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디지털 정보화 시대의 신문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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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 국민의힘 의원 yskys2020@naver.com >10월 9일은 한글날이었다. 세종대왕은 한자를 모르는 백성들을 위해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는 고유의 한글을 창제했다. 세종의 애민 정신이 녹아 있는 한글은 적은 문자로 많은 발음을 표현할 수 있는 효율적인 언어다. 이런 과학적 우수성을 인정받아 한글은 1997년 10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한글날은 우리나라 5대 국경일 중 하나로 지정됐을 만큼 대한민국 국민의 한글 사랑은 남다르다. 그에 더해 한국 특유의 교육열과 의무교육 시행은 우리나라 문맹률을 1.7% 수준까지 떨어뜨리는 데 한몫했다. 교육이 보편화된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순수한 의미의 문맹은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다.하지만 디지털 정보화 시대로 접어든 만큼 ‘실질 문맹’의 기준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서는 리터러시의 개념 자체가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행위 자체를 넘어 이제는 정보이용자가 가상의 공간에서 데이터를 제공받고 그것을 사용하거나 공유하는 능력을 수반해야 디지털 공동체에서 소외되지 않는다.
실제 우리나라 사람들의 디지털 문해력은 우수한 편일까.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 청소년들의 디지털 문해력을 측정하기 위해 피싱 메일 여부를 식별해 정보 신뢰성을 평가하는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뜻밖에도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디지털 정보 문해력은 최하위 집단으로 분류됐다. 특히 문장의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능력은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였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디지털 공간에서의 세대 간 리터러시 차이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7년에 인구 중 65세 이상이 14%를 넘어서며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25년에는 인구 중 65세 이상이 20%에 도달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디지털 기반의 정보화가 급속도로 진전함에 따라 스마트기기에 취약한 노인층의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머지않아 대한민국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 될 텐데, 아날로그에 익숙한 노인들이 일상에서 받게 되는 불이익 또한 그만큼 증가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며 겪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우선 정부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세대별로 디지털 교육을 세밀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스마트앱 사용이나 QR코드 인증, 키오스크 주문 등 디지털화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 계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정부가 이를 위한 교육 및 서비스를 적극 제공해야 한다. 앞으로는 ‘AI(인공지능) 튜터’를 이용한 복지 서비스가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데 해답이 돼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종이 한자를 모르는 백성들을 위해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는 고유의 한글을 창제했듯 또다시 ‘정보 격차 해소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