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협박에 성희롱은 일상…도 넘은 시청자에 우는 BJ

'위험 무방비' 인터넷 방송 진행자

3초마다 욕하는 글 올라오고
차단하자 BJ 母 살해 사건도
일부는 '별풍선' 쏘며 갑질

"플랫폼社, 정화노력 강화해야"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한 인터넷 방송 시청자가 부적절한 언행을 이유로 진행자(BJ)로부터 참여를 차단당하자 해당 BJ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최근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BJ들이 욕설과 성희롱에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시청자의 후원과 구독으로 수익이 창출되는 인터넷 1인 방송의 특성상 시청자와 BJ 사이에 ‘갑을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악성 댓글을 통한 ‘인격살인’이 일상화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족 향한 협박과 범죄도

문제가 된 살인사건은 1인 방송 BJ들이 흔히 겪는 욕설·성희롱이 극단적 결과로 이어진 사례다. “일상화한 인격살인에 노출된 BJ가 한둘이 아니어서 언제든 이런 참사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게 인터넷 방송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트위치와 유튜브를 통해 1인 방송을 하고 있는 권유민 씨(25)는 “한 시청자가 ‘죽어라’라는 댓글을 3초에 한 번씩 방송 내내 보낸 적도 있다”며 “가족을 겨냥한 성폭행 협박을 받기도 했는데, 이런 비방과 모욕은 견디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악성 댓글을 금지어로 설정해도 띄어쓰기나 이모티콘을 활용해 욕설을 보내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어머니가 살해당한 BJ의 경우 사건 이후 한 시청자가 기존 영상 댓글에 “이번 사건도 시청자와의 불화로 인해 발생한 일인 만큼 (휴방)공지를 똑바로 남겨서 예의를 지켜달라”고 쓰기도 했다. ‘후원했으니 이 정도 요구는 가능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업계에서는 “인터넷 방송시장 규모가 여전히 급성장 중인 만큼 시장이 성숙단계에 진입할 때까지는 부작용도 계속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모바일 시장 데이터 서비스 제공업체인 앱애니에 따르면 세계 상위 5개 라이브 스트리밍 소셜 앱 이용 시간은 2018년 2810억 시간에서 작년 4825억 시간으로 2년 사이 71% 늘어났다. 앱애니는 올해 예상 이용 시간을 5487억 시간으로 전망했다.

일부 BJ 자극적 방송도 문제

시청자의 후원이 BJ의 수익과 직결되는 인터넷 1인 방송 시스템상 시청자와 BJ 사이에는 갑을 관계가 형성된다. 대표적인 1인 방송 플랫폼 트위치의 경우 시청자는 도네이션을 통해 BJ에게 후원할 수 있고, 구독을 통해서도 BJ의 수익이 올라간다. 아프리카TV는 유료 아이템인 ‘별풍선’을 구입해 BJ를 후원할 수 있다. 일부 시청자는 ‘돈을 지급했으니 갑질을 해도 된다’는 입장이고, BJ는 수입을 위해 심각한 혐오 표현도 참고 견디는 처지다.

이인환 법무법인 제하 변호사는 “대중의 이미지와 관심이 중요한 직업 특성상 BJ는 피해가 심각한 정도에만 가까스로 형사고발을 한다”며 “플랫폼 업체가 모니터링과 정화 노력을 강화해 일정 수준을 넘는 범죄행위를 다시 범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일각에서는 일부 BJ의 방송 내용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방송이 자극적·선정적인 만큼 시청자들의 댓글 수위도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 방송은 ‘방송법’을 적용받지 않아 선정성 관련 규제가 없고 음주, 브랜드 언급, 욕설까지 허용된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인터넷 개인방송에 대한 심의 1567건 중 10%인 158건만 시정 요구가 완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음란·선정’ 유형은 802건으로 51%를 차지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