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서 레깅스女만 찍어라" 회사 vs 운전기사 진실공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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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회사 직원이지 그들 집사나 하인으로 들어간 게 아니었습니다."

한 레깅스 회사 대표의 운전기사로 일했던 A 씨가 회사 운영진의 도를 넘은 갑질에 퇴사를 결심했다고 전해 충격을 주고 있다.A 씨는 10일 밤 온라인 커뮤니티에 회사 대표와 남편의 잔심부름은 물론 이삿짐까지 날라야 했다며 그간의 고충을 폭로했다.

A 씨가 밝힌 회사 측의 잡다한 요구 사항을 보면 '집 인테리어하는데 아파트 입주민 집 일일이 찾아가서 인테리어 동의서 사인받아오기', '호텔 가서 아이 먹일 전복죽 사 오기', '친구 만나러 가는데 태워다주고 태워 오기', '갈비찜과 냉면을 사다 놓기', '크리스마스 파티 의상으로 산타복 사 오기', '새로 산 차량 아파트 차량 등록하기' 등이 나열됐다.
A 씨에 따르면 대표는 소리가 나지 않는 카메라 앱을 다운받아 경쟁사 레깅스를 입은 룸살롱 직원만을 찍게 했다.
A 씨에 따르면 대표는 소리가 나지 않는 카메라 앱을 다운받아 경쟁사 레깅스를 입은 룸살롱 직원만을 찍게 했다.
A 씨는 특히 "레깅스 룸살롱에서 레깅스를 입고 있는 여자만 초이스해서 사진을 찍어라. 그 레깅스업체 성 상품화 식으로 기사 내서 망하게 하겠다. 이건 회사일이다"라고 말하며 강요했다고 전했다.A 씨가 밝힌 결정적 퇴사 이유는 대표 어머니의 이사 문제였다.

어머니가 이삿짐센터 직원들에게 "신발을 신고 집에 들어오지 말고 2명만 집안에 들어오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자 이삿짐센터 반발해 직원들이 철수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A 씨에게 복도에 내려놓은 짐 옮기는 일을 시켰다고 한다.
운전기사 A 씨가 회사 내 직원과 나눈 대화 중 일부
이어 "커피 심부름, 담배 심부름, 시장 심부름이 지긋지긋해서 운전기사를 그만두겠다고 하자 내가 긁지도 않은 회사 차 마이바흐 휠값을 청구하더라"라고 분노했다.대표는 법인 및 개인 명의로 마이바흐, 벤틀리, 포르쉐, 벤츠 총 4대의 외제차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그 중 마이바흐 휠이 긁혔다며 자기부담금 50만원 내라고 했다는 것이다.

A 씨가 언론사에 제보하자 회사 측은 A 씨를 업무방해와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A 씨에 따르면 회사 측은 "경쟁업체서 돈을 받고 거짓으로 말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A 씨는 한경닷컴에 "대표는 경찰에 출석해 룸살롱은 A 씨가 가고 싶다고 요청해 같이 간 것이며 A 씨가 몰래 찍어서 내게 전송했다 진술했다더라"라고 어이없어했다.

하지만 의정부지방검찰청은 지난 5월 A 씨에 대한 업무방해와 명예훼손죄에 대해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A 씨는 회사 대표에 대해 강요죄로 맞고소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