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강호동 출연 'K예능' 17편 제작,편성,홍보 1년간 '진땀'

['개국 1년' 디스커버리코리아 신입사원 3인]

강재구 PD "사람의 모든 구멍이 느낄 수 있는 컨텐츠 만들것"
이지은 마케터,시시각각 변하는 스케줄...친구와 약속도 어려워
조한비 사원,시청률 분석으로 하루시작...방송 끝 '스탭 스크롤'에 희열
음악을 좋아했다. 중2 희망직업란에 뮤지션이라고 적었다. 엄밀히 말하면 직업이 아니라 꿈이었다. 20대 초 드디어 EP앨범을 내면서 꿈에 한발 다가섰다. 넘치는 끼는 중소 프로덕션의 영상제작 연출까지 미쳤다. 마이펫TV에서 연출한 ‘동물교감치료 미라클’은 한국컨텐츠진흥원 주최 행사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안겨줬다. 이후 이엔캐스트, 사이드워크 등의 프로덕션을 거치며 연출 역량을 쌓았다. 끼를 알아챈 디스커버리로 먼저 입사한 선배는 그에게 스튜디오 디스커버리의 입사 지원을 제안했다. 지난해 6월 디스커버리코리아 제작PD로 입사한 강재구씨의 이야기다.

지난 8일 만난 강 씨에게 ‘음악을 했는데 영상 PD를 하게 됐다’고 말하자 그는“음악이 귀로 듣는 컨텐츠라면, 영상은 눈으로 보는 컨텐츠”라며 “사람의 모든 구멍이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우문현답으로 응했다.글로벌 미디어그룹 디스커버리가 지난해 9월 1일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를 개국했다. K예능을 제작해 아시아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해서다. 박상미 디스커버리 코리아 네트웍스 마케팅 팀장은 “한국은 세계적으로 컨텐츠 제작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받고 있다”며 “이 때문에 한국형 예능 컨텐츠를 제작해 아시아시장에 확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는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를 비롯한 채널 운영과 콘텐츠 비지니스를 담당하는 디스커버리 코리아 네트웍스와 콘텐츠 기획, 제작을 담당하는 디스커버리 아시아 최초 콘텐츠 제작사 ‘스튜디오 디스커버리’ 가 운영되고 있다.

첫돌이 된 디스커버리 코리아를 찾아 입사 1년이 된 신입사원 3명을 만났다. 인터뷰에는 이지은 마케팅팀 사원, 조한비 편성팀 사원이 강씨와 함께 나왔다. 디스커버리 코리아 네트웍스와 스튜디오 디스커버리는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13층에 있다.
▶디스커버리 코리아 입사 계기는
-강: 이미 입사한 선배가 추천했다. 지난해 6월 입사했다. 개국 3개월전이다.
-조: 이전 회사에서 좋은 회사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알려주셔서 지원하게 되었다.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말씀에 용기를 내었다
-이: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의 컨텐츠인 ‘스트레인저’광팬이었다. 친구들과 톡방을 만들어 볼 정도였다. 때마침 디스커버리 코리아 네트웍스 마케팅팀에서 인턴을 모집해 지원했다. 6개월 인턴후 올해 7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디스커버리 코리아 네트웍스와 스튜디오 디스커버리의 임직원은 32명(9월1일 기준). 상당수는 경력직 추천채용으로 입사했다. 추천채용이지만, 서류전형·면접 등의 전형은 그대로 진행한다. 지난 달에는 제작부터 공개 채용도 진행중이다. 디스커버리 관계자는 “사업영역이 확장되면서 채용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입사과정은 어떻게 이뤄졌나
-강: 서류전형 후, 정순영 제작 총괄, 정일훈 스튜디오 디스커버리 대표 등 두차례 면접을 거쳤다.
-이: 인턴으로 입사했기에 인턴채용 당시 기본 서류전형 후 디스커버리 코리아 네트웍스의 임원 면접을 거쳤다.
-조: 역시 서류전형 후, 중국에 있는 인사 담당자 면접, 디스커버리 코리아 네트웍스의 임원 면접, 싱가포르에 있는 APAC 실무 담당자 면접 세 차례를 진행했다
▶면접땐 어떤 질문을 받았나
-강: PD출신이신 정순영 제작 총괄은 ‘본인의 역량은 무엇인지, 입사후 어떤 걸 제작하고 싶은지에 대해 물으셨다. 제작자로서의 역량을 검증하신 것 같다. 또한 정일훈 대표는 ‘향후 10년안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 뭐가 있을까’란 질문을 했다. 제작 일을 하다보면 수많은 변수가 생기는데 이에 대한 대비책 그리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력을 물었던 것 같다.
-이: 디스커버리에 대해 아는 것을 말해보라, 자주 보는 프로그램과 콘텐츠에 대한 의견, 이전 경력 중 SNS운영 이력을 보시고 업무 상 아쉬웠던 점 등 실무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특히 글로벌 미디어 회사인 만큼 이에 대한 대답을 영어로 대답할 수 있어야 했다.
-조: 이전 회사의 업무와 동일한 포지션 지원이었기 때문에 업무 이해도에 대한 여러가지 질문과 함께,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편성, 운행 업무 특성 상 위기 대응 능력을 검증하고자 하는 질문이 많았다. 역시 영어로 업무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입사 후 맡은 업무는 무엇이었나
-강: 입사 후에는 한국에 거주하는 글로벌 셰프들의 요리 대결 프로그램인 ‘헬로!플레이트’ 연출을 도왔고, 올해는 강호동이 출연하는 신개념 캠핑 버라이어티 예능 ‘호동’s 캠핑존 ‘골라자봐’의 조연출로 참여했다. 촬영 현장에서는 많은 스탭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것 부터, 출연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소품과 세트를 관리하는 것 까지 현장을 전방위로 뛰어다니며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신경써야 하고, 촬영 후에는 방대한 양의 촬영 소스를 한 편의 프로그램으로 만들기 위한 편집 작업을 한다. 조연출로서 마케팅 편성 등 유관 부서와 소재 관련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도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이: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는 이제 개국 1년을 맞은 채널로 인지도를 확장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중이다. 그러기 위해 대중에게 우리가 만든 컨텐츠를 효과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온에어, 디지털, 오프라인, 브랜드와의 제휴 등 다양한 플랫폼을 분석하고 마케팅 홍보 전략을 세운다. 채널 주요 타겟인 남녀 2549가 선호하는 트렌드를 분석하여 타겟 접점을 만드는 것도 마케터의 중요한 역량이다. 또한 프로그램에 따라 촬영 현장에서 마케팅을 위한 소스를 확보하거나, 실제로 출연자들과 인터뷰, 촬영 등 셀럽과의 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런 자료들은 마케팅 홍보의 중요한 소재가 되기 때문에 선배들과 긴밀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 신입사원인 저는 SNS 와 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 트랜드를 캐치해 마케팅 콘텐츠에 반영하고 공식 플랫폼 운영을 중점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조: 아침에 눈뜨자마자 전날 시청률을 분석해 보고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것이다. 우리 채널 뿐만 아니라 대중의 시선으로 다양한 분야의 각종 콘텐츠 모니터링도 많이 해야한다. 방송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과 연계된 유튜브 콘텐츠, 뉴스 기사, 커뮤니티 등의 반응을 살피는 것도 필요하다. 이렇게 분석한 데이터를 유관부서와 공유해 제작, 편성, 마케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다. 방송이 제 시간에 문제없이 송출될 수 있도록 초 단위까지 신경써서 운행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도 저의 중요한 업무다. 추석 처럼 연휴를 앞두면 몇일 치의 운행표를 짜기도 한다. 어렵기도 하지만 내 손을 통해 방송이 나온다는 것은 보람차다.
▶업무수행에 어떤 점이 어려운가
-강: 프로그램 제작엔 변수가 너무 많다. 한번에 원하는 방향으로 문제없이 제작이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때문에 상황대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플랜 A,B,C 심지어 플랜D도 준비해 둬야 한다. 생각지 못한 변수가 튀어나와도 당황하지 않고 일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기획,촬영,편집에 센스가 있으면 금상첨화다. “어떻게 저렇게 편집을 잘 할 수 있었지” “정말 참신하고 기발한 사람이구나”라는 소리를 듣기를 원한다.
방송 일은 시간을 맞춰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종종 규칙적인 생활이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 나의 경우엔 프로그램 준비 중 바쁜 일정에 쫓기다 보면 잠이 모자라는 경우가 있었는데 눈만 붙이면 잠을 자는 능력이 생기기도 했다. 일이 힘들지만 이 일을 못 떠나는 것은 성취감 때문이다. 내가 참여한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마지막 스탭 스크롤에 내 이름 석자를 확인할 때 느껴지는 희열이 크다. 촬영과 방송 중에는 일정이 매우 바쁘게 돌아가지만 프로그램 종영 후에는 여유가 생기는 편이다. 다음 콘텐츠 기획을 위한 아이데이션을 위해 일정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 방송 일정에 맞춰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개인적인 스케줄과 조율을 해야하는 상황이 생긴다. 여러 부서와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일이 많다보니 일정이나 계획이 바뀌는 경우도 발생한다. 퇴근 후라도 본 방송 시간에는 모니터링 하며 실시간으로 시청자들의 반응을 체크하고 그에 따라 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생활과 회사 생활 간 밸런스를 맞출 수 있도록 스스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유동적인 스케줄에 친구와의 약속을 잡기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콘텐츠에 대한 애정이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 저 역시 스탭 스크롤에 제 이름이 뜨면 사진으로 찍어놓는데 매우 보람찬 순간이다.
-조: 채널은 24시간 돌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운행 담당자는 문제가 생길 경우 언제든지 대응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또한 365일 24시간 동안 수십, 수백개의 콘텐츠 운행표를 1초의 오차 없이 세팅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자칫하면 방송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섬세하게 모든 콘텐츠를 들여다봐야 한다.
항상 이러한 긴장감을 안고 있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 안에서 주기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디스커버리 콘텐츠를 보며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채널이 성장하고 있는 과정을 가장 몸소 체험하는 사람 중 한명이라는 자부심이 있다.이제 1년차인 이들의 꿈은 소박했다. 강씨는 “제 이름을 단 컨텐츠를 빠른 시간내에 제작할 수 있도록 실력을 키울 것. 특히 색다른 시선을 가진 PD가 되고 싶다”라고 했다. 조 씨는 “더 멀리 볼 수 있고 좋은 컨텐츠를 선별할 수 있는 눈을 길렀으면 한다. 입체적인 시각을 가진 편성 기획자가 되고싶다”고 말했다. 이 씨는 “글로벌 미디어 회사에 몸담고 있는 만큼 주목받고 있는 K 콘텐츠를 해외 시장에 알리고, 해외에서도 따르고 싶은 좋은 사례를 남길 수 있는 마케터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는 개국후 1년간 모두 17편의 컨텐츠를 제작했다. 음악, 캠핑, 여행, 서바이벌, 푸드, 연애 등 다양한 장르를 망라하며, 개국 이후 1년간 오리지널 총 205시간 제작하였다. 이승기가 출연한 ‘싱어게인’ 부터, ‘잠적’의 김희애, ‘골라자봐’ 강호동 등 정상급 출연자가 함께하고 ‘고생끝에 밥이온다’, ‘마시는 녀석들’, ‘고스트하우스’, ‘지구에 무슨 129?’ ‘싱투게더’, ‘스트레인저’, ‘땅만빌리지’, ‘빈집살래’, ‘헬로! 플레이트’ 등 다양한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고 있다. 디스커버리 코리아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에 순차적으로 론칭 예정인 OTT 플랫폼 ‘디스커버리 플러스’를 비롯, 디스커버리 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아시아를 넘어 세계 시장에 K 콘텐츠로 시청자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