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지금이 매수기회"…中 부진 속 대체시장 뜬다

중국시장 대신 선진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 확대로 차별화
"3분기 실적 부진하겠으나 우려보다는 선방할 것으로 예상"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대기 중인 완성차들.(사진=연합뉴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와 중국발 악재로 내리막길을 걸었던 국내 자동차주가 꿈틀거리고 있다. 국내 대표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와 기아는 중국시장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선진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 확대로 차별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우려로 자동차 업종이 저평가 국면에 접어든 만큼 매수를 고려해볼 만한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20만4500원, 8만2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초 대비 양사의 주가는 각각 5.7%, 5.0% 상승했다. 코스피지수가 2900선까지 밀리는 상황에서도 완성차 기업의 주가는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인해 주가 하락을 이어가던 국내 자동차 업종은 9월 부진한 판매 실적 발표 이후 상승세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8일 말레이시아의 반도체 공장 가동 정상화로 병목 현상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며 관련 업체들ㄹ의 주가도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 부정적인 뉴스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앞으로 점차 축소될 것으로 보이며 공급망 정상화 가능성 등 긍정적인 뉴스의 주가 영향력 점차 커지는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3분기 글로벌 완성차 업체 주가는 대부분 부진했다. 완화를 기대했던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오히려 심화됐고 중국발 헝다 사태, 전력난 등 돌발 악재로 수요부진 및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의 수요둔화와 전기차 전환이 가져올 시장재편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자동차 수요는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타격이 있다고 보기에는 재고가 줄어들고 있지 않아서다.

중국시장 수요부진에 따라 글로벌 업체의 판매대수는 급감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도 중국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지만 글로벌 도매판매 대비 중국 판매 비중은 올해 들어 10% 미만으로 감소하면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양사는 중국에서 계속 다운사이징을 진행 중이며 향후 리소스 투입도 제한될 예정이다. 실제로 올 8월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중국판매 비중은 각각 7.7%, 4.2%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현대차와 기아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3% 미만으로 떨어졌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는 중국을 제외한 모든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4~5위 그룹으로 성장했고 기타 신흥시장에서는 톱(Top)3 내에 포진하고 있다.

올해 들어 현대차와 기아의 글로벌 판매 성장은 중국을 제외한 기타신흥시장이 이끌고 있다. 양사의 중국을 제외한 기타신흥시장 판매는 각각 87만대, 66만8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5%, 30.6% 늘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쟁사들은 향후 2~3년간 중국과 전기차 시장에 리소스를 쏟아 부으면서 기타 신흥시장과 유럽에 대한 투자를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흥시장에서 경쟁사의 철수로 현대차와 기아의 과점 위치와 수익성 향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차량용 반도체 부족 이슈는 하반기 반도체 공급 차질이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생산 문제가 예상보다 장기화됐다. 기존에는 4분기 중 차량용 반도체가 확보되면 완성차 생산을 확대하고 연간 사업계획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반도체 후공정 차질 이슈가 새롭게 생산을 발목 잡았다.

이로 인해 현대차와 기아의 3분기 실적은 기대치보다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차와 기아의 3분기 손익이 시장의 부정적 우려보다는 선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 차질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고 환율이 긍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올 3분기 현대차 실적을 매출 28조5000억원, 영업이익 1조6000억원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기아는 매출 16조6000억원, 영업이익 1조2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차는 지난해 3분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금융 부문의 호조가 자동차 부진을 상쇄했다"며 반면 기아는 자동차 부문의 생산 차질 자체가 크지 않았고 환율 효과로 북미 수출의 수익성이 개선된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