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으로 코로나19 대응하는 삼성전자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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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이미지 분석해 코로나19 진단하고“우리의 이미지 분석 기술을 코로나19 진단에 써 보면 어떨까요.”
혼술족 겨냥해 집에서 맥주, 막걸리 주조
C랩 아이디어 5개 과제 스타트업으로 분사
지난해 4월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 주재로 진행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임직원 대토론회’에서 한 직원이 꺼낸 얘기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진단 키트의 결과를 촬영한 후 해당 이미지를 분석하면 바이러스가 얼마나 있는지를 손쉽게 수치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코로나19 신속 진단키트는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지만 결과가 흐릿하게 나타나면 감염 여부 파악이 힘들다. 최 사장 등 삼성 경영진들은 해당 직원에게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인사이드’에 도전해보라고 독려했다. 이 아이디어는 ‘디아비전’이란 사내벤처 프로젝트로 구체화됐다. 지난해 삼성의 집단지성 시스템인 ‘모자이크’를 통해 진행된 토론회에서 제시된 코로나19 극복 아이디어는 디아비전을 포함 1620건에 달했다.
삼성전자 집단지성의 힘
삼성전자는 13일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에서 분사하는 스타트업들의 사업 계획을 공유하는 ‘C랩 스핀오프 론칭데이’를 진행했다고 14일 밝혔다. 디아비전을 포함한 5개의 코로나19 극복 아이디어가 독립 법인으로 출범한다는 소식을 알리는 자리였다. 최 사장은 이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하는데 큰 박수를 보낸다”며 “C랩을 발판으로 미래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혁신 스타트업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부즈앤버즈’는 집에서 술을 빚는 기기로 승부수를 띄울 예정이다. 양조에 걸리는 시간은 7일 이내며 맥주, 막걸리, 스파클링 와인, 벌꿀 술 등 다양한 주종을 만들 수 있다. 재료 키트를 함께 제공하기 때문에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들도 손쉽게 ‘홈브루잉’에 도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무인 스마트 매장 혁신 솔루션 ‘치즈에이드’도 눈에 띄는 프로젝트다. 매장내 키오스크나 조명에 간단하게 부착할 수 있는 가시광 통신(LiFi) 송신장치를 활용해 무인 매장을 꾸릴 수 있다. 소비자가 매장에서 스마트폰 앱을 켜면 제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주문도 가능하다.
맞춤형 족부 보조기(기능성 깔창) 제작 솔루션을 개발한 ‘로고스 바이오일렉트로닉스’, 동작인식 기술 기반의 AI 댄스 학습 플랫폼을 만든 ‘구스랩’도 이날 독립 스타트업으로 새출발했다.
C랩 스타트업 3년 생존률 98% 달해
삼성전자는 이번에 독립하는 스타트업들을 꾸준히 지원할 계획이다. 초기 사업자금을 투자하고 판로 개척과 해외 시장 진출에도 도움을 줄 계획이다. 본인이 희망할 경우 5년 이내에 재입사도 가능하다. 자신만의 사업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펼쳐보라는 취지에서 파격적인 지원 조건을 내걸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삼성전자는 지난 6년간 총 300억원을 투자해 57개 스타트업의 분사 창업을 지원했다. 이들 스타트업의 3년차 생존율은 98%, 5년차 생존율은 65%로 나타났다. 한국 스타트업들의 3년 평균 생존률이 40% 안팎인 것과 대조적이다.C랩 프로그램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 8월 발표한 ‘경제활성화·일자리 창출 방안’을 통해 향후 5년간 사내 과제(C랩 인사이드) 200개, 외부 스타트업(C랩 아웃사이드) 300개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