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 업종'을 통해 본 코로나 이후 세상 변화 [애널리스트 칼럼]

서병수 미래에셋증권 선임연구위원
주식 시장은 그 자체로 우리 시대를 반영하는 동시에 미래를 예측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그래서 주식 시장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함으로써 주식 시장에서 살아남는데 도움이 된다. 코로나19 이후 지난 2년간 변화된 세상을 이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전세계 증시를 대표하는 미국 증시에서 그 해에 가장 많이 오른 섹터를 효과적으로 체크하는 방식 중에 하나가 ETF를 살펴보는 것이다. 2020년과 2021년 10월 4일 현재 연초대비 수익률 상위 15위 이내의 ETF(인버스와 레버리지 제외) 내역은 다음과 같다.
ETF 수익률 상위 리스트를 살펴보면, 2020년은 친환경과 기술에 기반한 혁신, 2021년은 화석 에너지와 일부 원자재로 요약된다. 얼핏 2020년과 2021년 상승한 자산은 서로 큰 관련이 없어 보인다.

반면 지난 2년간 상승한 섹터들은 공통적으로 "지난 수십년간 당연했던 글로벌 대량생산 경제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꾸준히 진행되었는데, 이번 코로나19로 본격화된 것으로 봐야 한다.

기존 경제 시스템의 한계 중 가장 큰 것이 환경이다. 환경 문제는 이미 주요 국가들 내에서 중요하게 간주되었다. 유럽에서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공감대로 지난 10년간 이상 가파른 전력 가격 상승이 용인됐다. 미국도 도요타 프리우스부터 나타난 친환경자동차에 대한 개념이 테슬라로 대중화됐다.글로벌 생산을 담당하던 중국도 환경 오염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시진핑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로 부상했다. 이런 배경 하에서 환경에 부정적인 원자재에 대한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는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의 빌미가 됐다.

글로벌 분업 중심의 생산시스템은 단순히 환경 문제만이 아니다. 선진국에서는 일자리 축소, 중국은 심각한 환경 오염과 열악한 노동환경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다. 이는 사회적 양극화 확산으로 이어져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포퓰리즘 정부들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다른 한편에서는 글로벌 분업 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적 진보들이 나타났다. 코로나19를 통해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기반 IT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코로나19 극복에 가장 큰 과제였던 헬스케어 분야에 IT 기술을 접목하면서 폐쇄적인 헬스케어 분야에 획기적인 인식전환과 기술발전이 이뤄졌다. 환경 문제도 신재생에너지, 전기차를 포함한 전력시스템, 수소 등의 기술적 변화와 투자를 통해 해결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처럼 지난 2년간 주식시장에서 나타난 주도주가 시사하는 바는 코로나19로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닌 글로벌 대량생산 경제체제가 변화되는 과도기적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2년간의 변화는 코로나19로 사라지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지금도 계속 진행형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가 직면한 미래에 대한 예측도 기존과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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