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영업 어려워지자…저축은행, 예금금리 속속 인하

중금리대출 실탄 마련 위해
금리 올려 수신 확대했지만
대출 규제 심해지자 '속도조절'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지속되자 그동안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저축은행 수신금리가 속속 떨어지고 있다. 대형 저축은행이 정기예금 금리를 내리고 있고, 중소형 저축은행도 이 같은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가 변수가 될 수 있지만 공격적인 대출 영업이 막힌 상태에서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수신금리를 끌어올린 저축은행들이 더 이상 금리를 높일 여력은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은 최근 OK안심정기예금(연 2.6%→연 2.4%)과 OK정기예금(연 2.5%→연 2.3%) 금리를 각각 0.2%포인트 인하했다. SBI저축은행도 지난달 초 연 2.2%에서 연 2.5%로 0.3%포인트 높인 정기예금 금리를 최근 원래 수준인 연 2.2%로 재조정했다. 우리금융저축은행 수신금리도 0.2%포인트 낮아졌다.

저축은행들은 올 하반기 들어 중금리 대출 공급을 위한 실탄 확보 차원에서 수신금리를 바짝 올려 수신액을 채웠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6월 연 1.6~1.8%대를 오르내리던 저축은행 평균 예금금리(1년 만기 기준)는 8월 연 2.11%로 오르더니 이날 현재 연 2.25%로 상승했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 대출을 죈 데 따른 풍선효과를 예상하고 대출수요 증가에 대비해 수신 경쟁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최근 저축은행에도 강하게 대출규제 압박을 가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 79곳 중 17곳이 6월 말 기준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전년 대비 21.1% 이내)를 이미 넘겼다. 15%를 넘긴 곳도 4곳이다. 저축은행들이 신규 대출을 자제하거나 대출 심사 문턱을 높이는 쪽으로 여신 영업 관리에 들어간 만큼 수신금리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를 높여 수신 잔액이 늘어났는데 대출을 내주지 못한다면 예대마진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저축은행들이 그동안 높은 수신금리를 유지한 배경에는 공모주 청약 환불금 유치를 위한 경쟁도 한몫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 등 ‘대어(大魚)’들의 기업공개(IPO) 절차가 종료된 만큼 이 같은 유인도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공모주 환불금 유치를 겨냥해 출시한 OK저축은행의 요구불예금 상품인 ‘OK파킹대박통장’ 금리가 지난달 0.2%포인트 떨어지기도 했다.

일각에선 한국은행이 이르면 다음달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경우 저축은행 예금금리가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이 저축은행 수신금리 오름세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현재 저축은행의 평균 정기예금 금리(연 2.25%)는 기준금리가 연 0.75%였던 지난해 3월(연 1.92%)과 기준금리가 연 1.25%였던 지난해 1월(연 2.12%)을 이미 뛰어넘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통상 연말연시에 만기가 돌아오는 저축상품이 많은 만큼 이 시기에 맞춰 저축은행 수신금리가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새로운 자금을 유치하고 고객에게 만기 자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