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내년 1월이면 기업 이익이 꺾일 것이란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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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선 실제 이익 증가 폭은 27.5%보다 클 것으로 기대합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5년간 S&P500 기업들이 실제 보고한 이익은 월가 예상치를 평균 7.2%포인트 초과했습니다. 이를 산술적으로 더하면 이번 분기 이익증가율이 34.7%에 달할 수 있습니다. 지난 5개 분기로 시간을 좁히면 실제 이익은 월가 예상치를 19.5%포인트 넘어섰습니다. 3분기 이익이 47.0%(27.5%+19.5%)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월가는 전반적으로 3분기 실적이 괜찮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나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기업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많습니다. 소비 경기와 임금, 물가, 세율, 환율 등 많습니다.이들 요인들이 악화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12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내고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 6.0%에서 5.9%로 0.1%포인트 낮췄습니다. 특히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7월보다 1.0%포인트 낮춘 6.0%로 떨어뜨렸습니다. IMF는 2분기 재고 감소와 이후 공급망 혼란, 소비 둔화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경기 전망이 둔화됐는데도 유가는 또 올랐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물은 0.15% 상승한 80.64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장중 81.62달러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다만 브렌트유(12월물)는 0.3% 내린 배럴당 83.42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여기에 달러화 가치는 5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16년 7월 이후 가장 긴 상승세입니다. 특히 유가와 달러가 동반으로 5주 연속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는 1983년 이후 최장입니다.
이날 뉴욕연방은행이 공개한 9월 소비자 설문에서 향후 1년간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5.31%로 8월의 5.18%에서 또다시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뉴욕 Fed는 "2013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11개월 연속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공급망과 노동시장 혼란 등 팬데믹 상황에 의해 유발된 일시적 현상이라고 믿고 있다"라면서도 "여러 데이터에 따르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지속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2% 이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얼마가 될지 말할 수 없지만, 상승 위험이 현저하다"라고도 했습니다.
미국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8월 채용공고(job opening)에서는 임금 상승 압력이 나타났습니다. 채용공고 자체는 전달보다 65만9000건 감소한 1043만 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상 최고치에서 조금 줄어든 겁니다.
여러 수치 중 월가가 주목한 것은 자발적 퇴직 비율입니다. 8월 자발적 퇴직은 전달보다 24만2000건 증가한 427만 건, 퇴직률 2.9%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는 근로자들이 새로운 직책을 찾을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음을 시사합니다.
또 워싱턴에서는 법인세 인상 논의가 한참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프라 법안 규모에 따라 26.5%가 될지, 25%가 될지 결정만 남았을 뿐 인상은 확실합니다.
모두가 기업 실적에 부정적 요인들입니다. 지금까지 3분기 실적을 내놓은 21개 기업 중 14개 기업이 콘퍼런스콜에서 직원 채용의 어려움, 임금 상승에 따른 비용 압박 등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또 공급망 혼란에 따른 비용 증가를 경고한 곳도 15개에 달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3분기는 그럭저럭 지나가더라도 향후 실적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BCA리서치는 경제 활동 수준, 인건비 및 생산성 추세, 차입 비용, 세율, 감가상각비, 환율 및 가격 결정력 등을 따져보니 S&P500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내년부터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BCA리서치가 지적한 것은 여섯 가지입니다.
1. 경제성장률 부진에 따라 외형 성장이 둔화할 것이다.
2. 생산성 향상이 정점에 이른 가운데 임금 상승 압력은 강해지고 있다.
3. 생산자물가(PPI)가 급등하면서 투입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4. 설비투자가 회복되면서 감가상각비가 증가하고 있다.
5. 금리 인상으로 이자 비용이 바닥을 쳤고, 설비투자와 자사주매입(주주환원)을 위한 자본 조달 비용이 증가할 것이다
6. 미국의 법인세율은 인상될 것이다
BCA리서치는 "우리 모델에 따르면 마진 증가율은 올해 8월에 정점을 찍었고 점점 줄어 평균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마진은 올해 12월과 내년 1월 사이에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다. 내년 1월의 마진 증가율은 전년 대비 -65%로 예상된다. 2021년 1월 영업이익률은 7.2%였다. 마이너스 성장률을 고려하면 내년 1월 마진은 2.6%에 불과하며 이는 확실히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예상 수치는 환율, 생산성 및 경제 활동 수준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신뢰구간이 넓다"라면서도 "우리의 가정은 보수적이며 모델은 분명히 2022년 마진 축소를 가리킨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아침 9시 30분 0.1~0.2% 수준의 오름세로 출발하며 지난 이틀간의 하락에서 벗어날 채비를 했습니다. 하지만 부정적 뉴스들이 이어지자 결국 다우는 0.34%, S&P500지수는 0.24%, 나스닥은 0.14%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날 반도체주 급락세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올해 4분기 D램 가격 하락이 마이크론의 매출을 감소시킬 것"이란 예상을 내놓아 마이크론의 주가가 3.61% 폭락했습니다. 또 △인텔 -2.38% △텍사스인스트루먼트 -2.53%, △웨스턴디지털 -3.51% 등 반도체주 대부분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