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테이퍼링에 '强달러 지속' 전망…기업들, 수출로 번 달러 쟁여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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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금융시장‘원·달러 환율 1200원 돌파’는 종종 경제위기의 징후로 해석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 때나 1200원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대표 펀더멘털(기초체력) 지표는 2008년 이후 가장 양호하다. 기초체력이 탄탄한 것과 반대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가치가 오르는 데다 중국과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심리가 움츠러들고 있어서다. 여기에 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는 것을 꺼리고 개인들도 추가 상승을 내다보고 달러를 팔지 않고 있다.
실물경제 탄탄한데 환율 치솟는 3가지 이유
(2) 美 국채금리 뛰며 불안감 확산…외국인 증시 이탈 가속
(3) 中 헝다사태·최악 전력난도 투자심리 위축시키는 변수로
연내 환율 1250원 갈 수도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월 1일부터 이날까지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37원으로 집계됐다. 이날 환율은 평균 환율을 훌쩍 웃도는 1198원80전에 마감했다. 오전 장중 1200원40전까지 치솟기도 했다.원·달러 환율은 통상 한국 실물경제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좋아지면서 한국 자산을 사들이기 위한 원화 환전 수요가 늘어나는 등의 영향 때문이다.하지만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위기 수준인 1200원에 근접한 것과 달리 한국의 실물경제는 안정 궤도에 진입했다. ‘수출 주도 경제’인 한국의 핵심 펀더멘털 지표로 꼽히는 경상수지는 지난 8월(75억달러 흑자)까지 16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달 1~10일 수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63.5% 증가한 152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최근 수출 지표도 견조했다. ‘외환 방파제’로 통하는 외환보유액은 9월 말 4639억7000만달러로 7월 말부터 석 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개인의 달러예금 비축 수요도 부각된다. 8월 말 개인의 달러예금은 171억9000만달러로 전달보다 2억4000만달러 감소했다. 환율이 오름세를 보이는 점을 고려할 때 개인의 달러예금 감소폭이 비교적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환율 1200원을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으로 간주할 만큼 이 가격을 뚫기가 쉽지 않았다”며 “미국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우려 등이 겹치면서 환율이 치솟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 일각에선 환율이 일시적으로 125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달러 비축 수요 늘어난 기업들
환율이 치솟은 것은 달러가 강세를 보인 결과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르는 등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세계 금융시장을 덮치자 Fed가 돈줄을 죌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Fed가 테이퍼링에 나서면 시중에 쏟아내는 달러도 줄어든다. 달러 공급이 줄어드는 만큼 국채를 비롯한 미국의 시장금리는 오름세를 보인다. 테이퍼링 기대를 반영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1일(현지시간) 연 1.628%까지 뛰었다. 작년 5월 20일(연 1.628%) 후 최고치다. 미국 투자은행(IB)들은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말 연 2%까지 뛸 수 있다고 봤다. 미 시장금리가 뜀박질하면 달러가치도 상승한다.부동산개발업체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가 커진 데다 최악의 전력난을 겪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평가도 환율을 밀어올리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IB들은 전력난 등을 반영해 중국 성장률을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가 8.2%에서 7.8%, 노무라증권은 8.2%에서 7.7%로 내렸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만큼 두 나라 경제의 상관관계가 깊고 환율도 비슷하게 움직인다. 중국 실물경제가 출렁이는 만큼 원화가치도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기업들도 수출로 들어오는 달러를 시장에 풀지 않고 금고에 쌓아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8월 기업의 달러예금은 631억9000만달러로 전달보다 9억4000만달러 늘었다. 외환업계 관계자는 “중국을 비롯한 나라 밖 사정이 심상치 않은 만큼 달러를 비축하려는 기업들의 수요가 커졌다”며 “기업들의 원화 현금창출력이 좋아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려는 자금 수요도 줄었다”고 평가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