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천화동인 내것 맞다"…의혹 전면부인

檢 출석한 '대장동 의혹' 핵심

"수익금 배분하는 과정에서
녹취록 의도적 편집된 것
'재판 청탁' 얼토당토 않다"

檢, 뇌물공여 혐의 영장 가능성
정·관계 로비 의혹 규명 '속도'
사진=연합뉴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 사건의 ‘키맨’인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사진)을 11일 소환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을 지난달 29일 꾸린 지 12일 만이다.

김씨는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한 민간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의 대주주로,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김씨 소환을 계기로 검찰 수사에 속도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내가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10시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김씨는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대장동 사업 특혜 대가로 개발 이익의 25%인 700억원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면서도 특혜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는 “제기된 여러 의혹은 수익금 배분 등을 둘러싼 갈등 과정에서 특정인이 의도적으로 편집한 녹취록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는 “유 전 본부장이 천화동인 주인이라고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부터 관여한) 정민용 변호사가 자술서를 냈다는데, 만약 유씨가 주인이라면 나한테 찾아와서 돈을 달라고 하지 왜 정 변호사에게 돈을 빌렸겠느냐”고 덧붙였다. 천화동인 5호의 실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는 ‘김만배 씨가 대장동 개발 이익 중 700억원을 유 전 본부장에게 주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앞서 검찰에 제출했다.

김씨는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는) 바로 나”라고도 했다. 천화동인은 화천대유의 자회사로, 천화동인 1호는 배당금을 정치자금으로 썼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천화동인 1호 대표로 이름을 올린 이한성 씨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화영 킨텍스 대표가 열린우리당 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을 지냈다.

“방어 차원에서 법률고문 줄영입”

김씨는 전 대법관과 검찰총장 등으로 구성된 30여 명 규모의 호화 법률 고문단의 역할에 대해 “호화 고문단이 아니라 저의 방어권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권순일 전 대법관과의 관계에 대해선 “고향 선배인데, 제가 다른 부문을 인수하기 위해 많은 자문을 구했다”고 해명했다.김씨가 지난해 7월 이 지사 대법원 선고 전후 권순일 당시 대법관을 찾아간 것을 두고 ‘재판 청탁’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김씨는 “우리나라 사법부가 호사가들이 짜깁기하는 식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곳이 아니다”며 “재판 관련 얘기는 얼토당토않다”고 부인했다.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무소속(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에게 50억원의 퇴직금을 지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곽 의원 아들이) 일하면서 재해를 입었다”며 “회사 규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관계 로비 규명이 관건

법조계는 대선이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검찰이 의혹 규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 과정에 특혜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게 검찰이 1차로 풀어야 할 숙제다.화천대유의 정관계 로비 의혹도 규명해야 한다.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에는 “성남시 의장에게 30억원, 성남시 의원에게 20억원이 전달됐고, 실탄은 350억원”이라는 언급과 함께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를 두고 김씨와 정 회계사 등 이번 사건의 주요 인물이 갈등을 벌인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씨는 “불법적인 자금이 거래된 적이 없다”며 “검찰이 자금 입출금 내역을 철저히 수사하면 제기된 의혹의 많은 부분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과 경찰은 최근 화천대유 관계인들을 잇달아 소환하며 ‘혐의 다지기’에 들어갔다. 이달 들어서 검찰은 화천대유에 근무하다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은 곽 의원 아들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유 전 본부장을 체포해 구속했다.

경찰은 유 전 본부장에게 8억원을 전달한 토목업체 대표 나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11일 소환해 조사했다.나씨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먼 친척 관계이자 대장동 개발사업의 분양 대행을 맡은 업체 대표인 이모씨에게 토목사업권 수주를 청탁하면서 20억원을 건네기도 했다. 경찰은 나씨를 상대로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을 건넨 경위 등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