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성장은 시간문제…이제 옥석가릴 시간"

수소 투자 계획 발표에 강세
일진하이솔루스 15%대 급등
'탄소섬유 강자' 효성첨단 8%↑

밸류체인 분산투자 전략을
수소 생산엔 현대오일뱅크·SK가스
충전소는 효성중공업·디케이락
수소산업은 여전히 시작단계다. 친환경 업종 가운데 뒤늦게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전기차, 태양광 등 다른 업종과 달리 가시적으로 상품이 보급되거나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수소 사용 목표치를 대폭 높이자 관련주도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종목은 하루 만에 15% 넘게 급등하며 이런 기대감을 반영했다. 다만 아직 산업이 개화기에 있어 투자에 주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소 성장은 시간문제”

8일 일진하이솔루스는 15.38% 오른 7만500원에 마감했다. 효성첨단소재도 8.64% 오른 71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엠코리아(4.12%), 유니드(2.72%), 두산퓨얼셀(2.42%) 등 다른 수소 관련주도 강세를 보였다.

전날 정부가 올해 22만t 수준인 연간 수소 사용량을 2030년 390만t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게 호재로 작용했다. 정부는 2019년 1월 설정했던 목표치(2030년 194만t)를 두 배 이상으로 높였다. 글로벌 수소기업 30개를 육성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업계도 이런 정부 방침에 잇따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1조3000억원을 투자해 수소연료전지 공장을 인천과 울산에 짓기로 했다. 앞서 SK E&S는 미국 수소업체 플러그파워와 아시아 수소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해 합작법인을 설립했다.정부 지원, 기업들의 투자가 만나면 산업은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수소 밸류체인 내 기업들이 성장하는 것은 시간 문제가 됐다”고 평가했다.

수소 생태계 이해 필요

전문가들은 그러나 수소산업에 투자해 돈을 벌기 위해서는 수소 생태계와 관련주부터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잡한 수소산업을 꿰고 있어야 어디에 언제 투자할지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흥국증권은 수소 밸류체인을 크게 생산, 저장, 운송, 충전, 활용 등 다섯 가지로 나눴다.

수소를 생산하는 기업으로는 현대오일뱅크, 한국조선해양, 에쓰오일, 롯데케미칼, SK가스, 포스코인터내셔널, 한화솔루션, 한국가스공사, 현대제철, 유니드 등이 있다. 수소를 저장하는 기업은 현대오일뱅크, 한국조선해양, 효성중공업 등 크게 세 개로 볼 수 있다.수소 운송과 관련된 밸류체인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핵심 기업으로는 효성첨단소재가 꼽힌다. 효성첨단소재가 생산하는 탄소섬유는 무게가 강철의 4분의 1 수준이고 강도는 10배 이상 뛰어나 수소연료탱크, 수소 운송 트레일러 등에 원재료로 사용된다.

수소를 운반하는 수소트럭 관련주에는 여러 업체가 있다. 일진하이솔루스, 엔케이, 한화솔루션, 유니크, 세종공업, EG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일진하이솔루스는 수소저장용기를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납품하고, 수소 운송에 사용되는 튜브트레일러를 개발하고 있다.

이 밖에 수소충전소 관련주로는 효성중공업, 이엠코리아, 디케이락, 제이엔케이히터, 에코바이오, 비엠티 등이 거론된다.

업스트림 위주 투자 필요

수소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점에는 모든 전문가가 동의하고 있다. 다만 아직 시장이 개화 단계여서 리스크가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이 발전해가면서 개별 종목별로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소산업은 2차전지 업체들이 기대감은 있지만 매출을 가시적으로 내기 전인 2018~2019년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밸류체인에서 업스트림 단계 기업 위주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업스트림이란 원료를 통해 소재 및 부품을 생산하는 과정이다. 김귀연 흥국증권 연구원은 “수소 발전→저장→운송→활용(모빌리티) 밸류체인 내 업스트림 중심의 분산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기차산업의 변화는 힌트가 될 수 있다. 전기차가 주목받기 시작한 2017년부터 2019년에는 2차전지 관련주 전체가 동반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2020년부터는 개별 기업 실적과 기대감에 따라 수익률이 차별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