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너무 잔인"…흥행에 찬물 끼얹는 美·유럽

美 미디어 시민단체 "넷플릭스, 게이트키퍼 역할해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한 장면. 사진=한경DB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과도한 폭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미국, 유럽 등 국가에서 나오고 있다. 부모가 나서 미성년자의 시청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른다.

미국 미디어 감시단체 부모 텔레비전·미디어 위원회(PTC)의 멜리사 헨슨 국장은 최근 논평을 통해 "(오징어 게임은) 믿기 어려울 만큼 폭력적"이라며 "부모들은 넷플릭스에서 자녀 보호 기능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이라는 거액의 상금을 쟁취하기 위해 게임 참가자들이 목숨을 담보로 게임을 벌이는 내용이 담겼다. 선혈이 낭자한 폭력적인 장면이 구체적으로 묘사돼 미국에서 'TV-MA(성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18세 이상에 한해 시청 가능하다.

문제는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특성상 미성년자의 시청을 막을 실질적인 방법은 전무한 상태라는 것이다. 넷플릭스를 통하지 않더라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떠도는 요약본 등 미성년자가 영상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NBC 방송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틱톡에서 '해시태그 오징어게임(#SquidGame)'의 조회 수는 228억회에 달한다.

이와 관련 PTC는 넷플릭스가 이 같은 문제를 알고도 방치하고 있다고 봤다. 헨슨 국장은 "넷플릭스의 판매 전략은 알고리즘으로 시청 이력에 따라 콘텐츠를 추천하게 돼 있다는 것이었지만, 넷플릭스는 빈번하게 이를 우회해 자신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홍보한다"고 했다.이어 "다른 소셜미디어 사이트들에서 등장인물들이 참여하는 게임이 수십 차례 복제되고 있으며 10대 청소년들이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 같은 게임 플랫폼을 통해서도 이 시리즈를 보고 있다"며 "넷플릭스가 미성년자에게 유해한 콘텐츠가 그들의 플랫폼에서 배포되지 않도록 게이트 키퍼(문지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에서도 오징어 게임의 잔혹성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영국 더 타임즈 등 현지 언론은 런던 북동부의 존 브램스턴 초등학교가 아이들이 '오징어 게임'을 보고 운동장에서 서로 총을 쏘는 척을 하고 놀아 우려된다며 드라마 속 행동을 따라하는 학생은 징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벨기에의 한 학교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비슷한 불어권 놀이인 '1, 2, 3, 태양(Soleil)'을 학생들이 패자를 때리는 놀이로 변형한 학생을 제재하겠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