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다음달 금통위서 인상 고려"…11월 추가인상 '유력'
입력
수정
임지원·서영경 금통위원, 금리인상 '소수의견'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경기 흐름이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다음번 회의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차례 금리인상으로 정책 효과 가시화는 어려워"
"연속 금리인상, 그때그때 상황이 중요"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금통위를 열고 현재 연 0.7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임지원·서영경 금통위원은 0.25%포인트 인상이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금통위는 지난 8월 2년9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연 0.50%에서 0.75%로 인상한 바 있다. 이 총재는 "8월에 금리를 인상하면서 앞으로 경기 개선 정도에 맞춰서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나가겠다 말했다"며 "금리를 동결했지만 대내외 여건이 국내 경제, 물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경기 회복 흐름이 벗어나는 건 아닌지에 대해 짚어볼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8월 금리 인상에도 실질적인 완화정도는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성장세와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소위 실물경제 상황에 대비한 통화정책의 실질적인 완화정도는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8월 금리 인상으로 실물이 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지는 않으며, 8월 금리인상을 긴축 기조 전환으로 볼 게 아니라 완화정도를 소폭 조정한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간 금융불균형이 누적된 만큼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도 시사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후에 시장금리나 여수신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차입비용이 확대되면서 차입에 의한 수익 추구 성향은 완화되는 그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1차례 금리인상 만으로 정책 효과 가시화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금융불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건전성 정책이나 주택 정책 등도 일관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최근 물가 상승 관련해서도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국내 소비자물가의 오름 폭이 확대됐다는 점에서다. 그는 "유가는 배럴당 80달러 수준으로 높아졌는데,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며 "유가는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에 봤던 수치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통화정책에 있어 인플레이션은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 중 하나로, 8월엔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세는 견실한 편이고 금융불균형이 더 높아져서 금리를 올린 것"이라며 "앞으로도 경기 금융안정 상황을 같이 놓고 검토해서 통화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낮아"…연속 금리인상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하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속 물가상승)이 발생할 우려는 낮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최근 원자재 가격은 높은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생산 차질과 같은 공급 측 요인이 경기 회복세를 제약하고, 물가상승세를 확대시키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물가상승은 팬데믹 이후의 수요가 바르게 회복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일반적인 스태그플레이션과 다르다"며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높아졌지만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점을 감안한다면 스테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금통위는 이번달 통화정책방향에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8월 통방문에선 '점진적'이라고 했지만, 이를 적절히로 바꾼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시장에선 '점진적'이라는 의미에 대해 한 번 건너뛰겠다, 연속으로 (인상하는 것이)아니다로 해석했다"며 "시장과 커뮤니케이션 할 때 이런 의미는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해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전과는 달리 연속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점도 내비쳤다. 그는 "연속으로 금리인상을 하고 안 하고는 과거 방향 문제가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이 중요한 것"이라며 "금통위원 2명이 소수의견을 낸 것은 지금이 인상하는 데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달 상황을 지켜보고 추가 인상 여부를 지켜볼 것"이라면서 "경제 상황이 금통위가 보고 있는 것과 크게 어긋나지 않으면 추가 인상을 고려하는 게 좋겠다는 게 다수 위원들의 견해"라고 덧붙였다. 임기 종료 전인 내년에도 추가 인상이 가능하냐는 질문엔 "기준금리 조정은 경제 금융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총재 임기와는 결부시킬 필요가 없다"며 "금융불균형은 지속적으로 완화해나가는 게 필요한 상황으로, 앞으로 통화정책은 경제상황 개선 정도에 맞춰서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가는 방향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근 원·달러 환율의 급등과 관련해선 시장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200원대를 돌파했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 가시화, 중국 헝다그룹 사태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된 영향이다.
이 총재는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을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중국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과 신용리스크 에너지가격 상승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이를 주의깊게 지켜보면서 필요할 경우 시장 안정을 도모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