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참모진이 文의 대장동 '신속 수사' 촉구 말린 이유는? [임도원의 BH 인사이드]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아프간 관련 G20 특별정상회의 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대통령이 진작 메시지를 내려고 했지만, 참모들의 반대로 유보했던 것입니다."
청와대 관계자가 13일 "대통령은 전부터 검찰과 경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해왔다"며 한 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검·경은 적극 협력하여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한 배경에 대한 설명입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대장동 사건이 불거진 초기에 "이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라는 낙관론과 "커다란 불법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는 비관론이 맞섰다고 합니다. 그러다 점차 의혹이 커지자 청와대는 지난 5일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검·경이 부실수사를 하고 있다"는 국민 비판 속에서도 엄정 수사 촉구의 메시지는 내지 않았습니다. 이후 일주일 만에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주문한 것입니다. 청와대 참모진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와중에 대통령이 엄정 수사를 촉구할 경우 경선 개입으로 비춰질 가능성을 우려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유력 대선 경선주자였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장동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침묵하고 있는 사이 부실수사 정황은 지속적으로 드러났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장동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즉각 성남시청과 경기도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지 않는다면 검찰과 수사지휘 라인에 있는 사람을 상대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직무유기죄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검찰이 민주당 대선 경선이 끝난 다음날에서야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을 소환한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합니다. 김 전 팀장은 김기동·이동열 전 검사장 등 전직 검찰 고위인사들을 대거 변호인단에 두고 있습니다.

민주당 주장에 따르면 대장동 사건에 대한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는 여권에 유리합니다. 민주당은 대장동 사건을 '국민의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장동 사건을 파헤칠 수록 국민의힘 비리가 계속 드러날 것입니다. 민주당 주장대로라면 청와대 참모진은 '정치적 계산'에도 어두운 셈입니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각종 의혹이 연이어 터져나오면서 민심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발표된 민주당 경선결과에 따르면 이 지사는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28.30%를 얻는 데 그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62.37%)에 대패했습니다. 정치권은 '대장동 민심'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참모진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진정 무엇을 우려하는 걸까요. 김만배씨로부터 언급됐다는 '그 분'이 대체 누구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문 대통령은 임기를 7개월 가량 남겨두고 있습니다. 임기말 최대 리스크는 어쩌면 참모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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