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기자와 키스' 슈퍼맨 커밍아웃, 또 누가 있나 봤더니… [김동욱의 하이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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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우먼·로빈도 성소수자강인한 남성성의 상징과도 같은 슈퍼맨의 아들이 양성애자라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다양성과 다양한 성 정체성을 묘사하려고 노력해왔던 미국 만화계가 마침내 슈퍼맨의 아들을 양성애자로 상정한 '공식 작품'을 내놨습니다.하지만 같은 남성 캐릭터끼리, 그것도 세계를 구하는 역할을 맡은 히어로가 동성과 짙은 키스를 나누는 모습이 아직은 무척 낯설어 보입니다. 남성 캐릭터 간의 '우정'이 아닌 '사랑'을 그린 작품은 얼마나 인기를 얻을까요.
ABC뉴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DC코믹스 최신판에서 슈퍼맨인 클라크 켄트와 여기자 로이스 레인의 아들인 존 켄트가 양성애자(Bisexual)로 그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내달 9일 출간될 만화책 '슈퍼맨: 칼-엘의 아들(Superman: Son of Kal-El)' 5호에서 존 켄트는 남성 기자인 제이 나카무라와 키스를 하는 것으로 설정이 지어졌습니다.슈퍼맨의 아들이 양성애자라는 소식은 미국에서 레즈비언과 게이, 양성애자 등을 지원하는 것을 표방한 '내셔널 커밍아웃데이(10월 11일)'에 맞춰 발표됐습니다.존 켄트가 만화 주인공 중에서 첫 양성애자는 아니라고 합니다.
배트맨의 파트너인 로빈은 올해 '배트맨:어반 레전드(Batman: Urban Legends)'시리즈에서 양성애자임이 드러났습니다. 배트우먼조차 최근 들어선 자주 레즈비언으로 묘사된다고 합니다.원더우먼도 명시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만화와 블록버스터 영화 모두에서 성 소수자라는 점을 암시한다고 하네요.전통적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것은 창조성이 강한 만화계에서 드문 일은 아닙니다. 다양성과 성에 관한 전통적인 사고도 빠르게 그 기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아직 상업적 측면에서 이런 추세가 얼마나 작품 판매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긴 합니다만,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히어로가 늘어나는 시대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어 보입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