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제로' 사회에서 갈수록 오르는 탄소배출권 가격…어떻게 투자할까? [주코노미TV]

ETF 언박싱은 개인 투자자가 알기 어려운 ETF 상품 정보를 속속들이 살펴봅니다. 유튜브 채널 <주코노미TV>에서 미리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나수지 기자
ETF 상품의 모든 것을 알아보는 ETF 언박싱 코너, 오늘은 신한자산운용의 박수민 부장님 모셨습니다.

▷박수민 부장
안녕하세요. 신한자산운용 박수민입니다.▶나수지 기자
지난달 말 국내에서도 탄소배출권 ETF가 4종 상장했는데, 오늘은 탄소배출권 ETF가 뭔지에 대해 샅샅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탄소배출권이란 뭐고 언제 생겨난건가요?

▷박수민 부장
국제 사회는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의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1994년 3월 기후변화에 관한 UN협약 (UNFCC)를 발표했습니다. 이 협약의 구체적 이행 방안으로 1997년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의 의무화, 시장원리에 입각한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수단의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교토 의정서를 채택했죠. 이 때 탄생한 것이 탄소배출권거래제도 입니다. 교토 의정서가 발효된 2005년 유럽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를 시작으로 약 16년의 시간동안 발전해오고 있습니다.
탄소배출권은 말 그대로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는 이러한 권리가 거래되는 시장이구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는 일반적으로 캡 앤 트레이드(cap and trade) 원칙에 기초하여 운영됩니다. 정부가 경제 주체들을 대상으로 배출허용총량(캡·cap)을 설정하면, 대상 기업체는 정해진 배출 허용 범위내에서만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 배출권을 부여받게 됩니다. 배출권은 정부로부터 무상으로 할당받거나 구매할 수 있으면 대상 기업체들간에 거래 (트레이드·trade)를 할 수 있죠. 이러한 전 과정을 배출총량거래, cap and trade 라고 일컫습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적으로 29개의 배출권거래제도가 시행되고 있고, 전세계 온실가스 가운데 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비중은 16.43%로 추정됩니다.▶나수지 기자
그런데 탄소배출권 가격이 최근 1년 동안만 2배가량 올랐단 말이죠. 이유가 뭘까요?

▷박수민 부장
대표적인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을 예로 들어보면 올해 들어 약 2배 상승했습니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이렇게 오른 이유는 각국이 기후 변화에 대해 더욱 긴밀하게 공조해서 대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취임식 당일 파리기후협약에 다시 가입했고, 미국의 리더쉽 복귀로 지난 4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상 회의에서 각국이 경쟁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의 목표를 상향조정했습니다. 또 ETF같은 금융상품을 통한 탄소배출권 투자 접근성이 수월해지면서 투자 주체가 늘어 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나수지 기자
탄소배출권 시장은 어느정도 규모의 시장인가요?▷박수민 부장
시장규모는 크게 2가지의 의미에서 궁금하신 부분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첫번째는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이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어느 정도를 커버하고 있는지, 두번째는 시장의 거래 규모는 어떠한지 일텐데요.
우선 글로벌 탄소배출권의 양을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에서 거래되는 탄소배출량은 약 8.9기가 톤으로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16.43%를 커버하고 있습니다. 올해 중국의 탄소배출거래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지난해 10%에서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거래 규모를 한번 보실까요. 한국은행의 자료를 토대로 말씀을 드리면, 2020년 글로벌 탄소배출권의 거래금액은 약 2291억 유로로 2018년 대비 약 59% 늘어난 것으로 파악됩니다.▶나수지 기자
생각보다 시장 규모가 큰데, 여기서 탄소배출권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나요?

▷박수민 부장
배출권 가격을 결정짓는 요인 중 공급 요인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탄소배출권 할당량이 줄어들수록 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가는 요인이 됩니다. 그러니 온실가스 감축 정책 등 제도 강화는 가격 상승을 이끄는 요인이겠죠. 또 각 제도는 시장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시장 안정화 기구(MSR) 등을 통해 탄소배출권 과잉공급으로 인한 배출권 가격 하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배정할 신규 할당량을 유보했다가 공급하는 정책 또한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요 요인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2015년부터 개설되어 시행 중인 한국 탄소배출권 시장의 경우 실수요자인 할당기업만 사고파는 시장입니다. 필요한 만큼만 사 가고, 또 남는 만큼만 팔기 때문에 거래도 생각보다 드물게 일어나죠. 배출권에 대한 전략적 매도와 매수가 있어서 적정 가격이 형성이 될텐데 대부분 배출권 제출 기간에 맞춰 남는 것을 팔거나 부족한 것을 사는데 머물러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배출권 가격이 기업의 한계저감비용 (온실가스 1톤을 줄이는 데 쓰이는 운영비와 설비비) 보다 너무 낮아 기업에 유인책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 탄소배출권 거래가 가장 활발한 유럽의 경우 실제 수요자인 기업 외에도 증권사, 금융기관, 투자자들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선물 등 파생상품 도입되면서 탄소배출권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ETF들이 출시되고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도 운영 제 3기인 올해부터 여러 부분이 개선될 예정입니다.

▶나수지 기자
탄소배출권 가격이 앞으로도 오를 요인이 있다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박수민 부장
현재 각국 정부는 경쟁적으로 '탄소 넷 제로(Net Zero)' 목표치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2050년을 목표로 탄소 중립 정책을 세웠고,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중국 또한 206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죠. 탄소 넷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에너지 발전원으로의 전환,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선박 연비 규제, 친환경 건축 설계 의무화같은 직접적인 규제 외에도 실질적으로 기업들이 탄소를 줄일 수 있도록 경제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합니다. 탄소 가격 제도는 이런 면에서 중요하고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는 그 중에서도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죠.
기후변화 대응의 강화를 위해 각국의 정부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기업들에게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계속 줄여나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탄소배출권 공급이 줄어들 것입니다. 또 기존에 탄소배출권을 무상으로 주다가 유상으로 할당을 하게 된다면 탄소배출권 공급이 줄어들겠죠. 이렇듯 공급은 줄어드는데, 반대로 신재생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은 더디다보니 시장에서 탄소배출을 위한 권리를 사려는 수요가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나수지 기자
유럽 탄소배출권과 글로벌 탄소배출권 두 종류의 ETF가 있는데요. 투자자별로 이 가운데 어떤 상품을 선택하는 게 좋을까요?

▷박수민 부장
유럽 탄소배출권 ETF는 전세계 탄소배출권 대표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이고, 글로벌 탄소배출권은 말 그대로 글로벌 탄소배출권 시장에 투자하는 상품입니다. 현재는 유럽과 미국의 북미 배출권인 RGGI와 캘리포니아 배출권인 CCA를 투자하고 있는데요,

주식에 비유하면 우리가 MSCI 전세계 주가 지수에 투자하느냐(글로벌 탄소배출권), 혹은 전세계 주식 시장에서 가장 대표가 되는 미국 시장, S&P 500(유럽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느냐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유럽탄소배출권은 전세계 탄소배출권을 대표하는 종목입니다. 글로벌 탄소중립정책의 변화, 시장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중장기적인 흐름 외에도 단기적인 흐름에 민접하게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탄소배출권 ETF은 전세계적인 거래제 채택의 확대 속에서 중장기적인 투자 기회를 포착하는데 유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럽도 약 70% 정도 투자하면서 유럽을 제외한 미국 등 글로벌 시장의 성숙도를 중장기적인 호흡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향후 배출권 거래 시장의 성장에 따라 중국 배출권 시장 등 다양한 배출권 종목 편입이 가능하다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투자 대상 뿐 아니라 운용 방식의 차이에서 투자자분들이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차이가 있습니다. SOL 유럽탄소배출권 ETF의 경우 선물에 투자하는 선물 파생형 ETF로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투자할 수 없습니다. 반면 글로벌탄소배출권 ETF는 합성 운용 방식의 ETF로 퇴직연금에서도 운용이 가능합니다.

총괄=조성근 디지털라이브부장
진행=박수민 신한자산운용 ETF상품팀 부장, 나수지 기자
촬영, 편집=이일효 PD
디자인=이지영 디자이너
제작=한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