식과 펀드 가치는 1143조165억원(12월 말 시장가치 기준)으로 나타났다. 전분기(1053조355억원)와 비교해 89조9810억원, 작년말(986조1761억원) 대비로는 156조8404억원어치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는 올 1분기, 2분기에 각각 32조원, 49조원어치 주식 및 펀드를 사들였다. 여기에 올들어 국내외 주가가 오르면서 보유주식 가치가 급증했다.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등 '대어급' 공모주가 증시에 등장하면서 청약자금이 몰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저금리에 오름세를 보이는 증시에 가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투자자도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의 주식을 소유한 개인은 작년 말 919만명가량으로 집계됐다. 2019년 말과 비교해 48.5% 늘었다. 15~64세 인구(3713만 명)의 24.8%에 달하는 등 국민 넷 중 한명 꼴로 주식을 쥐고 있는 셈이다. 개인투자자 증가 추세를 보면 현재는 10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의 주식 투자가 늘면서 지난 2분기 말 금융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분기보다 1.3% 늘어난 21.6%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다. 반면 예금(40.5%)과 채권(27%) 비중은 각각 0.5%포인트, 0.2%포인트 줄었다. 가계가 보유한 예금 및 현금은 2045조6958억원으로 작년 말(1968조3969억원)과 비교해 77조2989억원 늘었다. 한편 2분기 한국 가계의 순자금운용은 올 2분기 24조5000억원으로 작년 2분기(62조8000억원)에 비해 큰 폭 줄었다. 순자금운용액은 각 경제주체가 예금, 주식, 펀드 등으로 운용하는 돈(운용자금)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값이다. 이 금액이 불었다는 것은 현금창출력이 좋아지면서 예금이나 주식 등으로 굴리는 돈이 늘었다는 의미다. 가계는 통상 순자금운용액(여윳돈)으로 예금과 채권 등으로 굴리면서 기업과 정부에 현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가계 순자금운용이 줄어든 것은 씀씀이가 늘어난 데다 아파트 매입도 불어난 결과다. 올 2분기 가계의 최종소비지출은 225조2000억원으로 작년 2분기(211조5000억원)에 견줘 13조7000억원 늘었다. 전국아파트 분양물량은 작년 2분기 4만1000가구에서 올 2분기 10만1000가구 늘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