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폭증, 부동산 실패 탓"…9월에도 6.5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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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매매·전세자금 수요 늘며정부가 가계부채를 틀어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만 6조5000억원 증가하는 등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불었다. 전문가들은 폭증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제어하려면 근본 원인인 부동산 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외부 충격으로 인해 가계부채 폭증이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9월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은 1052조7000억원으로 전달보다 6조5000억원 늘어났다. 가계대출 증가폭은 8월(6조1000억원)보다 4000억원가량 확대됐다. 지난달 증가폭은 9월 기준으로 작년(9조6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컸다. 금융위원회의 ‘가계대출 동향’을 보면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지난달 7조8000억원 늘었다. 8월 증가액(8조6000억원)보다 8000억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지속하면서 시중은행의 대출 중단 사태가 속출하고 있지만 대출 증가 속도가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은행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포함)은 지난달 말 769조8000억원으로 5조7000억원 늘었다. 8월 증가폭(5조8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주택 매매와 전세자금 수요로 증가세가 이어졌다.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은 281조9000억원으로 8000억원 증가했다. 8월 증가폭(3000억원)을 넘어섰다.
정부, 고강도 규제 큰 효과 못 봐
경제학자 61% "집값 안정돼야"
KB경영硏 "수요억제만으론 한계
15억 초과 주택 대출금지 완화
실수요자 위한 규제 보완 시급"
불어난 가계부채를 놓고 경제학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날 한국경제학회가 경제학자 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 전원이 현재 가계부채 비율과 규모가 높은 수준이라고 답했다. 가계부채 증가 원인에 대해 조사 대상자의 89%가 ‘주택담보대출 등 주거비 자금 수요에서 비롯했다’고 응답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동산 정책 실패가 가계부채 확대의 배경이 됐다”며 “‘내집 마련’이 불가능하다고 체념한 젊은 세대가 비생산적이고 투기적인 행위를 위해 대출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묻자 조사 대상자의 61%가 ‘부동산 시장 안정에 나서야 한다’고 답했다. ‘금리정책 및 유동성 관리’(18%) ‘지속적 경제성장’(11%) 등이 뒤를 이었다.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실수요자의 수요 여력을 정상화하고 투기 수요는 확실히 억제하는 등의 일관성 있는 주택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B금융그룹이 이날 주택학회와 함께 주최한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지속가능한 주택정책 모색’ 세미나에서 강민석 KB경영연구소 연구팀장은 “현 정부 들어 부동산 관련 세금 강화와 규제지역 확대, 대출 규제 강화 등 주로 ‘투자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고강도 정책이 시행됐지만 근본적인 공급 물량 부족으로 한계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가장 시급한 정책 과제로는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 규제 완화’가 꼽혔다. 무주택·1주택자에 대해서는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금지 규제를 완화하고 생애 최초 구매자에게는 취득세 비과세, 9억원 초과 주택 중도금대출 규제 완화 등의 혜택을 과감하게 줘야 한다는 게 강 팀장의 주장이다. 그는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해선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 전세대출을 포함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세대출 보증을 주거취약계층으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익환/빈난새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