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재택치료, '양날의 칼' 되지 않으려면

확진자 '꼼수 이탈' 방지책 미흡
신속 응급의료체계도 다듬어야

이선아 바이오헬스부 기자
올해 초 해외 입국자는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더라도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하지만 해외 유학생 사이에선 ‘자가격리 없이 입국하는 법’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평소에 쓰지 않는 휴대폰에 자가격리 앱을 설치한 뒤 집에 두고 나가면 당국의 눈을 피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식이었다. 실제로 이 같은 방법을 써서 다른 지역으로 놀러갔다가 적발돼 강제 출국당한 사례도 있었다.

정부가 지난 8일 발표한 ‘재택치료 확대 방안’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방역당국은 어린이 등에게 제한적으로 시행하던 재택치료 대상을 70세 미만 무증상·경증 코로나19 확진자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금은 코로나19에 걸리면 생활치료센터나 병원에 격리된다. 이제부터는 따로 시설에 격리될 필요 없이 집에 머물면서 치료할 수 있다. 단 확진자는 10일간 집 밖을 벗어날 수 없다.문제는 확진자 이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방역당국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능이 있는 앱으로 확진자를 관리하고, 무단이탈이 적발되면 ‘안심밴드’라는 전자손목팔찌를 채우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탈 여부를 앱으로 확인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확진자가 휴대폰을 집에 두고 가는 등 편법을 동원하면 집 밖을 벗어났는지조차 알 수 없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확진자 이탈 여부가 철저히 관리되지 않으면 ‘우리 집 근처에서 확진자가 돌아다닌다’는 막연한 공포만 심어줄 수 있다”고 했다.

응급의료 대응 체계도 관건이다. 집에 머무르다가 갑자기 코로나19 증상이 악화하면 보건소에서 지정한 의료기관에 연락해 24시간 비대면 상담과 처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업무가 특정 기관에 몰리기 때문에 빠른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재택치료 대응 기관은 코로나19 진료 경험이 있는 감염병 전담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 협력병원을 우선 지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화만으로 증상을 확인하고 응급실 이전 여부를 결정하려면 병원급 이상을 우선 투입해야 하지만, 이 때문에 업무가 쏠려 오히려 신속한 대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택치료는 11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의 핵심이다. 코로나19에 걸리면 독감처럼 집에서 치료하고, 그 대신 가용자원을 위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철저한 확진자 격리 관리와 신속한 응급의료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코로나19 확산세를 부추기는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일상회복을 앞당기겠다는 정부 계획의 성패가 여기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