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던 8명 차에 치여 죽었는데…" 운전자 무죄 선고에 '발칵'

새벽 3시 구불구불한 언덕길 시야 확보 안돼
단체로 자전거 타고 있다는 고지 못 받았다
운전 중 8명의 청소년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26세 여성 A씨와 사망한 10대들. /사진=VOICE 페이스북
말레이시아에서 10대 청소년 8명이 야간 산악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다 승용차에 치여 한꺼번에 사망한 가운데 차량을 운전한 20대 여성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12일 베르나마통신 등에 따르면 조호르 바루 고등법원은 지난 10일 운전 중 8명의 청소년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A씨(26·여)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7년 2월18일 오전 3시20분께 차량을 몰고 조호르 바루의 산악 언덕길을 달리다 자전거를 타고 있던 10대 일행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숨진 10대들은 13세 1명, 14세 4명, 16세 3명 등 총 8명이다.

검찰은 A씨가 위험하게 운전해 사고를 일으켰다고 판단해 유죄 판결 시 최고 징역 10년을 선고받을 수 있는 혐의를 적용했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야간에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올라가던 중이라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고, 단체로 자전거를 타고 있다는 아무런 고지도 받지 못했다"며 무죄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아무런 경고도 받지 못했다는 피고인의 증언을 받아들이고, 도로안전연구소 실험 결과 당시 승용차가 시속 44.5㎞, 75.9㎞로 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검찰은 피고인이 위험하게 운전했다는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사고 당시 A씨는 술이나 마약을 복용하지 않았고,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또 언덕길에 코너가 많고 새벽 시간대 어두운 도로여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도로에 있을 것이란 예상을 하기 어렵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나오자 현지 네티즌들은 "당연한 결과다. 다른 누가 운전했더라도 사고를 냈을 수 있다" "8명이 사망했는데 무죄라니, 당신이 유족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나" 등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앞서 사건 당시에도 네티즌들은 8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운전자에 대한 비판 뿐 아니라 새벽 3시에 자전거를 타도록 놔둔 10대들의 부모도 함께 비난했다.

한편, 조호르주 검찰은 항소심을 제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검찰은 "10일 이내 항소심을 제기하기 전 법무장관과 먼저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A씨 측 변호인은 "검찰이 항소할 것으로 보여 어떤 진술도 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