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그룹 '3세' 정기선 체제 가속…'두산 출신' 손동연, 파격 승진
입력
수정
지면A15
현대중공업그룹 사장단 인사…예년보다 한 달 앞당겨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12일 단행된 현대중공업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정 부사장의 승진으로 3세 경영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기선, 4년 만에 사장 승진
현대重지주·한국조선해양 맡아
그룹 핵심 장악, 본격 경영 시험대
부회장에 가삼현·한영석·강달호
'그룹 3대축' 조선·에너지·건설기계
총괄 부회장 체제…책임경영 확립
그룹은 또 조선과 에너지, 건설기계 등 그룹의 주요 사업을 부회장 관할 체제로 두기로 하고 4명의 부회장 승진 인사도 냈다. 책임경영 체제 안착과 대규모 인수합병(M&A) 후 안정적 통합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정기선, 사장 승진…경영 승계 본격화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날 정 부사장의 사장 승진을 포함해 이 같은 내용의 사장단 내정 인사를 단행했다. 정 사장은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현대중공업지주와 조선 사업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도 맡게 됐다.1982년생인 정 신임 사장은 2017년 부사장 승진 이후 2018년부터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을 맡아 그룹의 미래 성장 기반 마련에 집중해왔다. 그룹은 또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사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 손동연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사장 등 4명을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현대중공업그룹에는 2019년 당시 권오갑 부회장의 회장 승진 후 부회장 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룹 관계자는 “조선·에너지·건설기계 등 3개 핵심 사업 부문에 부회장을 선임해 부문별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이날 인사에서는 또 정 사장과 함께 현대글로벌서비스 공동대표를 맡았던 안광헌 현대중공업 부사장과 이기동 현대글로벌서비스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오일뱅크 생산기획통인 주영민 글로벌사업본부장도 사장으로 한 단계 오르며 공동대표를 맡게 됐다. 현대중공업 조선해양사업 대표를 맡고 있는 이상균 사장도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에 내정돼 한 부회장과 함께 회사를 이끌게 됐다.건설기계부문 중간지주회사인 현대제뉴인에는 손 부회장이 기존 조영철 사장과 함께 공동대표로 내정됐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조 사장과 오승현 부사장 공동 대표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현대건설기계 대표이사에는 최철곤 부사장이 내정됐다.
건설기계 부문 요직에 두산 출신 ‘파격’
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의 키워드가 ‘승계’와 ‘통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인사를 통해 정 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와 한국조선해양 등 그룹의 중추를 맡게 돼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정 사장은 2017년부터 지주 경영지원실장과 함께 그룹의 선박 사후관리(AS) 계열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 공동대표를 맡으며 신사업 발굴과 디지털경영 가속화, 사업시너지 창출 등 그룹의 미래 전략 및 신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해왔다. 그와 현대글로벌서비스에서 호흡을 맞추며 수소, 연료전지 등 신사업 발굴을 담당했던 안 부사장과 이 부사장이 승진한 것은 정 사장 체제 안착을 위해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국내 1위 건설기계 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로 몸집이 확 커진 건설기계 사업을 이끌 부회장에 두산 출신을 앉힌 파격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5년부터 두산인프라코어 대표를 맡아온 과거의 ‘적장’인 손 부회장에게 건설기계 부문 총괄을 맡긴 데 이어 두산 출신인 오 부사장과 최 부사장을 각각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 대표로 임명했다. DNA가 다른 두 집단이 합쳐진 상황에서 피인수 측 인사를 요직에 앉힘으로써 통합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에게 핵심 계열사의 리더십을 맡긴 것도 눈에 띈다. 조선 부문은 그룹의 대표적 선박 ‘영업통’인 가 부회장과 엔지니어 출신인 한 부회장을 쌍두마차로 내세웠다. 에너지 부문을 맡은 강 부회장 역시 정유·화학 분야에서 30년 넘게 한 우물을 파온 엔지니어 출신이다.현대중공업그룹은 통상 10월 말~11월께 있었던 사장단 인사를 올해 한 달가량 앞당겼다. 이른 시일 내 임시주주총회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선임 등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예년보다 일찍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 인사를 마무리짓고 보다 빠르게 내년을 준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