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정답없는 경영의 시대…세상에 먼저 뛰어들라"

한국경제 창간 57th 미래를 말한다
릴레이 인터뷰 (4)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세상의 격랑에 먼저 뛰어들어야 산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사진)은 ‘비즈니스의 미래’를 묻는 한국경제신문의 창간기획 화두에 이렇게 답했다.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이후 2018년부터 3년 반 넘게 ‘전사(全社) 디지털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서 회장은 “대전환의 시대에는 ‘무엇(what)’이 아니라 ‘어떻게(how)’에서 해답을 찾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아모레퍼시픽은 한때 ‘황제주’로 불렸다. 2015년 주가가 45만원까지 치솟았다. 서 회장이 ‘세계 200대 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시절이다. 12일 주가(17만4500원)는 당시의 반 토막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서 회장은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이 가속화한 세상의 변화로 시장과 소비자의 눈높이가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잔잔한 바다 밑에 가려 있던 회사의 약점들이 혁신을 강요하는 파도를 만나자 한꺼번에 드러났다는 게 그의 자기성찰적 진단이다.

앞서가는 글로벌 기업들처럼 서 회장도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을 일찌감치 외쳤다. 하지만 행동이 말(言)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에 대해 서 회장은 경험담을 고백하듯 털어놨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어떤 기업은 과거의 성공에 대한 자신감에 취해 잘해왔던 것에 더 열심히 집중하며 변화를 극복하려고 한다. 그러나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 전략, 성공에 대한 막연한 자신감은 더 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2018년 초 창사 이후 처음으로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선임한 아모레퍼시픽은 조직 문화를 뿌리부터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오랫동안 회사의 미덕이던 근면·성실·규율의 문화를 창의·역동·융통성 중심으로 전환하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서 회장은 “모두가 변화를 말하지만 중요한 건 변화의 방식”이라며 “세상에 먼저 뛰어든 다음에 필요한 역량을 덧붙여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정답 없는 경영 시대의 해법”이라고 말했다.

박동휘/박종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