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증권가, AI 자산관리 스타트업에 '러브콜'

하나금투·KDB·신한캐피탈 등
'AI 자산운용' 파운트에 400억 투자

퇴직연금 등 맞춤형 PB 서비스
AI가 투자해 3년 수익률 24%
금융회사들이 인공지능(AI)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투자 규모가 작은 고객에게도 투자 성향과 나이에 따라 ‘맞춤형 PB(프라이빗뱅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방치 상태인 고객의 퇴직연금을 맞춤형으로 관리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로보어드바이저 스타트업 파운트에 300억원을 투자했다. 파운트에는 하나금융투자뿐 아니라 산업은행, 신한캐피탈, NICE투자파트너스 등도 100억원을 태웠다. 하나금융투자는 퇴직연금 시장 공략을 위해 파운트와 협업할 예정이다. 김영빈 파운트 대표는 “퇴직연금에 한 번 투자하면 투자 상품을 바꾸지 않는 고객이 대다수”라며 “AI가 운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투자에 대한 고민과 스트레스 없이 적극적인 퇴직연금 운용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김 대표는 장기 포트폴리오 투자를 통해 노후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게 회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전문성이 없어도, 자산 규모가 작아도 자산 배분과 장기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파운트 투자자 중 2년 이상 투자자의 100%, 1년 이상 투자자의 98%가 수익을 내고 있다. 최소 가입금액은 단돈 10만원이다. 3년 이상 투자자의 평균 누적 수익률은 24%다.

파운트 AI 자산관리 기술은 기업 간 거래(B2B) 솔루션으로도 활용된다. 우리은행, 삼성생명, 메트라이프, 현대차증권 등 20여 개 금융회사에 AI 로보어드바이저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 ‘우리로보’ 서비스는 자산 관리는 물론 퇴직연금에 대해서도 수익률 관리, 리밸런싱 알림, 포트폴리오 변경 추천 등을 해준다. 파운트 AI 솔루션이 그 역할을 한다.

세계 각국의 실업률, 각종 생산지표부터 철도 물동량까지 500여 개 지표를 조합해 글로벌 경기를 예측하는 ‘파운트 마켓스코어’를 산출한다. 마켓스코어와 개인 투자 성향을 고려해 자산 간 비중을 조절하는 것이다. 적중률은 높은 편이다. 김 대표는 “지난달 중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금융사들에 파운트 마켓스코어를 토대로 ‘주식 비중 축소’를 추천했고, 고객사들은 지수 급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파운트는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AI 엔진 기술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2024년까지 총 1000억원을 AI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목표다. 내년에는 맞춤형 PB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중국 헝다 사태가 터졌을 때 고객의 투자 자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단기 전망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흐름과 전망을 제시할 계획”이라며 “고객들이 장기 투자를 하는 동안 불안해하지 않도록 파운트가 ‘안전핀’ 역할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